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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조그마한 컵안에 담긴 어머니의 틀니를 보았다.
왠지 틀니를 하시고 나서
괜시리 더 늙으신 것 같기도 하고
요즘들어 씹는게 시원찮으니 살 맛이 안난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따끔거렸던 기억이 났다.
행여...
20대의 절반 이상을 운동한답시고
객지를 떠돌았고
집으로 돌아와 뒤늦게 군대를 다녀와서도
예전의 행각에 견주어도 손색을 없을 정도로
속만 썩히는 아들 때문은 아닌지...
틀니에 담겨 있을 지난날 어머니의 서운함과 아쉬움을
아마도 지금의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외면해 왔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니...
기껏해야 이해하는 척일 뿐이겠지...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신다...
예전처럼 다그치지도 화를 내시지도 않고 꾸짖지도 않으신다.
그저 안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다...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니..."
내가 누구에게 상처주기를 사명으로 안고 태어난 사람도 아닌데...
나도 참 비틀어질대로 비틀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내 본의는 아니었다고...
(그렇게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부응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도
가슴 한구석이 자꾸만 싸늘해진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남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가겠다는 말만
입안을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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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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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정이랑 꼭 같구만요.. ㅡ.ㅜ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