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뻐구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고도로 정치적인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권력과 압제, 그에 맞서는 혁명에 관한 메타포를 다룬 고도의 정치적인 영화입니다. 정신 병원의 간호사로 규율을 강조하며 환자들을 길들이는 래취드(루이스 플레쳐)는 권력과 압제를 상징하고, 환자들을 이끌며 래취드와 정신 병원과 맞서는 맥머피(잭 니콜슨)은 자유와 혁명을 상징합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는 우아하고 예의 바르며, 전복을 원하는 자는 천박하고 불손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려하는 것 자체가 바로 불손한 것이며, 권력과 매너리즘에 길들여진 자들은 자유를 맛보는 것을 두려워 하기에 맥머피의 시도는 마치 실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혁명이 실패로 끝났다하더라도 불씨라 말할 수 있는 계승자가 있는 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마데우스’, ‘래리 플린트’ 등 기존의 관습적인 틀을 깨뜨리는 자유분방한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 장기인 체코 출신의 감독 밀로스 포먼의 1975년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권력(‘뻐꾸기 둥지’)을 뛰어넘어(‘위로 날아간’) 혁명을 도모하고자 했던 한 남자(‘새’)의 이야기입니다. 맥머피 역으로는 잭 니콜슨 이외에 다른 배우를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거칠면서도 지적이며, 악마적이면서도 선하고, 쾌락적이면서도 절제하는 모습의 맥머피를 선보이는 잭 니콜슨의 마흔이 되기 전의 잘 생긴 마스크를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dvd의 소장 가치는 100%입니다. (물론 더 젊은 잭 니콜슨을 보고 싶으면 1969년작 ‘이지 라이더’를 보시면 됩니다. 브리짓 폰다의 아버지인 피더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젊은 모습도 덤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잭 니콜슨의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고 ‘우아한 압제자’를 형상화한 루이스 플레쳐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잭 니콜슨과 루이스 플레쳐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황송하게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초호화 캐스팅입니다. ‘펭귄맨’ 대니 드 비토(다른 배우들과 함께 서 있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정말 대니 드 비토, 키가 작더군요.)가 등장해 ‘배트맨 1’과 ‘배트맨 2’의 주요 악당이 동시에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백 투 더 퓨처’의 엉뚱하기 짝이 없는 브라운 박사로 분했던 크리스토퍼 로이드(왠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정신 병원을 탈출한 후 브라운으로 이름을 바꾸고 ‘백 투 더 퓨처’에서 타임 머신 드로리안을 개발한 게 아닐까 하는 동인지적 상상도 해보았습니다.)와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서 그리마 웜통으로 등장했던 브랫 두리프도 뽀송뽀송한 20대 꽃미남 빌리로 등장합니다.

뜻밖의 초호화 캐스팅이었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기존의 틀이 깨진 것에 대해 고민하며 소극적으로 돌변하기 쉬운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번쯤 돌이켜 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비록 제가 내내 정치적인 잣대로 멋대로 영화를 해석했습니다만 사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마치 코미디와 같은 초반부로 시작해 물 흐르듯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재미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 없는 걸작입니다. 하지만 그 물 흐르듯 전개된 이야기의 끝에는 가슴 서늘해지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을 동시에 갖추기는커녕 그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갖춘 영화가 흔치 않은 터에 오늘은 그 모두를 충족시키는 걸작을 보고 새벽까지 글을 끄적이게 되는 군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