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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구간종주3] '한계령'에서 ‘마등령’거쳐 '백담사'까지

백두대간 구간종주기3(2008.11.02.)

'한계령'에서 ‘마등령’거쳐 '백담사'까지

 

 

<“이래서 ‘설악’이구나!!!”, 사진_반듸불>

 

"무박은 미친 짓이다!"

 

“무박은 미친 짓이다!”

11월 1일 22:00, 범계역에서 일행 분들과 봉고차에 올라,

3번째 구간 종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에 잔뜩 긴장해 있을 때,

어느 분이 한 말이다.

지금까지 설악산 무박 등반을 여섯 차례 했는데,

밤에 산을 타서 한 번도 설악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면서 한 얘기다.

“그래, 미친 짓이지. 근데 왜 또 무박 등반을 할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1월 2일 01:30쯤,

인제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휴게소에서 간단하고 신속하게 야식을 먹고,

차에 올라 짐을 챙기자마자 02:30에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재빨리 배낭을 짊어지고 차에서 내렸는데,

선두는 벌써 저만큼 올라가고 있다.

숨돌릴 겨를도 없다.

 

 

<이런 휴게소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 사진_수담>

 

거센 바람만이 설악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고

 

한계령 휴게소에서 중청(1676m)까지는 대략 7.7km다.

능선따라 오르는데, 바람은 불었지만 생각보다 맵지는 않다.

후미에서 7~8명이 어둠을 가르며 설악을 오른다.

한 30여분쯤 올랐을까, ‘이른 아침’ 왈,

“벌써 후회되지?”

 

<“그래, 첫걸음 떼자마자 후회된다”, 사진_수담>

 

전날 기상 예보에서는 대청봉에 눈이 왔고,

새벽기온이 -2도(체감온도는 -6도)될 거라고 해서 아이젠까지 챙겼는데 ---.

 

몇 시간을 끙끙 오르는데,

설악은 칠흙같은 어둠에 뒤덮혀 있고, 안개마저 산을 감싸고 있다.

어둠과 안개 때문에 숲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오를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모두를 삼킬 듯 부는 바람소리만이 숲이 거기에 있음을 알려준다.

단잠을 깨우는 불청객들에 대한 설악의 분노인가?

새벽이 오면서 깨어나는 설악의 야성인가?

검은 먹구름까지 가세해서 설악은 울부짖는다.

능선을 지날 때면 몸마저 가누기 힘들어진다.

 

새벽 6시쯤 끝청(1604m)에 도착. 3시간 30분만이다.

안개와 먹구름 사이로 멀리 귀떼기청봉(1577m)이 보인다.

 

<끝청에서 ‘청계산기슭’, 힘들어도 사진 찍을 때는 입을 다물어야겠다. 사진_이철호>

<끝청에서 ‘이른 아침’, 저 여유있는 모습. 사진_박성인>

 

‘중청3거리’에서

 

끝청을 지나 소청, 중청을 향하자,

여명과 함께 갑자기 하늘은 맑게 갠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멀리 대청봉에서 해가 얼굴을 내민다.

수줍어하지도 않고, 강렬하게.

 

<대청봉에서 구름을 밀어젖히며 떠오르는 해, 사진_생큐>

 

06:50, 중청3거리에 도착.

바로 아래 중청대피소가 있다.

 

 

<중청대피소, 사진_강나루>

 

여기서 대청봉까지 갔다오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후미라고 해야 ‘청계산 기슭’과 ‘이른 아침’, 두 부부, 그리고 후미대장.

아침식사는 희운각대피소에서 하자고 이미 지침이 내려져 있었고,

대청봉 다녀오자는 소리는 입밖에도 내지 못한다.

아니 그럴 자신도 없다.

망설일 틈도 없이 방향을 왼쪽으로 튼다.

 

“이래서 ‘설악’이구나!”

 

 

<설악의 진면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다. 사진_이철호>

 

중청3거리에서 마등령 방향으로 틀어 고개 하나를 넘는 순간,

시야가 갑자기 달라진다.

“아! 이래서 ‘설악’이구나!!!”

사방으로 기암절벽과 능선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실 ‘설악’은 처음이었다.

한라산, 지리산 --- 그리고 2007년 1월에 금강산까지 갔었지만

‘설악’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첫 대면이다.

‘설악’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용아장성능선, 공룡능선, 그리고 멀리 울산바위까지.

 

 

<설악의 능선, 사진_이철호>

 

<설악의 능선, 사진_반듸불>

 

<설악의 능선들, 사진_반듸불>

 

놀란 눈을 거두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추스르고,

희운각 대피소(1,050m)를 향한다. 1.3km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무릎은 고통스럽지만, 설악을 바라보는 눈은 즐겁다.

