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었다.
 
난 유시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잡게 되어 주욱 한달음에 읽어 버렸다. 1부에서는 우리 헌법 이야기를 2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부는 자신이 장관 등 주요 인사로서 참여했던 참여정부의 실책들에 대해 자기비판과 반성은 전혀 없이 그들 주변의 모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자기 변명의 극치를 보여주는 글로서 별로 논의할 가치를 못 느끼게 하는 글이다. 그나마 1부의 헌법에 대한 이야기는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유시민은 우리 헌법을 Sein(존재)가 아닌 Sollen(당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당위는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 규범화되지 않은 법으로서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것 또는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을 말한다.(집시법 등과 같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 반면 존재는 그 규범이 당위성을 갖던 말던 상관없이 이미 존재함으로써 규범력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유시민은 우리 헌법은 서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그 시민들이 지금의 자신들의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흘렸던 피만큼 우리가 댓가를 치르지 않았음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 반납하는 바람에 책 내용을 정확히 인용하지 못한다.-
 
시민의 천부인권적 권리를 확보하고 실효성을 보장받기 위해 근대화 과정에서 지난하게 추구한 것이 당연히 있어야 할 당위적 권리를 존재하는 법으로 규범화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이들의 저항권의 결과였던 당시 지배계층의 이기적 필요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었던지 말이다.
 
6.10항쟁을 통해 얻어낸 지금의 헌법은 그 두 가지가 적절히 혼합되어 얻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유시민은 그러한 현행 헌법에 규정된 시민의 권리에 대해서 시민들이 아직 충분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음으로 아직 완전한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후불제라고 한다. 아직도 지불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이 완전한 존재로서 규범력을 갖고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여전히 이러한 당위적 권리를 존재하는 규범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 이 역시 정확히 인용하고 싶으나...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럼 우리 헌법은 존재인가 당위인가? 우리 헌법은 성문법주의 하에서 당연히 법적 강제력을 같는다. 어느 독재자나 특정 세력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헌법이 아니다. 정당한 헌법개정 권력이 저항권을 행사하여 얻어낸 존재하는 결과물 즉, 이미 존재(Sein)이며 당위(.Sollen)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헌법을 지켜야 할 자는 대체로 그 특성상 권력자이다. 기본권은 국가로부터의 자유와 국가에 의한 자유가 혼합되어 있다. 어떤 자유이건 그 자유는 대부분 국가의 의지에 의해 박탈되거나 지켜진다. 물론 현대에는 국가와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르는 경제적 지배세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더욱 심각한 현실이지만...
 
하여튼 지켜져야 하는 것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여 이것이 존재가 아닌 당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권리자의 문제가 아닌 그 규범의 수규자들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유시민은 당위와 그 결과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이 말하 듯 우리는 아직 그 댓가를 모두 지불하지 못한 채무자가 아니라 이미 지불하고 그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채권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후불제 민주주의가 아닌 채무불이행 민주주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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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23:19 2010/03/03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