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분배’는 ‘인정’에 영향을 준다. [...] 예를 들어, 사회복지를 통해서 ‘소득’을 재분배하자는 제안들은 ‘의미’와 관련된 환원 불가능한 차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 그러한 제안들은 ‘복지혜택을 받는 엄마들’과 ‘세금 납부자’의 경우와 같이, 주체들의 상이한 지위들을 만들어내고, 그에 대해 서열을 매긴다. [...] 만일 ‘불평등 분배’를 시정하는 과정이 ‘무시’를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신분’에 미치는 이러한 효과들이 주제가 되어 다루어지고, 검토되어야만 할 것이다. [...] 이런 상황 하에서는, 그것이 가사노동을 새롭게 평가하는 문화적 변화를 위한 투쟁들, 그리고 그것을 입법화하려는 여성단체들과 결합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복지개혁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정’이 없이는, 그 어떤 ‘분배’도 없다.
다음으로 ‘인정’이 ‘분배’에 영향을 주는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 예를 들면, 남성중심적인 가치평가 유형들을 시정하자는 제안들은 경제적인 함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수혜를 제공하고자 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해가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의 신분을 강화하기 위해서 성매매와 포르노를 금지시키자는 운동들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경제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반면에 여성의 신분을 강화하려는 여성주의자들의 노력에 걸맞은 것처럼 보이는 무책이혼 (no-fault divorce)은 이혼한 몇몇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왔다. [...] ‘무시’를 치유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결국 ‘불평등 분배’를 강화하는 것으로 종결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효과들 역시 검토되어야만 할 것이다. [...] ‘인정’과 관련된 개혁들은 ‘분배투쟁’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분배’가 없이는, 그 어떤 ‘인정’도 없다.”
- Fraser, Nancy. 2014. “정체성 정치 시대의 사회정의: 분배, 인정, 참여.” 『분배냐, 인정이냐』. 김원식 외 옮김. 사월의책. p. 117-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