 

<희운각대피소, 사진_박성인>

 

대청봉까지 다녀온 일행과 함께

희운각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자마자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08:05이다.

공룡능선을 거쳐 마등령까지는 5.1km다.

 

공룡의 등에 올라타서 기어서 가기

 

 

<공룡능선, 사진_강나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공룡의 등을 타서, 오르내리길 몇 차례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다.

오를 때는 기었고, 내려갈 때는 주춤했다.

‘이른 아침’도 이 구간은 처음이라고 했다.

공룡능선은, 그 아름다움을 멀리서 보는 것은 허락했지만,

자신의 등을 밟는 것은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후미는 ‘이른 아침’과 ‘청계산기슭’, 둘만 남았다.

날아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후미대장은 지진아 둘을 챙기느라

걸음은 물론, 마음도 시커멓게 탔을 거다.

 

<공룡능선, 어느 봉우리에서 ‘청계산기슭’, 사진_이철호>

 

<공룡능선, 어느 봉우리에서 ‘이른 아침’, 사진_박성인>

 

나중에 알았지만,

이 코스가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후미대장은 헉헉대며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는 ‘청계산기슭’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룡능선을 등반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 놀랄거라”고.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

먼저 놀란 것은 양 무릎.

가끔씩 능선의 봉우리에서 설악 한 번 쳐다보며 ‘탄성’을 지를 뿐,

어떻게든 공룡의 등 아래로 내려가기만을 간절하게 바란다.

 

공룡능선과 나란히, ‘용아장성龍牙長城’이 보인다.

설악에서 가장 위험하고 운치있고 빼어난 암봉을 가진 능선이라고 한다.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23개의 암봉들이 연이어 성처럼 길게 둘러쳐있다는 뜻이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사이는 ‘가야동계곡’이다.

 

 

<공룡능선보다 더 험하다는 ‘용아장성’, 사진_생큐>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마등령(1,327m) 밑에 도착한 시간,

아니 잠깐 스치고 지나간 시간이 12:10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세존봉(1,025m)을 거쳐 비선대, 신흥사이고,

왼쪽은 오세암과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이다.

오세암까지는 1.4km, 영시암까지는 3km, 백담사까지는 7.4km다.

헉,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지금 이 상태로 얼마나 걸릴건가.

눈 앞이 캄캄하다.

계속 내리막길이어서 무릎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데 ---

 

<마등령 밑 표지판, 사진_반듸불>

 

오세암까지는

가파른 계곡이다.

후미대장이 앞에서 가다가 기다리다가 하면서 이끈다.

‘이른 아침’은 먼저 갔다. 혼자다.

13시 조금 넘어 오세암에 도착.

 

<오세암, 사진_반듸불>

 

백담사의 부속암자인 오세암五世巖은 643년(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지었고, 다섯살된 아이가 폭설 속에서 부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오세암'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설을 바탕으로 《샘터》의 편집자이자 동화작가인 故정채봉선생이 1983년에 동화 <오세암>을 썼고, 동화를 원작으로 에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에니메이션을 언제가 본 적이 있다.

그 오세암을 직접 갔다.

아니 거쳤다.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

 

다시 14:10에 영시암에 도착.

후미대장에게, “지금 속도라면 2시간도 더 걸릴 것 같은데

기다리는 동료를 생각하면 어떤 조치라도 ----“

후미대장 왈,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많이 기다릴테니 ---”

다행히 영시암에서 백담사까지 4.1Km는 평지였다.

14:15에 영시암을 출발하여 백담사까지 4.4km를

정신없이 걸어서 15:10에 도착했으니 ---.

오세암과 영시암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길을, 계곡을, 단풍을,

그 아름다운 경치들을 채 음미하지도 못하고 뒤로 하다니 ---.

얼핏 스치고 지나쳤던 경치를 사진으로나마 다시 음미할 수밖에.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 사진_반듸불>

 

 

<백담사 가는 길 옆 계곡, 사진_생큐>

 

 

<다람쥐들이 많다. 사진_반듸불>

 

백담사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봐서 영시암이나 오세암에 가는 것 같다.

노부부도 보이고, 아이까지 동반한 일가족도 보인다.

이 길은 설악산에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가면서 봐야 제맛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백담사의 단풍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길과 함께 흐르는 계곡이 정겹다. 사진_ 반듸불>

 

 

<후미대장이 ‘아름답다’며 쳐다보라고 한 단풍, 사진_산초>

 

 

<단풍, 단풍, 단풍들---, 사진_산초>

 

15:10, 백담사에 도착.

