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사재기

from 분류없음 2011/03/16 12:46

나같은 일반인의 머리속은 물론이고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새로운 영상 기술을 이용한 그 어떤 영화보다고 무서운 일이 이웃 나라에서 일어났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무서운 그런....

파괴의 무서움과 놀라움이 한차례 지나고 그 영화보다 더 영화스러운 일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다시 또 놀라게 된다. 실제 구석구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언론에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까지 정화시켜준다. 

 

내가 처음 접한 사재기라는 현상은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 안나왔다...국민학교나왔다..) 4학년인가 5학년인가 였다. 이웅평 소령(?)이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날,  오후 몇시였는데 싸이렌이 울리고 동사무소 스피커에서는 이건 실제상황이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당시 형제들끼리 집에 있었는데 모든 전화는 불통, 엄청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쩝... 당시는 학교에서건 방송에서건 북한은 엄청 무서운 전쟁광이고 언제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주구장창 교육시키던 시기였으니 무서울 만도 했다. 아무튼... 그 날 그 얼마안되는 시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면과 쌀, 통조림 등에 대해서 엄청나게 사재기들을 해댔다고 한다. (우리 집도 한몫했다..)

 

그래 사재기가 좋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이렇듯 감당하기 힘든 공포앞에선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면 마냥 비난만할 수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혹시나 하는 일이 아닌 실제 엄청난 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사재기라든가 혼란을 틈탄 약탈, 범법행위 등의 그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그 재난과 실제 관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제품이 향후 방사능 피해를 입을 것을 대비해  아이사랑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애엄마들께서 일제 기저귀를 마구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대단히 민첩하시며 미래지향적이신 분들 되시겠다. 그런데 무지 쪽팔리고 괜히 얼굴이 벌게진다는.....

 

쩝...하긴 아이가 장래에  훌륭한 미쿡시민이 되어 달콤한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서라면  만삭에 장거리 비행도 마다 않고 말도 안통하는 삼류 병원에서 애를 낳고 오시는 분들이니 이 정도는 별 신기한 현상도 아닌가?(난 처가가 제주도이고 사는 곳은 서울인데 첫아이 임신하고 아이가 백일 넘을 때까지 혹시 급격한 기압변화가 아이에게 안좋을까봐 비행기 못탔다... 흠...다들 용감도 하시다는..)

 

이런 단편적인 현상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반영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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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12:46 2011/03/16 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