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3일, 충북에서 밀양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다녀왔습니다.

765kv 송전탑을 세우려는 한전과 싸우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소식을 멀리서나마 접하면서 함께 화내고 가슴아파했지만, 해볼 수 있는 게 별로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그래도 함께 가서 뭐라도 해보자고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밀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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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에는 밤 시간에 도착해서 상동면 도곡마을에 짐을 풀었습니다. 도곡마을은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109번과 110번 송전탑 건설부지로 가는 길목입니다. 최근에 경찰이 공사 현장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상동면 주민들은 이곳 도곡 마을에서 아침 저녁으로 교대하는 한전 인원들을 저지하고 계십니다. 이날은 도곡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 분의 상황 설명을 듣고 다음날 새벽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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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희망버스 출발 전에는 바드리 마을에 결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않던 96번 현장에 공사를 위한 발전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희도 96번 현장이 있는 동화전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도착해서 본 동화전 마을은 상당히 깨끗하고 아늑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붙임성 좋은 고양이(그것도 올 블랙!)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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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전 마을 위로 이어지는 산길을 중간에 쉬어 가며 한참 등반하고 나서, 96번 건설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밀양의 할머니 할어버지들이 그 동안 이 산길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걸 몸으로 막아냈던 거네요. 심지어 농성을 하기 위해 재료를 다 지고 올라와서 구들장이 딸린 집을 짓기도 했고요. 현재는 한산하지만, 이 현장은 밀양에서 송전탑 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이고, 조만간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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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올라오니 헬기로 가져다 놓은 발전기와 경유를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한 경찰들이 머무는 동안 나오는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쌓아놓은 것을 보고, 마을 주민 한 분께서 많이 화를 내셨습니다. 잘 모르는 우리는 산에 쓰레기 버린 것 가지고 뭘 그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산이 아닌 생활 공간의 연장이고, 잘 가꾸고 지켜 나가야 할 장소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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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인지, 다행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일단 경찰과의 큰 충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 모여서 마을 어르신에게 그동안의 투쟁에 관한 설명을 좀 들은 다음, 송전탑 싸움에 필요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경찰 한전 출입 금지"를 알리는 팻말을 써서 여기 저기에 붙였어요. 그다음에 함께 돌탑을 쌓고 비닐이 달린 말뚝을 세웠습니다. 돌탑과 말뚝은 공사 자재를 나르는 헬기가 착륙장에 앉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헬기장 주변에 돌이 많이 없어서 저 아래쪽부터 돌을 날라 왔는데, 이게 진짜 체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어요 ㅠ.ㅠ 버스타고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에 차가 섰는데 다들 자느라 한동안 아무 미동도 없었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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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을 쌓고 그 위에 "송전탑 안돼!" 말뚝을 세우고, 돌 위에 밀양 주민들에 대한 응원의 메세지도 적고, 기념사진도 찍고 다시 내려와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밀양에 가서 경찰이랑 한전이랑 크게 부딪힌 것도 아니고 소소한 일만 하다 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밀양 주민들 곁에 가서 응원의 마음을 보여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쟁하는 어디나 그렇지만, 아무도 우릴 쳐다봐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이란 게 참 무서운 거니까요.

 

전국 각지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밀양 주민들이 더욱 힘내서 싸워서 소중한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송전탑을 꼭 막아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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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6 12:02 2013/11/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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