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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9월 19일~9월 22일 법정에서 거짓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음 아고라에 청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고소까지 추가한 뻔뻔한 가해자들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9월 19일 월요일 농성 110일

 

지회에서 오전 10시에 해고자동지들과 언니, 대리인의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함께 참석했다. 내일이면 언니가 해고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상경농성을 시작하기전에 지회집행부가 상경농성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두달가까이 내부적인 논쟁이 있었고, 서울상경투쟁 시작한 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한번도 확간회의를 비롯한 지회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던 참이라 반가웠다. 그동안 지회의 사업, 조합원들의 간담회나 체육대회, 야유회등의 행사에 참석해오지 못해오던 터이고 내심 한번쯤은 여가부앞 농성장앞에서도 지회 조합원들과 하는 행사를 기획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언니 해고1년에 맞추어 서로 격려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비록 농성장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해고자 동지들과 소통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니 반가웠다.

 

문서로 정리해서 보고를 하지 못하고 구두로 보고를 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서로 미루며 “니가 얘기하기로 했잖아. 말해.” 떠밀더니 한동지가 말한다.

“여가부앞 농성장에 가봐도 왜 피해자가 하다못해 점심시간에 1인시위도 하지 않냐. 가봤자 하는 일도 없고, 그냥 놀다가 온다. 왜 대리인은 조합원들이 있을때 자리를 비우냐.” 를 시작으로 해서 애초에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 임단투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본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할거냐, 아산으로 내려왔으면 좋겠다, 유부남들은 2박3일 상경하고 그런거 어렵다, 하루 당일치기로 일정을 잡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 때려죽여도 안간다는 조합원이 있다, 중간평가하고 더 할거면 보고를 하고 계획을 말해야지 소통이 부족하다, 사내하청지회가 부끄럽다고 말했냐, 등등 우리 두사람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집행부는 어차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마무리되야 그 다음에나 성희롱 문제가 해결되지 그전에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며 애초에 이경훈 집행부에 뭘기대하고 임단투까지 한다는게, 말을 흐린다. 그리고 언제까지 서울에서 농성을 할건지 입장을 밝히라고 한다.

 

굳이 서울에서 백일 넘게 상경농성 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 다 까놓고 애기하자며 이런 말을 우리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해고된 조합원동지들이 서울상경농성에 결합하기 싫어할수 있다. 2월경에 다들 해고되었으니 이제 경제적인 어려움도 생기고, 현장을 조직해야 하는데 현장은 출입도 못할뿐 아니라 소통에는 한계가 있으니 답답할 터이고, 날마다 하던 아침 출투도 월, 수, 금요일만 하는 것으로 바뀌고, 당연히 사람마다 집중과 몰입에 편차가 있으니 앞선동 지들은 자기만 손해보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이 투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어떤 투쟁을 할것 인지가 막연하고,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법도 무시하며 기세등등하고, 그러니 기운이 빠지고, 그러니 서울상경농성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투쟁들이 힘에 겨울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런 간담회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방식으로 서울 청계광장 길바닥에서 100일넘게 농성한 여성 둘을 불러서 까놓고 소통한답시고 물고 뜯고 상처내는 것이 우리 조직이 강해지는 방식일까. 너무너무 화가 났다. 감정을 누른다고 누르지만 너무너무 화가났다. 최대한 객관적인 상태에서 서로 감정상하게 하는 말을 빼고 우리 투쟁의 계획을 얘기하자,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지회의 전체 투쟁속에 성희롱 피해자의 투쟁을 어떻게 배치하고 계획할것인지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하고 논의하자고 말하면서 참담하였다.

 

10분쉬고 언니가 자신도 말하고 싶다고 발언을 신청했다.

“조합원들이 왔을때 수정이가 금속노조로 가서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 농성장이 전기가 안들어오고 컴퓨터로 작업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수정이가 혼자 법률대응도 하고 언론대응도 하고 일을 다하니까 농성장에 사람이 있을때 노조로 가는거고, 그것에 대해서는 지원오는 조합원들에게 다 말했었는데, 그래서 다 이해하고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 다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 내가 여가부앞에서 1인시위를 안하는 이유는, 남성동지들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길바닥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벌써 100일이 넘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내가 누군줄 다 아는데 그런데도 거기 앉아 있는것은 나로서는 이미 큰 결의를 하고 싸우고 있는것이고, 이런것도 조합원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100일이 넘게 왔고 그동안 조합원들이 농성을 지원해줘서 고맙다. 서울에서 많은 동지들이 연대오시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도 나는 우리 조합원 한사람이 더 반갑고 좋다. 우리 조합원들이 모두 훌륭하고 정말 좋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

 

언니의 말이 슬펐다.

