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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의 장미

며칠 전 지방자치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이 곳 대구의 선거 결과는 희한하다.
거의 대부분 1번이 당선되었다.
1번은 한나라당이다.
대구가 한나라당의 아성이니 그건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정당과 아무 관계없는 교육의원 선거결과다.
대구시 교육의원 5명 모두 1번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교육의원 후보 순서는 추첨으로 뽑는다.
1번이 한나라당도 아닌데 모조리 1번이 당선된 것이다.
능력이 우수한 사람 5명이 공교롭게 모두 1번을 뽑았을 리 만무하다.
지방자치선거는 로또 뽑기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대구시민들은 1번만 찍는다.
내용에는 관심 없다.
선거에 누가 출마했는지,
후보가 어떤 정책과 공약을 가지고 있는지,
그 후보의 살아온 행적이 어떤지
아무 관심이 없다.
누가 되도 그만이다.
습관적으로 1번을 찍는 시민이다.

그런데 그들은 불평을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서 누가누군지 모르겠다고 한다.
선거 홍보물이 너무 두꺼워 다 읽어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마치 남의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처럼 귀찮아한다.

선거권은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아무리 두꺼워도 누가누구인지 구별해 내야 한다.
사윗감 고르듯
자동차 견적서 비교하듯 그렇게 해야 한다.
고작 홍보물 8장 읽는 것이 뭐가 그리 귀찮은가.

후보가 많으면 좋은 것이지
그것조차 귀찮아하는 시민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시민들의 유일한 권력을
이렇게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50여 년 전, 영국의 어떤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나라는 쓰레기통이고, 국민은 쓰레기라는 말이다.
참 모욕적인 말이다.

독재자는 바란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그리고 천안함 사건 같은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알지 않기를
선거와 같은 그런 제도가 없기를
역사의 모든 독재자들은 이런 멍청한 국민을 원한다.

그런데 대구의 유력 일간지가
시민들의 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멍청한 시민이 되도록 말이다.
신성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를
귀찮고 짜증나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참 대구다운 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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