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책방을 갈 때 세가지 원칙아닌 원칙을 가지고 간다. 먼저 헌책방에서 책값 흥정 안한다. 이미 충분히 싸다. 그걸 가지고 책이 헐었니 오래된 책이니 하면서 따져봐야 절대 안깍아 줄 뿐더러 매우 없어 보인다. 그냥 여러 권 사면서 얼마냐고 하면 하나 하나 가격을 읇조리다가 에이 그냥 다 해서 얼마줘요 하면서 알아서 깍아준다. 또 하나는 아주 특별히 싸게 사야 할 책이 있는 경우 또는 절판되어 새책을 살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리 구입할 책을 정해서 가지 않는다. 그냥 휘휘 둘러 보다보면 대박을 건지기도 하고 엇,,이 책 보고 싶었던 건데 하면서 사면 된다. 꼭 사고 싶은 책은 그냥 새 책 산다. 그리고 책방 주인장과 몇 마디라도 나눈다. 딱히 눈도장 찍고 얼굴 익혀 다음에 좀 싸게 줄까 싶어서 라기 보다는..흐...어쨌든 인간관계를 넓힌다는 차원에서...(좀 구차하군...) 이상은 헌책방을 즐겁게 이용하는 나의 방법이다. 이상의 세가지를 잘 지키면 헌책방 이용시 정신 건강에 좋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번에는 헌책방 소개를 해볼까 한다. 해당 책방과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경제적 관련으로 광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런 거 없다. 그냥 내가 헌책방을 다녀 보니 헌책 더미에서 책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고, 향수도 느껴지고, 돈도 절약되고 등 좋은 점이 많길래... 혹시 헌책방에 가고 싶은데 주변에 없어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약도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쓴다.

  

이곳은 신림동. 이른바 고시촌이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에서 서울대 방면 마을버스를 타고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정거장에서 내려 서울대 방면으로 200미터 정도 가다 보면 있다. 책방 이름은 할喝 헌책방이다. 喝자를 옥편으로 찾으면 꾸짖을 갈 또는 부를 갈이라고 나오는데 이곳은 이를 ‘할’이라고 읽나보다.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른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입구는 무척 작다. 뭐 물론 들어가도 작다. 하지만 입구 크기로 가늠되는 것보다는 넓다. 이층에도 책이 있는데 손님이 올라가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얼굴 튼지 얼마 안돼 주인 아저씨와는 많이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주인아저씨? 흠... 일단 첫인상은 이른바 먹어준다...표현이 좀 그랬다... 수호지에 나오는 노지심같은 인상이랄까... 박박 깍은 머리가 조금 자라있고 런닝구 차림이시다. 요즘 헌책방이 많이 없어지던데 잘되시냐고 물었다. 아저씨 왈 “흠...운영의 노하우 차이지 푸하” ㅋㅋ 먼가 특별한 운영 방법이 있으신가 보다. 경영비밀일 것 같아 더 묻지 않았다. 뭐 다른 특별한 정보는 없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방문을 추천한다.

 

들어가자 마자 머리 위로 보이는 용필이 형님... 어으 지금 나보다 젊은 시절같다...

 

 

이번에는 좀 많이 구입했다. 아내 생일에 책을 사주려고 갔는데(생일 선물이 헌책이냐고? 쩝...그래도 착한 아내는 좋아해줬다...) 아니 글쎄 이나중 탁구부가 전권 개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ㅋㅋ

낼름 구입했다. 그렇다 난 만화 무척 좋아한다. 에이 다 큰 어른이 무슨 만화냐고 하는 사람에게 위의 이나중 탁구부 절대 추천한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절판이 된 책이다. 흐...나에겐 나름 대박이다. 위의 책들은 2만원에 구입했다.

 

헌책에는 다른 이들의 사연도 엿볼 수 있다. 오래된 정원 마지막 빈 장에 적혀 있는 글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나 보다. 이 메모를 보면서 왜 선물로 받은 책을 팔았을까, 어디가 아파서 입원했을까, 이 책을 병원에 누워 다 읽었을까 등 별 생각이 다 든다. 이렇게 다른 이의 인생에 살짝 걸치는 느낌을 받는 것도 헌책을 이용할 때 느낄 수 있는 메리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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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23:34 2010/05/30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