 

간담회가 끝난후 마침 앞 사무실에 있던 방효훈동지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낮부터 언니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먹었다. 언니는 바로 서울 농성장으로 가고 나는 언론사들이 원하는 자료가 아산에 있어 자료준비해야 해서 남았다. 언니를 보내고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집으로 가서 잤는데, 잠깐 잔다고 누웠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누워버렸다.

 

정세판단이 다르고 주체역량에 대한 판단도 다르고 그러니 전술에 대한 생각이 다를수 있다. 정치적인 판단도 다를수 있다. 그러나 왜 이런 간담회를 했을까. 마치 인민재판 하듯이 해고자동지들은 우리를 앉혀놓고 왜 그런 말들을 했을까. 그렇게 해서 우리조직이 강해진다고 판단하는 걸까. 왜 그랬을까.

 

낮과 밤을 가위에 눌렸다.

 

 

9월 20일 화요일 농성 111일

 

1.

오전에 자료를 챙겨서 한시반쯤 농성장에 도착했다. 어제 오전 간담회 후 오후에 확대간부 회의에서 서울 여가부앞 농성지원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어서 당장 오늘부터 조합원들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결과를 들었다고 언니가 전해준다. 그렇구나.

 

서울에서 연대하시는 동지들이 돌아가며 농성 함께 해달라고 요청해야 겠구나.

 

2.

오후 세시 지원대책위 회의에서는 10월 14일 주점에 대한 계획을 비롯해 여러 가지 논의가 되었다. 신임여가부 장관의 입장도 물어야하고 산재신청 한것에 대한 대응도 논의되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관이 오히려 가해자의 시각으로 4시간 30분동안 언니를 조사하며 오히려 2차가해 한것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한다.

 

금요일 오전에는 민사재판이 있다. 가해자들이 요청한 증인심문이있는 날이다. 특히 민사대응은 감정노동이다. 가해자들의 앞뒤안맞는 거짓말이 뻔한데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은 어렵다. 처음에는 예전에 야유회 갔을때 술먹고 다른 아줌마에게 뽀뽀도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문자메시지 보낸것이 뭐가 성희롱이냐고 했던 것들이 국가인권위를 거치고 재판을 준비하며 점점 더 진화해서 지금은 100페이지가 넘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 일일이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은 했지만, 이제 가해자쪽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뭐랄까, 그냥 거짓말을 하는것과 재판장에 나와 판사앞에서 거짓증언을 하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건의 승패를 떠나서, 내가 가해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손톱만큼도 없지만, 그래도, 이것은 양심과 영혼의 문제가 아닌가. 한 여성을 헐뜯기 위해 바닥까지 훤히 비추는 거짓증언을 하고서 남은 삶이 그들은 행복할 것인가. 인간의 삶이 그래서는 안되지 않는가.

영혼이 천박한 자들을 재판으로 상대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감정노동이다.

 

 

9월 21일 수요일 농성 112일

 

1.

혁명기도원 기도회가 있는날. 7월 20일 시작했으니 9회째 수요일마다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원장 여정훈동지가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기독교단체들이 공동주최로 이주후에 명동에서 공동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후원금도 들어왔다고 신이 났다. 며칠전 잡년행동과는 다른 에너지가 혁명기도원 원장에게도 있다. 밝고 긍정적이고 따듯한 에너지다. 오호, 잡년행동은 어둡고 비관적이고 차가운 에너지라는 말 아님^^

잡년행동은 폭발하는 뜨거운 에너지가 엉뚱한 순간에 수줍어해서 더욱 예쁘지. 세상과 싸우느라 온몸의 기운을 모아 표현하다보면 어느 긴장이 풀어지는 찰나에 숨찬 나를 느끼기도 하거든. 우리가 큰칼 옆에찬 장군은 아니쟎아. ^^

 

오늘 기도회는 박승희 여성위원장님도 함께 하셨다. 마태오 복음을 읽고 있다.

오늘의 장면은 예수가 전파하는 유명한 복음의 내용중 하나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쳐 돌려 대어라.” 그리고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신학의 복음중에 절대로 용납할수 없는 말씀이다. 나는 뭐, 신이될 생각은 없으니까. 죽은자 가운데 살아날 것을 운명으로 태어난 신의 아들과 내가 같을 수는 없쟎아.