백담사는 둘러볼 겨를도 없다.

벌써 용대로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이 다리끝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으로만 보는 백담사 입구, 사진_아침>

 

기다리던 우리산악회 일행에 새치기로 껴서

15:30에 버스를 탄다.

사실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버스 타고, 계속을 돌고 돌아 6~7km를 내려오니,

마침내 용대리 입구.

16:00가 다됐지만, 어쨌든 도착했다.

 

 

<마침내 도착!!!, 사진_산초>

 

“계속 이런 산행 해야하나” -> “다음 산행은 어떻게 되지?”

 

16:30 버스 출발.

설악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정신없이 잠을 자는데,

양쪽 무릎 통증 때문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출발할 때, 수암대장이 왼쪽 무릎테이핑을 해줘서 그나마 나았는데,

오른쪽 무릎은 말이 아니다.

“계속 이런 산행을 해야 하나 ---.”

중간 휴게소에서 후미대장 왈,

“지금 관두면 안 된다. 최소한 10번 정도는 해야지---”

 

홍대장에게서 진통제 두 알을 받아 먹었더니

무릎통증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러자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다음 산행은 어떻게 되지?”

구룡령에서 쇠나드리까지는 다행히 ‘흙산’이라고 한다.

20km정도인데 무척 지루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흙산’이어서.

 

그리고 ‘마당쇠’에게 전화를 돌린다.

 

“22:00쯤에 범계역에 도착하는데 한 잔 하셈.”

 

 

<계곡에서 바라본 설악, 사진-이철호>

 

그리고, 마지막 하나 기억하고 싶은 것.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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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뇌, 생각의 출현'-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나는 내가 궁금하다'

작년쯤부터 그랬다.

특히 자연과학에 새롭게 관심이 생기면서 그랬다.

우주의 생성에서부터 지금 '나'라는 의식의 출현까지

어떻게 나는 '나'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4~5살짜리 애들이 세계에 대해 갖는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호기심'이 지금은 즐겁다.

 

그러던 중, <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라는 책을 오늘 접했다.

아직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이 궁금하다.

 

[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은이) | 휴머니스트

정 가 : 25,000원

 

출간일 : 2008-10-27 (신간 ) | ISBN(13) : 9788958622598

반양장본| 502쪽| 223*152mm (A5신)

 

<책 소개>

 

‘나’는 뇌의 활동이다. 뇌 세포의 집합적 활동 결과로 의식을 생성할 때 비로소 ‘나’는 존재한다. 언어와 문화는 뇌 작용의 일부이다. 인간에 이르러 비로소 ‘생각한다’는 것이 가능하게 된 기원과 우주와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해 감각과 운동, 기억, 느낌, 의식 그리고 창의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탐구한다.

 

지은이 박문호 박사는 에덜만, 이나스, 다마지오 등의 신경철학자들의 사유와 포스트모던 철학의 사유, 생물학,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의 과학 사유를 총망라했을 뿐 아니라, 그 지식의 의미와 내용을 ‘뇌 과학’의 시각으로 일관되게 구성했다. 딱딱하고 어렵다는 과학 사유를 강의식 입말인 ‘구어체’로 풀어, 다른 차원의 생각과 상상력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연다.

 

불교TV에서 2007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된 28회 강의를 근간으로 제작했다. 38억 년이라는 시간과 우주라는 공간으로 우리의 지식과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인간을 넘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와 생명의 탄생, 생각의 출현에 이르는 거시적 체계를 탐사한다. 또한 미시적으로는 ‘생각’, ‘의식’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작동하는지를 현미경처럼 자세하게 관찰하고 서술한다.

 

“…… 우리 뇌 활동의 95%는 의식되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계산되죠. 의식 수준으로 올라오는 인식 작용은 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은 신빙성 없는 것이죠. 많은 자료를 가지고 그 설이 왜 상식화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추적해서 밝혀내어 반박하는 인터넷사이트도 있고, 뇌 과학적으로 봐도 별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의식되지 않는 뇌 활동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뇌에서 하는 계산입니다. 근육의 신경섬유들이 매 순간 움직일 때마다 일어나는 위치감각이나 촉각 같은 여러 정보들, 뇌가 운동할 때 참고해야 할 정보를 철저하게 계산하여 소뇌에서 제공하는 거죠. 그리고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합니다. 우리가 굴곡진 지표면에서 신속하고 정교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몸 전체가 항상 지표면에 대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속적인 동작이 가능한 것도 놀라울 정도로 균형을 유지하는 소뇌가 바탕이 된 거죠.

