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본 방향에 대한 의견서

 

[의견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본 방향에 대한 의견서

 

작성 : 미디어행동 심의TF
공공미디어연구소,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여성민우회,

 

Ⅰ. 제안 배경

 

○ 지난 5월 15일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기능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통신심의기능을 통합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족되었음.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간독립기구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전환의 시점에서 총체적인 심의기능의 재정비를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음.

 

○ 현재 방통심의위는 정치권의 위원 선임 지체로 인해 누적된 심의 업무와 내부 정비 작업에 쫓기고 있는 상황임. 이는 기구 설치를 통해 새로운 비전과 철학, 합리적 체계 재편 등을 기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현업단체 모두에게 큰 안타까움을 던져주는 내용임.

 

○ 특히 최근 발표된 다음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내 특정 게시 글에 대한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권고’는 심히 유감스러운 내용임. 이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공적 기구가 직접 나서 제한하는 부당한 결정이었다고 봄. 더구나 해당 사안이 법정기구의 권고를 받아야 할 만큼 사회적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었는지도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더욱 폭력적이며 비상식적인 의견들이 인터넷 상에 즐비하다는 점에서 형평에 맞지 않는 내용임.

 

○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 또는 표현의 위법성은 명백한 위법 사실을 중심으로 형사적 처벌을 해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봄.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충분히 검토해주었으면 함.

 

○ 특히 미디어행동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이러한 결정을 하였다는 비판적 목소리의 존재임. 이는 중장기적으로 방통심의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임.

 

○ 더불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는 배경에 현행법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임. 따라서 방통심의위의 기능으로 명시된 기존의「방송법」제32조와 제100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 등을 차후 그대로 승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함. 이를 통해 심의 행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체계화하고 관련 법률 및 규정의 재정비를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음.

 

○ 이처럼 방통심의위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참으로 광범위하고도 복잡한 내용이라고 봄. 때문에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 심의체계 구축과 관련한 내용 정비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심의체계 전반의 원칙과 방향을 수립해 나갈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임.

 

○ 이에 미디어행동은 새롭게 출범한 방통심의위가 우리 사회의 가치와 다양성을 제고하고, 합리적 규제를 안착시키며, 시민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민간독립기구로 우뚝 서기를 기대하면서, 그간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본방향을 제안하고자 함.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적극적 논의를 기대함.

 

Ⅱ. 심의기구의 기본 방향

 

대원칙

 

◀ 방송통신심의의 핵심목표는 상업적 표현물에 대한 사회적 관리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의 심의는 영리적 목적의 상업적 표현물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사회적 관리를 핵심 목표로 하여야 함. 여기서 영리적 목적의 사업자란 콘텐츠나 채널을 직접 판매, 또는 이러한 내용을 매개로 한 광고를 판매하는 자라 정의할 수 있음.
반면 성숙한 민주사회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심의행정을 유지하여야 함. 이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다양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공론장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고, 모두가 주인이 되는 미래지향적인 지식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임.

 

◀ 자율규제 시스템의 강화 및 사후적 개선 장치 공고화

자율규제 시스템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자율규제 시스템 간의 복합적 경쟁을 촉진시키며, 자율규제 시스템과 방통심의위의 연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함.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명문화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며, 사후 관리 등을 통해 자율 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평가를 축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함.
그러나 이처럼 큰 틀에서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한 최소규제의 원칙을 견지한다 하여도 당장에 개선되기 어려운 고질적인 사안들이 존재할 것임. 예를 들어 유명무실한 플랫폼사업자들의 자율심의기구의 구성 및 운영체제, 심의기준의 자의적 적용, 과도한 선정주의 표방 등 그간 수없이 지적되었으나 개선되지 않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임. 이를 위해 관련 규정을 철저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음.

 

◀ 융합 환경에 걸맞은 사회적 관리 시스템 재정비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멀티 서비스 플랫폼화, 신규매체의 증가로 인한 중복 또는 누락 심의 영역의 출현 등 빠르게 변화하는 매체 융합 환경을 고려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 및 게임물등급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등급기구와의 연계를 강화하여야 함.
이는 불필요한 중복 또는 누락 심의 논란을 최소화하고, 등급 규정 불일치 등 누적된 현안 해결을 위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함.
이러한 사회적 관리시스템의 마련은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청소년 보호 및 이용자 편의성이 증대된다는 점,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중복 심의 부담 해소 및 심의 전반에 대한 일관성 있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국가의 입장에서는 중복 또는 누락심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내용임.

운영

 

◀ 민간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심의 철학, 원칙, 체계 운영에 있어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전제되어야 할 것임. 방통심의위는 중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내부와 외부의 참여를 균형 있게 고려하여 정치권의 압력이나 요구로부터 독립된 사회적 장치로 기능해야 할 것임. 특히 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사회적 소통의 모범이 되기를 기대함.

