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올해의 인물' 선정 프란치스코 교황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209867~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수십 세기 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금 볼 수 있을까. 석가나 예수 같은 성인들을 지금 볼 수 있는 걸까. 볼 수도 있다. 석가에 대해서는 불경과 사찰에서 하는 각종 예불과 불사를 통해서, 예수에 대해서는 그가 대중들에게 행한 설교가 담긴 성경과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전례나 전승을 통해서다. 오늘 날엔 바로 내 이웃에 있는 주변인들의 신앙생활을 통해서도 해당 종교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석가나 예수 혹은 마호메트 혹은 신흥종교의 교주가 됐든 해당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언행을 들여다보며 갖가지 평가를 내리면서 종교창시자들을 알려고 애쓴다. 이번에 새로 탄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면서도 마찬가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호감과 감동으로 인해서 교황의 신앙인 가톨릭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낸다. 교황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던 차에 이번 연휴 기간에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을 찾았다.
늦은 밤 올레TV에서 골라본 영화였다. 그런데 아뿔싸 이 영화를 보면서 세 번이나 잠들어 버렸다. 네 번째 시도한 끝에 비로소 ending장면까지 보게 됐다.
네 번 만에 라니? 영화가 편안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그랬던가 보다. 영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육신이 이완되어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음식으로 말하면 무공해 무 농약의 청정음식을 먹는 기분, 그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갔다. 서스펜스나 극적인 장면을 강조하려는 트릭이나 기교도, 깜짝 놀랄 반전도 없었다. 처음부터 단순한 서사구조로 전개되는 영화였고, 로마와 부에노스아이래스를 오가는 화면 속에서 교황의 일생이 군더더기 없이 펼쳐졌다.
내용은, ‘에나’라는 바티칸 주재 여기자가 부에노스아이래스의 대주교를 여러 번 인터뷰 하는 모습과 빈민가를 누비며 사목하는 신부의 소탈한 모습, 또 교황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로마를 오고가는 장면이 주축을 이룬다. 참고로 ‘호르헤 베르질리오’ 신부는 미혼모 에나의 딸에게 가톨릭 세례를 베풀어준 진보적인 신부였다. 에나가 미혼모라고 해서 다른 신부들은 율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꺼려하는 일을 기꺼이 도맡아서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착한 목자 같은 신부다.
베르질리오 추기경은 세 번째 참석한 교황선거에서 그 자신 교황에 선출된다. 전 세계인이 깜짝 놀라며 주목하는 순간은 누가 뭐래도 새 교황이 교황 복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이 보이는 베란다에 설 때이다. 광장에는 굴뚝에서 하얀 연기기 피어오르기를 고대하며 서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사적인 장면의 목격자가 되기 위해서다.
교황비밀 선거인 콘클라베에서 뽑힌 새 교황이 교황 복을 입고 나와 신자들을 향해서 첫 강복을 베푸는 모습은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라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된다.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이 역사적인 목격자가 됐다는 감격을 맛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린다. 이들뿐만 아니라 새 교황의 모습을 뉴스로 내보내려는 취재기자들이나 영상기자들의 정성 또한 필설로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인내를 동반하는 시간이 된다.
이 영화를 보며 제일 좋았던 점은 고위성직자의 몸가짐과 언행을 음미하는 재미였다. 교황 역을 맡은 배우의 얼굴도 지적이면서도 빈자와 약자들을 향한 착한 목자로서의 표양을 확고하게 지키는 모습이 잘 드러나도록 연기를 했고, 불편한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박한 모습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세상의 부귀와 영화에는 초연하면서도 착한 목자로서 할 일은 담담하게 수행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엔딩장면도 좋았다. 정말인가 싶지만 교황이 되는 순간도 교황의복을 사양하고 평소에 입던 옷 그대로 성 베드로 광장에 내려다보이는 베란다로 나와 첫 임무를 시작한다. 교황의 첫 임무는 광장에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교황 강복을 내리는 일이다. 또 하나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라는 노래를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부르는 속에서 끝나는 점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남자인데 목소리 톤을 높여 변형을 하며 부르는데 아주 특별한 감흥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