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의 여행집을 다시 읽다.

 

 

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삶은 애욕과 노동이거나 애욕의 노동.

 

여행이란 그야말로 자기 몸과 자아와 의식간의 치열한 합병이고 공속이고 일치일 것이다. 어느 여배우의 농담과 같은 통렬한 고백과 같이.

나, 유일한 가족이여........

 

나마스떼.

 

울거라......

삶은 습관이 아니라 백 번 천 번 거듭되는 자기 갱생이니 산산조각 난 상실 끝에서 본성과 실재를 깨닫고, 그 가난과 정화의 힘으로 너를 낳아라. 진실로........

 

살아지지가 않았다. 아침에 눈 뜰때마다 캄캄한 내부로부터 삶불능이라는 붉은 경고서를 받았다.

 

 

그 순진한 공포와 슬픔의 얼굴이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이해할 수 있었다. 계급과 순수 혈통과 피부와 눈과 귀와 음성들을 엄밀하게 따져 선택된 쿠마리의 마지막 관문은, 50마리의 물소 머리를 잘라 넣은 칠흑 같이 어두운 방에서 홀로 지새는 것이다. 소리 내지 않고, 울지 않고, 튀어나와 버리지 않고 홀로 피비린내 가득한 밤을 보내고 나오는 일. 그것이 겨우 다섯 살 혹은 네 살 먹은, 어린 성녀의 밤이었다. 그리고 ㅁ자로 꼭 닫힌 사원에서의 긴 유폐.......

 

나는 아이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 다음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담담한 얼굴로 식당을 찾아 낯선 거리로 나섰다.

 

가끔 삶이 가혹해질 때면 성녀 쿠마리의 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고통을 뱃속으로 삼키는 침묵이 중요하다. 곰으로부터 인간이 될 때까지, 인간으로부터 신에 이를 때까지 지그시 견디는 것이다. 슬픔이 50마리 물소 머리를 끌어안은 것같이 무섭고 깊은 것이라해도......

 

- 전경린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타인의 백마디 깨달음의 언어보다

스스로의 하나로 모아지는 침묵이 더 절실해지는 때.

당신의 묘오의 향연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