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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성희롱 맞답니다. 나를 돌려놓으세요”-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농성 한달...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촛불

 

“성희롱 맞답니다. 나를 돌려놓으세요”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농성 한달...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촛불

정재은 기자 2010.12.17 14:04

 

손발이 꽁꽁 어는 날씨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모자를 덮어쓴 사람들은 촛불에 손을 녹이며 16일 오후6시 현대차 아산공장 정문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이날은 현대차 아산공장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가 아산공장 정문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충남지역 차원의 촛불문화제이기도 하다. 

 

회사 관리자, 용역경비들은 한 달 동안 두 번에 걸쳐 농성장을 철거하고, 피해자를 ‘폭행’했다. 가해자들은 성희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기도 했으며, 현대차 사측은 노조 간부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 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일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가해자 2인과 금양물류 대표에게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할 것을 권고, 가해자 정00 조장과 이0 소장에게 각각 300만원과 600만원,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고 이를 방조한 금양물류 업체 대표에게 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가해자 2인에게 인권위의 관련 교육을 이수할 것을 권고했다. 성희롱 피해자가 지난 9월 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한 지 3개월 만의 결정이다.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피해자는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의 사과조차 없다. 피해자는 이날 처음 마이크를 잡고 편지를 낭독했는데, 읽는 도중 울분이 올라왔는지 눈물 섞인 목소리가 떨렸다. 

 

▲  피해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두 명의 노동자가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기도 했다. 성희롱 피해자 대리인 권수정 씨는 피해자의 편지 낭독에 바로 이어 반주 없이 노래를 불렀다. 피해자가 편지를 낭독하는 대신 대리인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심인호 씨도 시린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음정박자 다 틀려도 우렁차게 부르는 심인호 씨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피해자 대리인 권수정 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출입증’을 반납하고 ‘사원증’을 받자며 우회적으로 정규직화에 대해 의지를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9일 1시간가량 의장부 라인을 일시 점거한 동영상을 보며, 회사의 폭력적인 행동을 비난했다. 

 

▲  9일 라인점거 당시 동영상 중 일부. 좁은 계단에서 회사 관리자, 용역경비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싸우고 있다. 여러 통로로 올라온 관리자들이 난간을 올라타며 비정규직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9일 라인점거 당시 동영상 중 일부. 좁은 계단에서 회사 관리자, 용역경비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싸우고 있다. 여러 통로로 올라온 관리자들이 난간을 올라타며 비정규직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  충남노동인권센터 방효훈 소장

방효훈 충남노동인권센터소장은 “비정규직이 일상화되다 보니 이 자체가 얼마나 야만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더 힘을 내 투쟁을 이어가자고 전했다. 오지환 사내하청지회교육선전부장은 울산공장에서 열렸던 1차 특별교섭을 보고하며 “교섭국면이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측은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동성기업마저 선별복직 하려고 한다”며 20일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3개 지회가 공동으로 파업 수위까지 논의해 재파업에 돌입하자고 전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성희롱 피해자 편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출고센타 내에 있는 사내하청 금양물류에서 관리자에게 성희롱 당했습니다. 성희롱 당하고 말도 못하고 힘겹게 혼자서 견디어 오다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 가입하면서 문제를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나의 억울함을 알렸더니 회사는 문제해결을 하지는 않고 오히려 나를 해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금양물류는 폐업해 버렸습니다. 업체는 폐업해서 사라지고 해고당하고 나니 방법이 없어서 일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경비대들과 현대자동차 정규직 관리자들이 밀면서 현대땅에서 나가라고 하고, 그런 과정에서 2번의 병원신세를 지며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다시 자리를 깔고 차가운 바닥에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내가 지금까지 버티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도 나와함께 추위를 같이 해주시며 같이 견디어 주시는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덜 추웠고 하루하루를 지낼 수가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견스럽고 장한 우리 조합원 동지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이번 불법파견제에 맞서 잘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맞고 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도 흘렸습니다. 한번 맞고 두 번 맞고 그러고도 또 공장으로 들어가서 다시 피를 철철 흘리며 맞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얼마나 정규직이 되고 싶었으면, 얼마나 사람대접 받으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었으면 이렇게 싸울까 생각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동지들은 각자가 일한 만큼의 노동의 대가를 원하는 것이고 사람답게 대접 받고 싶기 때문에 반복되는 폭력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추위와 폭력 속에서도 정규직화를 외쳐대고 있는 것입니다. 

 

여자로서 아이 키우며 살던 내가 해고되면서 지금까지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여기는 마치 또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내가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던 일들이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하는 행위들입니다. 폭력으로 밀고, 집단적으로 몰려나와 사람을 때리고 천막은 빼앗아가고 사람을 폭행하는 것은 대기업이라는 현대자동차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못 볼 것을 보았고 순간순간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지 3개월이 지났고 성희롱이 맞다고 인권위는 결정 냈습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은 저에게 사과해야 하고 현대자동차는 내가 인권위에 진정내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는 말이 없습니다. 우리 조합원동지들이 그렇게 싸웠는데, 대법원에서 판결도 났는데 정규직화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여전히 바람 불고 춥지만 저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복직될 때까지 정문 앞 농성을 계속 할 것입니다. 자랑스럽고 장한 우리 조합원동지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복직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 뼈가 부러지고 멍들고 다친 몸이 회복되어도 정규직화가 되지 않으면 다친 마음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제가 복직되어 들어가고 우리 조합원들이 모두 정규직이 될 때까지 우리 모두 힘내서 꼭 정규직이 되서 지금 우리가 당했던 것을 옛날 말처럼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정의의 하나님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약해도 우리가 힘 모아서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 꼭 이길 수 있도록 하나님이 정의를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동지들 힘내세요. 저도 힘내서 정문을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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