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슴으로 접근하되

                              차가운 머리와 냉철한 이성으로 현상을 바라보자!

 

열사(烈士)는 자신의 뜻을 죽음으로서 펼친 사람을 이르는 칭호이다. 이준, 유관순, 전태일 등이 대표적인 사람이다. 덧붙여 말하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저항하다가 의롭게 죽은 사람으로 주로 맨몸으로 싸우다가 죽은 분을 말한다, 혹은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항의의 뜻을 가지고 자결의 굳은 의지를 실행한 분을 칭한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지면서 이들을 ‘열사’라 부르고 장례식은 ‘국민장’이라 하기에 이참에 ‘열사’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위와 같은 열사와 국민장이라는 칭호는, 특정한 진보매체를 접했을 때 이들을 ‘열사’라 칭하고 장례식은 ‘국민장’이라고 칭하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폐일언하고, 용산참사 사건도 이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장례식을 위하여 유가족과 시민사회 그리고 자발적으로 장례위원이 된 시민들까지 수천 명이 모였다. 이 많은 사람들이 1월 9일 서울역 광장에서 드디어 장례식을 치룬 것이다.

 

사실, 죽은 이들은 삶의 터전에서 보상금 2500만원에 내쫓김을 당한 세입자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항거와 싸움이 길어질 것을 대비하여 망루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겨우 하루 밤을 새웠을까 말까한 이른 아침에 느닷없는 경찰 진압이 있었다. 이 진압현장에서 사람들은 화염에 싸였고, 죽고 다친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경찰관 1명과 세입자 5명이었다.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할 건 하고, 밝힐 걸 밝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사건 발생 후, 너무 긴 345일이 흘렀고 1년여 투쟁기간이 이어졌다. 이런 후에 이룬 타협이었고 치러진 장례였다 그리고 ‘용산 재개발’ 희생자 5명을 ‘열사'라 부르고 이들의 장례식을 ’국민장‘이라고 하는 진보매체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이쯤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에 혼돈과 혼란이 온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거부감조차 든다는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것이다.

 

생각해보라! 온 나라가 알고, 전 세계가 알다시피- 독재정권에 항거하다가, 죽을 고비를 5번이나 넘기고, 감옥에 11번이나 갇혔으며, 그 갇힌 기간은 총 6년이라는 세월이었던 분, 전직 대통령이었고, 동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장장 55년 동안이나 갈라서서 반목하던 남북을 화해와 상생의 길로 이끌었던 분의 장례식도 ‘국민장’이냐 마냐로 힘들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헌데, ‘용산 재개발 희생자’들에게는 너무도 쉽게 ‘열사’라는 말과 그들의 장례식에는 ‘국민장’이라는 말을 헌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도무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진보진영이라  하더라도, 투쟁의 동인이 될만한 일과 사람들이라 해서, 이리도 쉽게 ‘열사’라 하고 그들의 장례식을 ‘국민장’이라 칭할 수 있는 전매특허를 가진 건 아니다. 이 아니 ‘열사에 대한 개념 인플레’를 스스로 조장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무슨 진보진영에 득이 되는 일일 것인가.

 

이렇게 쉽사리 '열사 인플레' 사회가 된다면, 어지간한 일에는 시먹어서 역사와 민족 앞에 미쳐야할 몫의 폭이 좁아지지 않겠는가. 운동역량과 동력이 떨어질까 심히 염려된다. 그리하여 진보매체, 당신들이 말하는 ‘열사’와 ‘국민장’이라 부르는 거 덥석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참에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한들 당신들 그리 서운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요컨대, 용어 정립을 하자. 용산 참사현장에서 돌아가신  5인은  '용산재개발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분들이 국민 대다수로부터 보편성을 획득한 ‘열사’인지는, 좀더 생각해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꼭 열사라고 불러야만 맛인가. 희생자라고 하면 어떤가. 가치보존을 좀 잘 하자는 얘기다.

 

뜨거운 가슴으로 접근하되, 차가운 머리와 냉철한 이성으로 현상을 바라보자!

그래야 힘들고 어려운 싸움에 나서는 사람들의 가치가  더 빛나고, 도매금으로 매도당하지 않으며,

 

더 많은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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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0:23 2010/01/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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