의식이, 생각이 뭐라고 했습니까.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라고 했죠.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란 움직임으로 인해 다른 차원의 운동이 출현한 것입니다. 즉 상상 속의 움직임이 인간에게 발현된 겁니다. 이 상상 속의 움직임이 바로 우리의 사고 작용이죠. - p.250~251 중에서

 

100명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특이한 형태가 학습 주도형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독서를 통해서 배우죠. 오픈 시스템을 향해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학습 기억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해지죠. 학습 주도형의 사람에서는 신념 기억이 균형 잡힌 지식의 힘으로 제어되어 그 맹목성이 올바른 방향의 추진력이 되는 순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융통성,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째, 지식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베이스캠프가 낮으면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게 더 힘들죠. 집요한 학습으로 지식의 총량이 많아지면, 즉 판단력의 기준 바탕이 높아지면 삶의 예측은 더 정확해집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물질 시스템과 시공 모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까지 이해의 영역을 넓혀야 하죠.

둘째, 질문을 품어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 예부터 선사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도를 깨치기 위해서는 의심 덩어리가 커야 하고, 강렬한 내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의심 덩어리를 함부로 노출한다든지 간단히 해결했을 때는 공부, 학습의 동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질문은 만들기도 어려우며, 한번 얻는 질문은 적어도 5년, 10년 이상 내적으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서 학습의 추진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질문의 힘으로 대상을 보기 시작하면 결국 그 질문이 스스로 답을 찾죠. …… 학습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의 비율을 7 대 3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목표량이 중요합니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양은 질로 바뀝니다. 그 임계치를 책으로 치면 2천 권 정도 될 것입니다. 2천 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 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되면서 정보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 p.479~481 중에서

 

“…… 우주의 네 가지 힘이 우주 초기의 완벽한 대칭, 완전한 대칭에서 분화되어 나왔고, 그중에서 우리 생명현상과 관련된 것은 전자기 상호작용이라고 했습니다. 분화되어 나온 힘들 간의 상호관계는 20세기 물리학이 충분히 밝혀놓았죠. 그 힘들로 인해 태양계와 지구의 시스템이 생겨났고 생명의 출현, 의식의 출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사실 생명과 최초로 연계되는 것은 초신성 폭발이라는 현상입니다.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나온 강력한 엑스선이 태양계 안의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하는 데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죠.

그리고 현대 천문학은 초신성이 터졌을 때 형성된 많은 중금속들이 지구가 만들어지고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Supernova do it all.” 초신성이 다 했다는 겁니다. 초신성이 우리 태양계를 만들었고, 우리 지구를 만들었고, 어쩌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진화해서 초신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는 의식의 출현까지 가져왔다는 겁니다.” - p.48~49 중에서

 

<필자>

 

박문호 -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Texas A&M)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다.

 

<지은이의 말>

 

 

“우리는 상상과 다양성이 융합된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설계해야 합니다. 인류가 지구 표면을 벗어나서 다른 행성에 진출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 맞는 대중의 과학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과학적 세계관이 확고해질수록 많은 사람들의 미래 예측 사능성이 높아지겠죠.

이제 과학적 사고와 논의가 사회의 주류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뇌 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을 널리, 신속하게 알려야 합니다. 뇌 과학의 발견들을 종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가져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는 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합니다.” ('지은이의 말'에서)

 

<추천사>

 

“미래는 뇌과학의 시대다. 과학은 미지의 세계였던 인간의 뇌 연구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뇌의 연구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의 연구와 이해는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학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태초의 우주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탄생에 이르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근본적인 시각에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더 나아가 뇌와 의식, 뇌와 창의성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면까지 다루고 있기에 더욱 값지다. 이 책은 ‘우주’와 ‘인간의 뇌’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또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기대하는 우리 시대 지식인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조장희 박사 (가천의과학대학 뇌과학연구 석학교수)

 

“박문호 박사는 뇌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무척 다른 차원에서 조망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자 새로움이다. 그가 던지는 ‘뇌’의 메시지는 ‘새로운 차원’의 창조이다. ‘문제가 생긴 평면에서는 문제의 해답이 없다’는 물리학자의 탐구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사안들에 끼어 있는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을 창안해야 한다’는, 본질적이지만 새로운 융합의 지점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박문호 박사는 그것이 바로 비전이고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운동과 감각, 그리고 기억이라는 ‘뇌’의 기본적 활동에 대한 지식으로, 테레사 수녀의 마음과 CEO의 마음이라는 화해 불가능한 현실이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융합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발견했다.” - 강신장 전무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장)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은 철학에서 비롯되었지만, 박문호 박사는 뇌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한다. 30년 동안 탐구적으로 독서하여 섭렵한 지식으로, 빅뱅에서부터 출발한 우주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탄생, 단세포 생명체의 탄생, 인간의 진화 과정까지를 핵심적이고 통찰적인 중요 요소에 따라,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의식과 마음의 출현을 이해하기 위하여 끝없는 길을 가고 있는 한 구도자의 수행과 여정이 느껴진다.” - 황농문 박사 (<몰입>의 저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차례>

 

1부 우주와 생명,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주의 완전한 대칭이 깨어지고, 우주의 네 가지 힘이 나오고,

초신성이 폭발하고, 그 잔류물이 지구에 이른 날 시작된 지구의 생명.

