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가 있는 동네에서

우리가 답사가기 일주일전에 축제가 있었다.

우리는 물론 웹상으로만 봤다.

 

[반지하] 활동가들에게 묻고 싶었다.

동네에서...마을에서의 축제란...?

당신들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딴짓에 빠져서 미쳐 챛기질 못한 거다...ㅎㅎ

그래서 그냥 내생각만이라도 적어보기로 했다....

 

(질문지는 많았는데 정작 건진 것은 많지 않으니...^^;;

 

 

 

 

 



축제에 대하여

[배다리 축제와 청주 두꺼비생명한마당...그리고 나....)

 

(배다리축제는 웹상의 자료로만 보았고, 두꺼비생명한마당은 직접 행사에 참여했었다.
물론 주최측에서 일한 거은 아니고 부스 참가만 했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들 그리고 [반지하]답사 중에 우리들 시원한 캔맥주 한모금에
마음 편하게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적어본다...여전이 구체화되지 않은 문제제기식 나의 질문들이다.)

 

축제...잔치 ...혹은...무엇

 

요즘 우리 주위에는 축제니 잔치니 페스티벌이니 하는 것들이 넘쳐난다.
누구말대로 한국사회를 살펴보면 거의 하루에 하나 꼴로 이런 축제들이 기획되고 진행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기쁘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한번 가볼까 싶은 생각이 선뜻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왜 참여 자체가 망설여 지고
참여한 몇 안되는 축제에서도 그리 힘들고 짜증나고
돈벌기 위해 행하는 일들보다도 더 감정 노동이 앞서는 것일까 ?
즉, 즐겁지도 않은 일을 거의 강제적으로 즐거워해야 할것 같은 노동을

마구마구 부과하는 것이 요즘의 축제들인 듯 싶다.

왜 그런 것일까 ..?

그것은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축제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무기력증...?....왠지 어색한 동정같은 것...?

 

소위 우리 같은 줄서기에서 이탈한 삐딱이들은
왠지 국가 권력이 주는 불편한 보호나 시혜들에 역겨움을 느끼는 것 같다.
가진 자들이 베푸는 동정같은 온갖 시혜정책들은 가뜩이나 힘든

우리들의 삶을 더욱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그 무기력을 기반으로 국가권력은 더욱더 광폭해지는 순환들이,

증폭되어지는 권력의 의지들이 숨어 있는 듯하다.

쉽게 주변을 살펴보면
그런 시혜의 정책, 무조건적인 듯 포장하지만 삶자체를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지배해버리는
내밀한 폭력의 시혜정책들이 넘쳐나는 것이 곧 복지정책일 것이다.
밥한끼 주면서도 온갖 모멸감을 안기는 방식으로 권력을 느끼게 하는 이런 복지정책은
결국 우리나라의 현 복지시스템에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권력의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이 즐겨야 하는 이런 마을 축제에서도

이런 권력의 의지들이 너무나 쉽게 포착 되어진다는 것이고
이를 말미암아 축제들에 참여하는 순간 끝없는 무기력에 동원되는

돼지가 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무슨이야기인가 하면
요즘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하는 가령 인천의 배다리 축제나

청주의 두꺼비생명한마당을 가 보아도 결국은 국가권력의 시혜정책처럼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 줄테니 너는 그저 생각없이 즐기면 되는 것처럼
축제들이 배치된다는 것이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행할 뿐...ㅎㅎ

 

그런 의미에서 과연 축제란 무엇일까 ?
삶을 반영하고  일상의 삶이 축제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
아니 일상의 축제에 삶의 반영, 생활의 반영이란 무엇일까 ?

 

나의 고향은 청주라는 소도시의 변두리 농촌 시골마을이다.
내가 살았던 그리고 나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시골은 전형적인 도시 변두리 어디쯤의 시골이다.
동네 주변 곧곧이 파헤쳐져 농공단지(?)처럼은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곳곳 산허리 쯤이나 낮은 구릉지에는 우후죽순처럼 작은 공장들이 들어서 있고

그들 공장들을 위해 생뚱맞게 찻길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동네들이 새로 생긴 4차선 도로때문에 이리저리 찢어져 버렸고

동네 사람들도 이미 절반은 청주라는 도시로 나가 버렸다.
한마디로 이젠 동네라고 하기에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이미 사라져 버린 마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도시 주변 어디 쯤에 눈에 안띄도록 널브러져 있는 동네이다.
이런 동네의 현실을 보다보면 이젠 고향이라는 정겨움도 없고

딱히 애달프거나 서글퍼지는 감정도 없는
그저 그런 시골마을이다.

 

그런 나의 고향 그 변두리 시골에는
언제나 정기적으로 빼먹지 않고 이루어지는 조금은 지겨울만한 여행과 잔치들이 있다.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이 두번의 여행과 두번의 잔치는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가끔은 창피하기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다.
관광버스 대절하고 술과 고기를 잔뜩 준비한 후에 어딘지 관심도 없는 관광지를 향해

출발하지만 결국은 차안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오시는 여행이다.

