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성명>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삭제요구는 월권이며 위헌이다

[논  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삭제요구는 월권이며 위헌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2008년 7월 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 내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58건에 대해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해당 정보의 삭제'의 시정요구를 하는 결정을 하였다.

 

방통심의위는 위와 같은 삭제요구를 한 근거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범죄 기타 법령위반) 제4호의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점 및 같은 규정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제4호(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 마목의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방통심의위의 위 시정요구는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과 심의규정을 근거로 한 위헌적인 결정이며, 헌법 문제를 떠나서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월권행위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2년에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하며 '불온통신' 규정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였다. (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99헌마480) 하지만,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를 무시한 채 '불온통신' 규정의 모양만 바꾼 '불법정보'를 다시 규정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위 우려는 언젠가 다시 현실화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이번 문제로 현실화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우려대로 방통심의위는 위헌인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을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의 이번 삭제요구 결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위반이기도 하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9호의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라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근거로 든 위 심의규정의 규정은 정보통신망법의 하위규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 불법정보 규정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판단을 한 '불온통신'의 하나인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과 동일하여, 역시 위헌 규정에 불과하고, 위헌인 법률 규정을 근거로 하는 심의규정 제7조 제4호, 제8조 제4호 마목 및 위헌 규정을 근거로 한 삭제요구 또한 위헌일 수밖에 없다.

 

헌법적 논란을 떠나 방통심의위는 자신을 사법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한 위법 논란은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이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허위사실이 아닌 일정한 표현행위가 어떻게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용'심의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표현내용'의 위법여부를 판단해야 할 방통심의위가 그러한 '표현내용'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위법 여부까지 판단하겠다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이다. 방통심의위가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하여 단속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인터넷의 모든 위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의 모든 위법행위를 단속할 수 없음은 규범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부 정보를 선별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방통심의위는 그 본연의 활동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힘있는 집단의 문제제기에 의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표현을 선별하여 제거하는 활동에 그 역량을 소모하게 될 것이 틀림없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다.

방통심의위 위의 이번 결정이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삭제요구 결정으로 스스로의 위상과 중립성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다른 법적분쟁과 사회적 갈등 요인을 제공하였을 뿐이다.

 

 

2008월 7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