원핵세포, 진핵세포, 다세포 생물 그리고 인간.

감각세포, 운동세포, 신경세포 그리고 생각.

우주적인 시각, 시간의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2부 인간의 뇌,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머리뼈의 보호와 척추, 척수의 도움을 받으며

인간의 뇌는 인간 몸의 내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고 중계한다.

대뇌, 소뇌, 중뇌, 교뇌, 연수, 척수.

좀더 들어가서 운동 프로그래머 전두엽,

운동 출력을 선택하는 대뇌기저핵, 감각 신호를 전달하는 시상,

의식의 상태를 결정하는 뇌간 그물형성체, 운동의 타이머 소뇌…….

뇌의 구조는 곧 뇌의 기능이고,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매 순간 정교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인간의 뇌는

인간을 ‘잘’ 움직이게 하는 완벽한 중추 시스템이다.

 

3부 뇌와 감각, 생각이 인간을 움직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고, 웃고, 화내고, 운동하고, 꿈꾸고,

자아를 깨닫고,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고…….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인간의 움직임은 곧 뇌의 움직임이고 곧 인간의 생각이다.

 

4부 창조하는 뇌, 대칭이 깨어지고 생각이 확장되다

우주라는 시공간에서 깨어진 대칭은 다시 대칭으로 돌아간다.

우주 생명체인 인간 역시

생각의 대칭을 깨고 다시 대칭으로 향하고

또다시 생각의 대칭을 깨고 대칭으로 돌아가며

바로 지금 이 순간보다 완전한 존재를 향해 움직인다.

 

<출판사 책소개>

 

 

‘나’는 뇌의 활동입니다.

뇌 세포의 집합적 활동 결과로

의식을 생성할 때 비로소 ‘나’는 존재합니다.

언어와 문화는 뇌 작용의 일부입니다.

인간에 이르러 비로소 ‘생각한다’는 것이 가능하게 된 기원과

우주와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해 감각과 운동,

기억, 느낌, 의식 그리고 창의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탐구합니다.

 

2008년 최고의 지식 이벤트! <뇌, 생각의 출현> 출간

 

2004년부터 2008년 현재까지 ‘뇌와 생각의 출현’이라는 강의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사이에서 새로운 사유의 물꼬를 튼 사람이 있었다. 그의 강의가 처음 시작된 곳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였다. 첫 테마는 ‘양자역학과 인문과학!’ “양자역학의 내용과 어려운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열린 소통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 강연이었다. 강사는 놀랍게도 반도체 연구로 학위를 받은 전자공학도 박문호였다. 박문호 박사의 강의는 ‘뇌, 세계의 열림과 접힘’, ‘뇌와 생각의 출현’으로 이어졌고, 그의 막힘없는 사유에 대해 인문학자 고미숙, 자연과학자 최재천 등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문호 박사의 공식 직함은 한국전자통신원구원(ETRI)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뇌 과학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전에서 2002년 시작된 ‘백북스 학습독서공동체(www.100books.kr)’를 이끌어가면서 자연과학 독서운동을 펼치는 지식문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가 강의한 곳은 국내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학교와 연구자들의 공부 모임이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비롯하여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삼성경제연구소, 고전아카데미, 불교TV 등에서 앞다투어 그를 초청했고, 박문호 박사는 자신이 30여 년 동안 이어온 탐구적 독서를 통해 체득한 자연과학과 인문학 지식을 바탕하여 천문, 우주, 생명, 뇌 과학 분야의 강의를 진행했다.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 죽음의 발명, 그리고 생각의 출현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자연과학 지식을 접한 인문학 연구자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 그리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에 대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토론하곤 했다.

