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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8월 10일, 11일 농성장 일기 -농성 70일차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신 대리인 분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8월 10일 수요일 농성 70일차

 

1.

아빠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시는 바람에 열흘정도 농성장을 비웠다가 복귀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 농성장을 이렇게 오래 비우는 경우의 수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의 일이란 앞일을 알수 없을뿐더러, 피해가지 못하는 일이 있기도 하다. 마흔이 되도록 아직도 부모님에게 얹혀 살며, 해고된지 9년, 집에 돈한푼 가져다주지 못하는데 이렇게 아프실 때라도 옆에 있어드릴수 있도록 농성장을 언니와 함께 지켜주신 많은 동지들, 감사합니다.

너무 오래 농성장을 비워 언니가 기운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더 씩씩하고 밝아지신 언니를 보니 동지들이 더욱 고맙답니다.

 

2.

농성장에 12시쯤 도착해보니, 오늘이 수요일이다. 박승희 여성위원장님과 전국실업단체연대 최현미동지를 비롯한 동지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동지들과 맛나게 먹으며 밥심연대를 나눈다.

 

당진 케이티 세라믹지회 지회장님과 정진희 동지가 방문 하셨다. 지회 체불임금 문제로 민주노총 법률원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에 들렀다.

“아산에나 있어야 자주 왔다갔다하지, 농성을 서울에서 시작한 다음에는 마음만 있고 한번 오기가 쉽지 않으니 불안하고 미안하고.”

그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오래간만에 지여공지들 얘기를 했다. 자기 사업장도 법정관리들어가서 어려운것 뻔히 아는데 “언니랑 맛난거 사먹어라.” 봉투를 주고 간다.

 

언니가고 조금후 바톤 터치하듯이 서부지부 사무장동지와 구재보, 조지영동지가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조지영동지는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묻는다. 농성장에 필요한게 뭐있나. 방문해주시는 동지들이 고맙지. 필요한거 없다하니 등떠밀듯 제촉하며 밥먹자고 한다. 서산에서 발레오 촛불문화제 참석하러 오면서 부러 일찍와서 우리 저녁 사주고 가려고 서두른다.

이 모든 연대의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3.

수요일은 혁명기도원 동지들이 오셔서 기도회를 한다. 공교롭게도 수요일마다 일이있어 참석못하다 오래간만에 함께 촛불켜고 기도회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 ‘뜻없이 무릎꿇는’을 함께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마가복음을 읽고 묵상했다.

한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예수에게 물으니 네가 가진것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예수가 답한다. 제자들이 그는 부자인데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다시 질문하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것보다 어렵다고 예수가 답한다. 제자들이 우리는 이미 가진것을 모두 주었다고 말하며 예수를 본다.

 

청년예수가 부자들은 천국갈수 없다는 선언을 한 유명한 일화의 대목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것과 내가 가진것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야 하는것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이길래 내가 가진것을 모두에게 주어야 얻을수 있는 걸까. 알쏭달쏭한대, 그 눈빛은 알것같다. 우리는 이미 가진것을 모두 주었다고 말하며 예수를 보는 제자들의 눈빛. 하니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얻은것입니까. 비록 지금 우리가 누추하여도 이미 진리에 다다른 것이 맞습니까, 그런데 왜 여전히 우리는 고통스럽고 세상은 야만적입니까. 그렇게 묻고 싶지 않았을까.

 

찬송가의 가사 ‘약한자 힘 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처럼, 성희롱당하고 해고된 피해자가 몸을 일으켜 싸우고 있는 우리 농성장에 예수가 함께해서 정의가 산다면 우리의 작은 농성장을 함께하는 동지들의 마음이 신의 뜻이고 영원한 생명이기를. 영원한 생명의 축복이란 소외되고 천대받고 가난한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함께하며 동지들과 나누는 마음이고 실천이라고.

 

농성장에 복귀한 날, 언니의 밝은 얼굴과 동지들의 마음이 풍요롭다.

뒤풀이 함께하신 버리, 지후 님 또 오세요. ^^

 

 

8월 11일 목요일 농성 71일차

 

1.

농성장을 비우느라 7월 수입지출 내역을 블로그에 공개하지 못해서, 가장먼저 수입지출 계산하느라 오전내내 바빴다. 통장을 정리해 보니 누군지 모르는 분들의 지원을 비롯해, 우리 농성장의 운영은 참 신기하다. 가진것 없이 올라와 할수 있는것도 없어서 무작정 여성가족부 앞에 앉아 있는데 부족함없이 운영이 된다. 동지들에게 고맙다.

 

동지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우리는 아직 아무리 현대자동차가 힘이 세도 생산현장에서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희롱 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는 곳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했으니 할바를 다 한것이고, 노동부는 아무리 부당한 해고라 인권위가 판단을 해도 이미 하청업체가 폐업을 했기 때문에 할것이 없다고 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버티는 것 말고 다른 엄청난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언니와 나, 우리 농성장의 생존, 그 자체가 동지들의 힘이다. 그 힘으로 오늘도 산다.

 

2.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관으로 촛불문화제를 했다. 서울본부 담당하시는 유상헌 동지에게 적절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 동지가 늦게 알게된 바람에 준비안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느라 유상헌 동지가 고생을 하셨다.

 

오래간만에 흑석동여성주의모임 분들도 오시고 유성투쟁하다 구속되었다가 얼마전에 풀려난 사내하청지회 양회삼부지회장동지도 왔다. 울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동지들, 사노위 동지들도 오셔서 작은 촛불문화제지만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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