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증 부채질하는 대중매체

category 감놔라 배놔라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5/06/05 15:58


 

* 이웃 블로그 寒儒詩院과 동시에 포스팅합니다.

 

환자 한 명 없었던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김치 덕분”이라며 김치 예찬론을 펼치던 김치남녀들(?)이 사스 사촌 메르스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군요. 김치 대신 장아찌라도 열심히 먹자고 해야 할 텐데 이제 와서 당시의 방역 대책과 비교하며 자신들이 언제 김치예찬을 폈으며, 언제 1번을 찍었느냐는 식으로 구는데 완전 블랙코미디 그 자체입니다. ‘대한국인’과 ‘조센징’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물론 ‘대중’이라는 현상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이지 이 사회만 우습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언론들이 메르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갔다며 비난을 퍼붓고 시민들이 비난을 퍼붓는데, 참 어이가 없습니다. 개인들이 여행을 떠나더라도 보름 전에는 일정 잡고 교통ㆍ숙박을 예약하고 현지 일정 등을 준비하게 마련인데, 도의원들이 공식적으로 타국에 연수를 간다면 이건 공식적인 국제 교류로서 일종의 외교적 사안입니다. 그걸 준비하기 위해 도 예산을 잡고 적어도 한 달 전부터 경비를 선지출하면서 연수 대상국의 지방 정부와 공식적인 협의를 했을 텐데, 그걸 어떻게 갑자기 변경한단 말입니까?

설사 도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취소한다한들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여기저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지방 정치인들의 특성상 질병을 매개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고작해야 사태를 모니터하고 도정 차원의 대책에 왈가왈부하는 정도가 될 터인데, 전염병은 지역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사안이기에 도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상 없습니다.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공개한 서울시장에게도 비난을 퍼붓는 정부인데, 도의원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연수를 취소하더라도 상대국에 적어도 며칠 전에는 취소 통보를 해줘야 하는데, 5월 하순 당시에도 이 정도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의 원인은 중앙정부에게 있는데, 왜 비난이 지방의회로 전가되는 걸까요?

막연히 대중을 흥분시키고 공격을 하게 만드는 것에는 소위 진보언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처럼 도의원들도 뭔가 작업복처럼 생긴 옷 입고 심각한 얼굴로 회의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있지만, 그것이 실은 순전히 상징적인 연출이고 짧은 말로 ‘사기’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해외연수도 엄연히 의회가 해야 할 일이며, 놀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빡빡한 일정으로 배울 것을 배워 오는 것입니다. 물론 놀다오는 인간들도 적잖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배우지 않고 놀다 오는 행사가 되어버린 수학여행도 없어져야 맞습니다. 해외연수에서 의원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오후에 관광 일정도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지만, 관광을 해야 배울 수 있는 겁니다. 오히려 정치인과 공무원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더더욱 연수 겸 관광을 통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관광과 복지가 별개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들과 노약자들도 관광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으로 연수를 가는 것이 복지와 관련된 활동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무엇보다 경기도의회는 야당이 장악하고 있음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들이 비난을 퍼붓지만, 도의원들이 연수를 취소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봐야 합니다. 이 글은 도의원들을 편드는 게 아니라 언론이 또다시 대중의 막연한 정치혐오증을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8박 9일의 연수가 끝나고 귀국해서도 메르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비난하면 됩니다. 지금 이 메르스 사태가 10일 안에 끝날 것 같지는 않으므로 도의원들이 돌아와서 메르스와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가 나와야 앞뒤가 맞을 텐데 언론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비슷한 기사가 일제히 터져나왔지만, 도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다른 시각의 뉴스가 없는 것이야말로 뒤에서 언론을 움직이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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