 

◀ 탈권위적 행정 처리 시스템 수립

과거 수없이 제기되어 온 권위적 심의 처리 시스템을 극복하고 사업자, 제작자, 이용자가 함께 사회적 가치를 관리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공동의 해결을 모색하는 합리적 소통 체계로 기능하여야 할 것임. 특히 의견 제출의 과정에서 일방적 결론이 강요되기 보다는 다양한 해결방안이 실질적으로 모색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함.

 

◀ 특별위원회 위원의 성별·연령별 할당 강제

심의 결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산하 특별위원회의 구성은 성별·연령별 대표성을 철저히 고려하여야 함.
성별 할당은 특정 성(性) 70% 이상 할당 금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여야 함. 이는 사회화 과정에서 발달한 남성과 여성의 감수성 차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임. 특히 폭력물과 성표현물에 대한 수용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매우 두드러짐. 이에 이러한 성별 할당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
연령별 할당은 점차 그 간극이 커지고 있는 콘텐츠의 이용 및 해석 방식에 대한 세대 간의 격차를 고려한 내용임. 물론 관련 영역의 전문성을 고려한 특별위원회 위원의 기본 자격 기준을 고려할 때, 수적으로 완전한 균형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임. 그러나 적어도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의 1인 이상 포함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봄.

 

방송심의

 

◀ 방송심의는 단기적으로 기존의 심의시스템을 유지하되,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시스템의 강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활동에 주력해야 할 것임.

 

◀ IPTV 등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에 대한 심의는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기존의 유료방송사업자와 동일선 상에서 수평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봄. 다만 이때 영향력이나 접근성, 기술적 차단 방식에 따른 차이를 고려할 수 있음.

 

◀ 방송프로그램 등급제의 방만한 운영과 관련한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함. 현재 많은 사업자들은 ‘자율규제’를 ‘임의규제’ 정도로 이해하여, <표1>과 같이 방만한 등급 부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임.

 

과학수사대CSI : MBC(19세이상가), OCN(15세이상가), 메가TV(12세이상가)
무한도전 : MBC(12세이상가), YTN STAR(전체이용가/등급표시없음)
황금어장 : MBC(15세이상가), YTN STAR(12세이상가)
상상플러스 : KBS-2TV(15세이상가), YTN STAR(전체이용가/등급표시없음)
<표1> 방송사업자별 프로그램 등급 부여 현황

 

이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등급제가 가지는 정보적 속성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매체별 차이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상업적 필요만이 반영된 무책임한 내용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임.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개개인의 기술적 차단 방식은 대부분 등급제를 기본으로 작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 다채널방송의 일반화로 지상파와 PP 간의 경계가 다소 애매해졌다는 점, 차후 플랫폼 사업자의 수적 증가가 임의적 등급부여 관행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조속히 재정비되어야 함.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방송물도 영상물이나 게임물처럼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등급부여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여야 함.

 

◀ 이용자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개입되는 PPV(pay-per-view)나 VOD(video on demand) 서비스에 대해서는 좀 더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되, 기술적 차단과 관련한 완벽한 시스템의 구축 기준을 엄격히 마련할 필요가 있음. 또 이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임.

통신심의

 

◀ 인터넷 심의의 일반적 원칙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봄.
초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능은 인터넷 유해정보와 불법정보를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집중되었으나, 점차 이동통신 사업의 활성화에 따라 무선망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에도 일정한 관여를 하여 왔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모바일의 경우, 매체의 특성상 거대 이동통신사업자의 자율관리시스템, 군소 콘텐츠 제작자의 공동관리 시스템(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KIBA)의 사전자율심의)을 통해 비교적 완전 자율에 가까운 관리가 현실화되어 왔다는 점임.
이에 반해 인터넷은 늘 강력한 전파력과 쌍방향성이 강조되어 잊을 만하면 새로운 방식의 규제 시스템이 도입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 특히 그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갖지 못하는 이용자 개개인의 표현이 심의와 규제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임.
이에 계속 공회전 되고 있는 인터넷 내용규제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그에 따른 합의정신에 기초한 규제의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봄.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44조의7을 위임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1조 3호의 경우,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상의 표현 행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이를 형사 처벌하는 등의 강제 수단을 통해 규율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함. 이에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기구의 개입은 검찰 고발 등의 업무로 축소되어야 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취급 거부·정지 또는 제한) 명령 권한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함.
그러나 국민들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요구나 법 감정, 사법부의 준비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일정한 경과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함. 따라서 일정한 경과과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의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임. 그러나 이러한 경과과정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다 하더라도 제44조7의 7호와 8호, 9호 등 사법부의 판단을 침해하는 성격의 심의는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봄.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한 형사 처벌규정도 즉각 삭제되어야 함.

 
 
발표일자: 
20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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