박문호 박사의 첫 작품 <뇌, 생각의 출현>의 출간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책은 2004~2008년까지 이어진 5년의 강의를 교양 대중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방대한 양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뇌, 생각의 출현>이 ‘뇌’라는 제한된 영역을 다루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놀라움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박문호 박사는 에덜만, 이나스, 다마지오 등의 신경철학자들의 사유와 포스트모던 철학의 사유, 그리고 생물학,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의 과학 사유를 총망라했을 뿐 아니라, 그 지식의 의미와 내용을 ‘뇌 과학’의 시각으로 일관되게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딱딱하고 어렵다는 과학 사유를 강의식 입말인 ‘구어체’로 풀어가고 있어 다른 차원의 생각과 상상력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의 근간이 된 것은 불교TV에서 2007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된 28회 강의였다. 그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방송 후 수많은 댓글로 강의 후기를 올렸고, 이후 입소문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자극과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박문호 박사의 <뇌, 생각의 출현>은 38억 년이라는 시간과 우주라는 공간으로 우리의 지식과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인간을 넘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와 생명의 탄생 그리고 생각의 출현에 이르는 거시적 체계를 탐사하는데, 38억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사유는 자연과학의 역사를 ‘생명, 세포’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우리의 우주 개념을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거대한 지식 세계를 알려준다.

또한 미시적으로는 ‘생각’, ‘의식’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작동하는지를 현미경처럼 자세하게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다. 즉, 어류, 조류, 양서류,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에 이르는 뇌의 발생과 진화, 그리고 인간 뇌의 진화과정 속에서 감정, 기억, 생각, 창의력 등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박문호 박사의 <뇌, 생각의 출현>은 이러한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적 지식이 한데 어우러져진 새로운 세계상을 열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넘어, 지구를 넘어 우주 현상으로서 생명과 생각의 출현을 탐사하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1

 

박문호 박사는 우주, 천문 현상으로서 ‘생명’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첫발을 내딛는다. 그는 생명 탄생에서 의식의 출현까지를 다루는데, 그것은 생각의 출현을 우주 현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에서 출발한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자연의 현상이다. 그리고 척추동물이 등장하는 3억 년 정도의 진화 흐름을 서술하면서 최초의 생명체가 나온 38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가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서 조금 더 밀고 들어가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단세포부터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생각의 출현에 앞서 우주의 관점에서 본 시공에 관한 문제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세계를 먼저 거론하며, 대칭의 세계가 있었고, 대칭이 자발적으로 붕괴하면서 우주의 네 가지 힘(중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 입자물리학에서는 이것을 자발적 대칭 파괴라고 한다)이 상호작용하여 ‘일어남의 세계’가 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문호 박사는 이런 관점에서 의식이라는 놀라운 생명 현상의 근원을 향해 추적한다. 호모사피엔스, 영장류, 척추동물, 다세포동물, 진핵세포, 원핵세포, 광합성 세균, DNA, ATP 합성효소, 성간물질, 분자의 세계, 원자의 세계, 쿼크, 우주의 네 가지 힘,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침내 이 모든 것을 출현시킨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은 비존재 같은 대칭을 마주하게 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2

 

박문호 박사는 뇌의 본질적 기능이 환경에 적응하는 운동의 생성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 운동을 통해 매순간 새로운 시간과 공간 감각이 생겨나고, 이 시공간 정보로 분류된 기억들이 행동을 계획하고 표출하여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그는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결합된다고 본다. 시공간의 곡률로서 규정되는 우주라는 무대와 무대 위 배우로서 규정되는 주체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는 과학과 인문이라는 두 문화의 심연을 메워줄 희망을 뇌 과학에서 찾았다. 뇌 과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러면 이렇게 되고 저러면 저렇게 된다’이다. 뇌의 시스템이 어떻게 패턴 지어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꾸준히 확인하여 습관화하면 우리의 사고는 변화한다는 것이 박문호 박사의 뇌 과학 공부의 결과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깊고 넓게 탐구한다.

우리의 뇌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앞은 운동, 뒤는 감각, 가운데 기억이다. 감각, 운동, 기억은 생명 현상을 떠받치는 세 개의 받침대이다.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존재 바깥에 있다. 모든 생명체가 피해 갈 수 없는 공통점이다. 생명 현상이 지속되려면 밖에 있는 것을 내 안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외부의 것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 감각 메커니즘과 운동 메커니즘이다.

뇌는 신체 내부와 주위 세계를 연결하고 중재한다. 외부 세계는 신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지만, 신체 내부의 욕구에 냉담하다. 뇌는 밖에 있는 것을 나에게로 가지고 오게 하는 것! 이것이 뇌의 본질적 기능이고, 그 기능의 핵심이 감각, 운동, 기억이다.