기도회에서 함께 읽은 성경구절에 대해 좀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여정훈동지가 오늘은 이 구절이 어떻게 저항하는 자의 철학으로 읽어야하는지 한참을 말했다. 그럴듯했다. 그렇지만 어렵쟎아.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한다는건, 딱보니 힘없는 자들은 그냥 당하고 참고 살라는 말인걸. 그냥 “부자가 천국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것 만큼 어렵다.” 요 복음만 있으면 좋았을걸. 그랬으면 로마 지배자들에게 선택되는 종교가 되지는 않았을라. 계속 때리고 밟으며 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 다니는 이유가 있다니까.

 

 

9월 22일 목요일 농성 113일

 

1.

아침부터 변호사와 앉아 가해자들의 증인심문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씨름을 했다. 가해자들이 조장의 아내와 동료, 그리고 관리자 총무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주심문할 내용을 미리 보내왔다. 주심문하는 내용이 모두 언니에 대한 2차가해다. 언니를 헐뜯고 물고 뜯는 내용이다. 질문을 봐도 이미 그 의도를 알겠다.

 

예를들면 이런질문 “원고 000(언니)가 김철수와 불륜관계인걸 언제알았나요?” 이런 식이다. 단지 직장동료였고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과 ‘불륜관계’라는 표현을 하며 묻는다. 그런데 불륜관계라고 하는 근거가 가해자 조장의 아버님 칠순잔치에 16명쯤의 직장동료가 왔는데 그 자리에 두사람이 모두 왔다는 거다. 완전 어이없다. 이런 질문을 계속 한다. 티비에서 봤으면 코메디라고 했겠다. 대한민국 법이야 원래 코메디지만, 이런 질문들을 변호사가 하고 나면 우리가 반박하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본 사건과 관련없는 질문들이 너무 많으니 대응준비하는것도 어렵다. 물론 사건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한번더 힘들게 하는 악의적인 질문들은 빼야한다고 주장은 하겠지만, 판사가 판단하는것이니 안받아들여질 때를 준비해야 한다.

 

나의 느낌은 이번 사건이 이미 국가인권위의 직장내 성희롱 판단이 있는데다가, 가해자들의 가해행위에 대한 팩트가 정확하니까, 그것에 대한 대응은 해봤자 안되니, 언니가 원래 헤픈여자고 트러블 메이커였다는 것으로 몰고가고 있다.

 

도대체 가해자쪽의 변호사는 여자라는데 돈을 얼마나 받았길래 딱봐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고 국가인권위에서 이미 직장내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사건의 변호를 맡아서 거짓을 편집하며 피해자를 한번더 괴롭히는 일에 앞장을 서는가. 그런 일에 써먹는 것도 ‘지식’인가. 이런짓할려고 법대들어가서 고시공부하고 고시패스했다고 어깨에 힘주며 사법연수원으로 들어갔는가. 최소한의 정의에 대한 신념은 있어줘야 하는거쟎아. 영혼을 팔아 얼마를 받을까.

 

다음 아고라 청원했다는 것을 근거로 가해자들이 언니에게 ‘명예훼손’을 추가기켰다는 소장이 또 왔다.

 

2.

지회집행부에서 언니와 나를 만나러 왔다. 성희롱 문제에 대한 해결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정리될 것이고, 현대자동차는 해결의지가 없고, 그런데 농성을 통해 여론화시킨 성과는 있으니 목표를 정확히해서 농성을 좀더하고 아산으로 내려오는것이 어떠냐는 의견이다. 조합원들이 이 농성투쟁에 대한 동감하는 마음이 떨어져있다고 그러니 복직될때까지 무한정 농성한다하면 조합원들이 더욱 동감하기 어려울거라고 한다. 더불어 다음주부터 한명씩 검찰청 1인시위를 하는데 1인시위후에 농성장지원 올수있도록 논의해본다고 한다.

 

언니는 복직하기 전에는 내려갈수 없다고 하고, 나는 엊그제 간담회에서 때려죽여도 못올라온다고 했던 말을 들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것도 없는데 이 상태에서 조합원들에게 강제로 농성결합을 요구하는것이 맞는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했다. 말그대로 때려죽일것도 아니고, 한두번 간담회 더 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가능한 확간회의에 내가 참석하고 소통을 서로 하고 그다음에 농성지원이든 뭐든 판단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당장 조합원들을 조직하자고 복직될때까지 투쟁한다는 언니의 결의를 11월말이든 12월초든 그때가 언제든 시기를 정하고 그때까지 한다고 조합원들에게 거짓말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언니말처럼 그때가 되었는데도 복직이 안되면 또 내려오라고 할텐대.

 

결국 다음주에 조합원들이 농성에 결합할지 안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결합이 안될때를 대비해서 서울에서 지원대책위동지들 연대동지들에게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켜달라고 조직은 해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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