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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온국민 감시하겠다는 통신비밀보호법안

온국민 감시하겠다는 통신비밀보호법안
사설
 
 
 기사등록 : 2007-04-11 오후 06:41:54  기사수정 : 2007-04-11 오후 06:58:44 
 
인터넷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다가 문제가 되어 경찰에 붙잡힌 사람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경찰은 누가 어디서 글을 올렸는지 어떻게 알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 기록되는 컴퓨터의 아이피(IP) 주소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아이피 주소만으로 어느 지역에서 접속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 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여서, 접속자의 아이피 주소를 아예 기록하지 않는 사이트들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온국민의 인터넷 이용 기록이 의무적으로 저장될지도 모른다.

현재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모든 전기통신 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접속기록을 1년 이상 보관했다가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넘겨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온 국민이 어떤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아낼 수도 있다. 대형 인터넷 사이트의 실명제나 선거 기간 중 실명제가 시행되면, 인터넷에서 감시의 눈을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법 개정안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감청도 포함되어 있다. 이쯤 되면 어떤 통신 수단도 마음놓고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나, 개인 사생활 정보가 언제 어느 때든지 정부에 넘겨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개인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된다.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보는 발상 또한 문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혐의자를 추적해 찾아내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음에도 범죄 수사를 더 편하고 신속하게 하려고 평소 국민을 감시하자는 발상은 민주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범죄 따위에 악용될 가능성도 지금보다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국만큼 민감한 개인 정보가 마구 유출되는 나라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인데, 각종 통신 이용 기록까지 빠져나가게 된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민감한 정보는 될수록 수집하지 말고 수집하더라도 한 곳에 두지 않는 것이 보안의 기본 원칙이다. 첨단 범죄가 크게 늘 거라는 막연한 ‘가능성’ 때문에 국민 사생활을 위협하는 것도 마다지 않겠다는 이번 개정안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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