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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5]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의 유언장

떨림5_2009.05.06.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의 유언장

 

<박종태 열사>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제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 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리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 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 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 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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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4] ‘92년 장마, 종로에서’

떨림4_2009.04.08

92년 장마, 종로에서’

 

폐부 끝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침에

온몸이 순간 멈추는 듯 떨리듯

정태춘⋅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렇게 다가왔다.

 

92년 여름이라면,

90년~91년, 전노협의 두 차례 총파업과

91년 4~6월, 박창수⋅강경대 열사 투쟁으로도

결국 노태우 정권을 끝장내지 못하고,

91년 12월 대선에서 김영삼은 보수대야합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그래서 깃발군중은 잠시 거리에서 사라지고,

이른바 운동권은 줄줄이 청산하고, 해체하고, 잠복한,

그런 해였다.

그렇게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 흘러갔다.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며칠 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한 감기몸살을 앓은 후, 우연히 이** 선생 집에서

이 노래를 들은 후, 가사와 멜로디가

계속 귓전을 맴돌면서

떠나려하지 않는다.

“깃을 치며 날아오른 비둘기처럼”

한 음절 한 음절이

정수리 끝에서 날개를 퍼덕인다.

그러다 다시 뇌리 속에 둥지를 튼다.

 

제목을 ‘2009년 장마, 청계광장에서’,

혹은 ‘2009년 장마, 용산에서’라고 바꿔도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가사 내용도

그 가사가 담고 있는 현실도

다를 것 없을 거란 생각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날 때는

스스로도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그냥 그대로 있는 게 낫다.

그냥 노래에 젖고, 흐르는 눈물에 또 젖고

그렇게 그냥 그대로 있는게 낫다.

 

그래서

장마가 그치면

“파란 하늘이 열리고”

그 때, “큰박수 소리에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르자. 하늘 높이”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92년 장마, 종로에서

 

작사.작곡.노래: 정태춘, 박은옥

1993년, 삶의 문화, 한국음반

 

노래듣기:  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t1Eb2T8-ChM$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

훨, 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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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3] 비고츠키- “학습과 발달은 생의 첫날부터 상호 관련되어진다.”

떨림3_2009.03.23.

“학습과 발달은 생의 첫날부터 상호 관련되어진다.”

 

“학습과 발달은 생의 첫날부터 상호 관련되어진다. ---

근접발달영역ZPD(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결정되는 실제적 발달 수준과 성인의 안내나 보다 능력있는 또래들과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결정되는 잠재적 발달 수준 간의 거리이다.

근접발달영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학습에서의 모방 역할에 대한 재평가로 귀착되어야만 한다.

모방을 사용하여서 아동들은 협력활동 속에서나 성인의 지도하에서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은 그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학습과 발달 간의 관계에 대한 모든 학설의 근본적인 변경을 요구할 만큼 기본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 Lev Semyonovitch Vygotsky, <<사회속의 정신>>, [진보교육](33호,2009.03.)51~52쪽에서 재인용 -

 

 

 

레프 비고츠키(Lev Semenovich Vygotsky, 1896~1934)

구소련의 심리학자. '심리학계의 모차르트'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을 교육심리학과 발달이론에 적용하여, 맑시즘 교육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인간과 사회의 역동적 상호작용’, ‘기호(언어), 실천의 매개적 역할’, ‘고등심리기능에 대한 역사, 사회의 근본적 규정’, ‘인간정신의 점진적 확장과 질적 비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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