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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다만 분홍색 스트로우는,

그 상황들에 부여할  특별한 의미가 없었음에도 마치 제 스스로 필통 안으로 굴러들어가는 듯 했고,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끄집어내어 버릴 수가 없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더디게 탈출을 시도하는 멍청한 엉덩이들은, 결국 지독하게 쓸쓸하다는 것을 상기시켰고,  그래서인지 동유럽의 봄 햇살을 떠올리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튜바 연주자의 숨소리에만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머릿 속엔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만이 가득하다. 어젯 밤 저녁 반찬으로 먹은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는 아무것도 아닌 듯, 어쩐지 현실이 까마득해진다. 

 

그래서일까. 33일째 단식과 묵비를 진행하는 이시우씨의 망가진 1000여통의 필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토요일의 쨍한 햇살 속에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는 평범한 거리의 사람들과 녀석들을 뒤로 하고, 종종 걸음치며 일터로 돌아섰다. 아니, 어쩌면 도망갔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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