 

뇌와 감각, 생각이 인간을 움직이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3

 

이 책의 3부에서는 우리의 뇌가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고, 웃고, 화내고, 운동하고, 꿈꾸고, 자아를 깨닫고,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는 인간의 움직임은 곧 뇌의 움직임이고 곧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을, 뇌와 시각, 뇌와 청각, 뇌와 감정 등 9개의 테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의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척수-뇌간 시스템에 의해서 의식 상태가 정해지면, 시각이나 청각, 촉각, 체감각 피질에 의식의 내용이 채워진다. 이런 것들이 모여 그 위의 단계로 가서 느낌이나 기억과 연계해서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의식을 알기 위해서는 각각의 개별 감각에 의해 형성된 환경에 대해 운동 출력으로 반응하는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비전을 제시하는 힘이 필요한데, 그 바탕에는 요동하는 복잡계가 아닌 목적 지향적인 복합계의 뇌 시스템이 있다. 복합계에서는 필연적으로 방향을 예측하고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동력이 작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예측할 뿐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정, 느낌이 필요하다고 한다.

 

뇌와 학습, 생각이 확장되고 창조의 길로 나아가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4

 

박문호 박사는 이 책에서 뇌의 구조, 뇌의 작용을 통해서 어떻게 의식, 생각, 느낌 등이 나타나는지를 때로는 넓게, 때로는 깊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의식의 구조에서 바탕을 이루는 물리학, 특히 입자물리학의 세계도 들여다본다. 인간의 생각도 대칭과 대칭의 붕괴를 일으키며 계속 움직여간다는 것이다.

<뇌, 생각의 출현>에서 생각의 대칭과 대칭의 붕괴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학습’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기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절차 기억, 신념 기억 그리고 학습 기억이다. 절차 기억은 주로 대뇌기저핵의 일부인 선조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신념 기억은 공포에 반응하는 편도체, 자율신경 호르몬의 반응 등이 매개가 되고, 학습 기억은 기억이 만들어지는 해마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다. 학습 기억은 10세 전후에 급격히 증가한다. 25세쯤 되면 절정에 이르고, 35세쯤 되면 안정적이다가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학습을 하면 기억 시스템이 바뀐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은 학습 기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대학 시절 이후에는 학습 기억이 30%로 줄어들게 되면서 신념 기억이 60% 정도로 올라간다. 즉 나이 들어가면서 학습 부재형의 고지식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고정된 신념 체계가 생각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것이다. 신념 기억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강력한 추진력을 주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념 시스템끼리 충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일인데, 새로운 학문을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우리의 뇌는 학습 기억의 우세한 상태로 동작하여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생각의 출현으로 가는 길에는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의 인간이 서 있는 것이다. 스스로 대칭을 깨뜨리고 다시 대칭으로 향하는 것이다. 우주 모델의 대칭이 깨어져서 나타난 것이 뇌, 의식의 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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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구간종주2] '한계령'에서 '옛조침령'까지

백두대간 구간종주기2(2008.10.19.)

'한계령'에서 '옛조침령'까지

 

"산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산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진: 수담>

 

산악회 홈페이지 맨 위에 있는 글이다.

이 글은 글 자체로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두 번째 산행을 해보니 그게 아니다.

산이 누구에게나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내게는’ 그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꼴찌를 면할 수 있을 때---.”

이번에는 좀 다를까 했는데, 역시 꼴찌다.

간신히 도착해보서 보니, 선두와는 2~3시간 차이가 났다.

아~ 언제 먼저 도착해서 여유있게, 아니면 “왜 빨리 안와”하면서

일행을 기다려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악 게릴라처럼---

 

숨 돌릴 틈도 없었다.

01시 50분경, 한계령 어디엔가 도착하자마자

산을 오른다.

첫 번째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출발부터 뒤처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뒤편이다.

다행히 날씨는 맑고, 기온은 가을답게 덥지도 차갑지도 않다.

한 시간 가량, 암릉 구간을 오른다.

사실 이건 차라리 쉽다.

 

 

<암릉을 오르며, 사진:이철호>

 

앞서간 일행들의 헤드랜턴이 별빛처럼 흔들린다.

잠깐 고개를 쳐들면 밤하늘에는 달빛과 몇몇 익숙한 별자리가

무심히 우릴 쳐다보고 있다.

멀리 한계령이 내려다 보이고,

가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날이 밝았으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을 단풍과 암릉과

멀리 있는 산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오밤중의 불청객들에게

숙면의 시간을 뺏긴 한계령은

가끔 차가운 한숨을 뱉어낸다.

 

4시 40분경,

망대암산(1236m)에서 짐을 잠깐 풀어

드러누었다.

 

<망대암산 표지, 사진:산초>

 

온갖 잡생각

 

점봉산(1424m)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새벽 5시 30분 즈음에 점봉산에 도착했다.