어디가셨다 왔어요 라고 물으면 어디더라 ? 하며 반문해서

오히려 물었던 내가 더 당황하게 만드는 그런 여행을 일년에 두번씩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한다.
웃긴 것은 이 여행에는 이미 도시로 이주한

전 마을주민들까지 새벽녁에 동네에 도착하여 함께 한다는 것이다.

잔치는 더욱더 별볼일 없다
이젠 딱히 먹고 싶어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돼지 한마리 잡고 막걸리 잔뜩 사다가
하루종일 마을회고나에서 술잔치를 연다,
이제는 제법 세련되게 노래반주기까정 준비해서 그야말로 광란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고향  그 시골동네의 거나하게 술취하는 잔치다.

누가보기에 별의미도 또 재미도 없는 이런 여행과 잔치가 왜 매년 거르지 않고 행해지는 것일까 ?
심지어는 도시로 이주한 옛 고향 어르신들이 굳이 이런 여행과 잔치에 참석하려고
꼭두새벽부터 불편해 보이시는 몸 움직여가며 찾아 오는 것일까 ?

 

그건 아마도 농사와 아니 농사지으며 살아왔던 그들의 삶과 관련있을 것이다.
고된 농사일 시작하기 직전에 한번의 여행과 잔치
고된 농사일이 대충 마무리 될때 쯤 한번의 여행과 잔치
시작할때는 이제 힘내서 올 농사 잘해보자고 마시고 춤추며 놀고
끝날때는 그동안 고생 많았고 조금 남은 농사 잘 마무리해서

내년에도 잘해보자고 또 마시고 춤추며 노신다.

 

우리가 아니 내가 박제화된 , 구경하는 , 아니 오히려 내가 구경꾼이 되어버리는

축제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과 생애주기들이 녹아 있는 여행같은 축제
허접하고 창피할 정도로 프로그램이고 뭐고가 없다손 치더라도

삶을 함께하고 생애를 함께 보내는 그들에게는
시간이 축적되는 그런 삶처럼
그저 함께 무엇인가를 나누고 마시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축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농사꾼이면 농사의 주기, 농사꾼의 삶의 주기대로 축제들이 열리고
어부면 어부들의 삶의 주기, 생의 주기대로 축제들이 열리는
이런 것들이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싶어진다.

 

요즘 점점더 시민사회단체들의 축제는 삶을 닮아가기보다는 점차로 [권력]을 닮아 가는것 같다.
함께 즐기는 축제가 아닌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부여된

허접한 의미들의 남발만을 일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배다리...[반지하]가 살아가고 있는 그곳에서의 축제 또한, 별반다르지 않은 것 같다.
축제가 끝난지 겨우 1주일밖에 안지나 갔는데
이미 텃밭은 사라져 가고 있고
북까폐는 항시적으로 문닫고 있고
그 많다던 주민들은 이미 그곳 축제의 공간에서는 삶을 영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축제...배다리축제는 왜 하는 것일까 ...?

 

잘은 모르지만 대략 내가 청주에서 겪었던 일들로 유추해 보면 결국
그들은 지역의 주민들을 팔아서 자신들의 욕망 혹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기적인 목적을 채우기 위한
축제의 기획이었던 것 같다.

즉, 축제가 일상의 삶을 반영하지 못했다곤 치더라도
축제가 끝난 후에 바로 정리하고 떠나는 장돌뱅이의 퍼포먼스가 아니라면
결국 축제의 성과들이 지역주민들에게 가고 그 지역주민들이 일상의 생활, 삶속에서
그 축제의 여운, 감흥들이 넘쳐나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외래 관광객들이 빠져나가듯 축제의 기획자들은 그렇게 빠져버리고
이젠 여기저기 지저분한 낙서와 쓰레기로 남아 있는 축제의 뒷 풍경이란 결국
구경만 허락된 그 시혜의 복지적 관점으로서의 축제의 더러운 욕망들만 넘쳐나는 듯하다는 거다.  
 
새로운 축제처럼 과장된 텃밭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도시민들의 장난스런 화단가꾸기보다도 못해져 버리고
책과 문학의 향기로 넘실대던 아니 마을 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향기로운 삶들이

이루어지던 것처럼 보이던 마을 도서관은 한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문화공간(?)이된 것인가...?...싶다는 거다  

 

결국 지역축제에 지역의 삶들이 반영되고 지역에서의 삶들로 남는 것이 아닌
겨우 외부전문가 혹은 의식있는 고급시민들이 잠간 들러 배설하고 가는 또다른 소비공간일뿐
축제는 언제나 그렇게 휘황찬란하게 삶들을 배신하는 것으로 '
그 자랑스러움을 뽐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어떤 축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
그것은 우리의 활동주기 삶의 주기 생의 주기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순간의 흥겨움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써 축제들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부방 발표회는 공부와 아이들의 주기에 맞게 배치되고
공동체의 축제는 관광하기 좋은 계절이 아닌
우리들의 성과물들이 넘쳐서 누군가에게 나누어주어야 하고
그런 우리들이 신명나게 새로운 삶들을 준비할때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도저도 아니면 차라리 축제니 잔치니 떠들지 말고 돈버는 시장이다라고 외치는 편이
보다 더 축제 같지 않을까..?...싶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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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6 21:06 2009/05/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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