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3 22:55

굿바이 빈농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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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날은 참 좋은 집이다. 마당이 있어 더욱 좋다. 하지만 볕이 잘 들어도 겨울은 시렸고, 집중호우와 장마가 두서없이 내린 올 여름동안 매우 쪘고, 특히 곰팡이에 속수무책이었다. 돌이켜보니 1년 중 네 달은 참 좋고, 여덟 달은 매우 춥거나 매우 덥거나 매우 습하거나 중 하나. 

 

2009년 10월, 공룡과 완이와 내가 처음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후 꼬미가 두 달간 살았고 그 사이 완이가 나갔고 꼬미가 나갔다. 해가 바뀌어 데반이 들어오고 밤비가 들어왔고 밤비가 두어 달 살고 나간 후에 공룡이 나갔고 유선이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베라가 들어왔다. 유선은 곧 나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살러 왔고 왜 살기 위해 나갔을까?

 

1년 만에 방을 빼게 됐다. 안 나갈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집이 빠졌다.

1년 동안 여덟 사람이 조금씩 서로 겹치게 살았고 그중 나만 모두와 살았다.

1년 내내 떠나 보내기만 했는데 이젠 내가 떠나야 할 때가 온 건가. 

가족 아닌 사람들과 처음으로 살아 봤어. 애초에 잠시 있을 계획으로 들어 왔건,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서든 누군가 빈농집을 떠날 때 어찌나 서운하고 헛헛하던지..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고 또 만나는 게 인생인데 왜 이리 어렵지. 이제 나도 좀 가벼워질래. '정착과 유목사이' 처럼 '동거와 독거사이'의 묘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어.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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