아직 동이 트지는 않았지만,

어둠속에나마 멀리 산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점봉산에서>

 

잠깐 앉았다가

다시 단목령을 향한다.

단목령까지는 6.2Km다.

옛날에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데 더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힘들었다.

왼쪽 무릎 통증 때문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왼쪽 무릎이

통증을 호소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걷고 싶지만

통증을 떨쳐버리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실없는 잡생각을 떠올린다.

“산도 인생처럼 결국 자신의 짐은 자신이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건가?”

“아니, 그래도 ‘우리’라는 게 있는데 ---”

“어디까지 ‘나’이고, 어디까지 ‘우리’인가?”

“혼자 가는 건가? 함께 가는 건가?”

 

이런 잡생각을 비웃는듯

단풍숲 사이로 여명이 조금씩 밝아온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따라

아침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한다.

 

<단풍숲 사이로 밝아오는 여명, 사진: 산초>

 

길이 나를 이끈다

 

끝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내가 길을 걷는 게 아니다.

길이 나를 이끈다.

내려갈수록 산은 어둠 속에 감춰두었던 단풍을 드러낸다.

온통 빨갛고, 온통 노랗다.

 

<세상 모든 물감을 뿌려놓아도 이 보다 더 붉지는 안을 단풍, 사진: 산초>

 

가끔 단풍숲 사이로

산죽=조릿대도 모습을 내민다.

 

 

<조릿대 사잇길, 사진: 물안개>

 

<점봉산 내려오는 길에서 ‘이른아침’, 사진: 박성인>

 

단목령에서

 

아침 8시 5분경에 간신히 단목령에 도착했다.

 

<단목령에서 ‘청계산기슭, 사진: 이철호>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후미대장이 배낭 두 개를 짊어지고 내려온다.

우리보다 뒤쳐진 일행의 배낭이다.

참 대단하다. 아무나 대장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사실.

선두 그룹은 날도 밝지 않았는데 단목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마 우리 일행이 점봉산 정상에 있을 때

이미 이곳을 지나간 듯.

 

 

<이해가 안된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단목령이라니---, 사진: 수담>

 

근처 개울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먹고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걷다보니 줄어드네”

 

다시 조침령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조침령까지는 9.9Km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직 채 반도 지나지 않았다.

 

길은 오솔길이고, 가파르지 않아

정겨웠지만,

너무 길었다.

이 길이 2~3Km 정도만 됐으면

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근데 같이 걷던 ‘이른 아침’ 왈, “어, 걷다 보니 줄어드네?”

 

 

<빨강과 노랑과 녹색과 ---모든 색들의 어우러짐. 인간도 그럴 수 있을까? 사진: 불루문,>

 

북암령을 거쳐

걷고, 또 걷고

또 걷고, 또 또 걷고

 

 

 

 

조침령에서 옛조침령까지

 

걷다보니 길은 줄어들어

13시 5분에 조침령 관망대에 도착.

다 와간다고 생각하니 보이지 않던

산도 보이고

 

 

<조침령 근처에서 바라본 단풍산의 절경, 사진: 하나비>

 

조침령 관망대에서

마지막 숨도 고르고

 

 

<조침령 관망대에서 ‘이른 아침’, 사진: 박성인>

 

 

<조침령 관망대에서 ‘청계산 기슭’, 사진: 이철호>

 

그래도 진동계곡 옛조침령까지는

다시 3Km를 더 가야.

길은 다시 우리를 불러 일으키고

 

 

<조침령, 사진: 산초>

 

 

<조침령에서 옛조침령으로 난 길, 사진:물안개>

 

드디어 ‘옛조침령’에 도착하다!

 

다시 정신없이 걷고 또 걸어

어떻게 걸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오다 보니

멀리 억새 사이로 옛조침령과 쇠나드리교가 보인다.

 

<억새 사이로 보이는 옛조침령과 쇠나드리교, 사진: 물안개>

 

14시 30분, 마침내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지 12시간 40분만이다.

족히 25Km는 된다고 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홍 대장께서,

이 구간이 백두대간 무박코스에서 가장 긴 구간이라고 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신 일행분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래서 다음에는 꼴찌는 면해야 한다고 거듭 거듭 다짐하면서

염치없이 급히 점심을 먹고, 쇠나드리교 아래 물가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15시 10분에 출발했고

옛조침령에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한 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잠결에 몇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 ‘이른 아침’이 사진을 조금만 더 잘 찍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사진기도 좋았으면 ---

--- 오늘 다른 일정 때문에 빠진 ‘마당쇠’가 이번에 일정이 바뀌어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등반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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