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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변혁운동의 전망을 밝힌다!!! -한노정연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한국 변혁운동의 전망을 밝힌다!!!



-한노정연 창립9주기 기념 심포지엄 스케치


발제 : <한국 변혁운동의 전망과 전략> 박영균(한노정연 연구위원)
토론 : 이영수(평등연대 사무국장), 황선길(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
최일붕(다함께 편집위원)
사회 : 박성인(한노정연 부소장)



지난 11월 6일(토)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는 『자본의 ‘위기’와 변혁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창립9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가졌다. 60여명이 참석해 함께 한 이 날 심포지엄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오랜만에 전략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참석한 토론자들 간의 입장차이가 심해 결론을 모아나가는 방식보다는 서로의 정치적 견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 점, 광범위한 주제설정과 포괄적인 논의 진행으로 인해 보다 심도 깊고 첨예한 토론과 논쟁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전략적 문제를 둘러싼 난상토론


심포지엄은 박영균 한노정연 연구위원의 주발제로 시작되었다.(『현장에서 미래를』 11월호를 보시오) 주발제에 이어 논쟁의 포문은 최일붕 다함께 편집위원이 열었다. 최일붕은 박영균의 발제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에 앞서 “오늘 심포지엄은 평의회 공산주의(박영균 연구위원을 두고)와 카우츠키 또는 플란챠스류의 중도주의(이영수 평등연대 사무국장), 그리고 스스로를 국제사회주의 노동당(SWP)의 전통을 잇는 트로츠키주의(최일붕 다함께 편집위원)의 대립”이라며 시작부터 논쟁의 각을 세웠다.

최일붕은 박영균이 발제한 <한국변혁운동의 변혁과 전략>의 핵심적인 문제의식 거의 전반에 걸쳐 대립되는 입장을 제기하였다. 이후 논의는 중심적으로 최일붕이 제시한 의회에 대한 태도, 개량주의와 공동전선의 문제,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혁명정당과 평의회(대체권력) 등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가능한가?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이행논쟁’은 이영수의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의회를 통한 권력 장악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이에 대해 최일붕 편집위원은 “사회주의자는 기존 국가의 접수가 아닌 분쇄의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사회주의자가 의회를 통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회주의를 포기했을 때뿐이라고 이영수의 발언을 쏘아붙였다.

이에 이영수는 “꼭 선거를 통해서만 집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자는 민주주의(개량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자본주의 한계까지 개량적 요구를 밀어붙임으로써 대중들에게 자본주의 한계를 폭로했을 때 사회주의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지 않겠냐”고 응수했다. 이는 평등연대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서구의 유로코뮤니즘을 따르고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한편 박영균은 “혁명의 형태를 미리 재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한 집권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혁명의 승리는 기존 부르주아 장치의 파괴, 대체가 핵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리의 공백을 남기기도 하였다. 즉 “부르주아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당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파괴)하고 스스로를 새로운 대체한다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에서는 둘 다 현재 당내 그룹 소속인 이영수(평등연대)와 최일붕(다함께)의 대립이 이어졌다.

이영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평등연대를 ‘당내 사회주의 의견그룹’이라고 소개하고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회주의자들은 반세계화류의 안티테제가 아닌 사회주의적 대안제시를 위한 사회주의 강령토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일붕은 “민주노동당은 그 구성 토대(노조관료, 진보적 시민, 지식인등등)가 이미 개량적이기 때문에 개조가 불가능하다”며 “오직 민주노동당내 활동의 목적은 당에 주목하는 대중의 조직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최일붕의 발언은 앞선 기조발제에서의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 우경화를 패배의 산물로만 볼 수 없다”는 그의 입장과 사뭇 대조적이어서 청중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좌파정당이며 노동자 계급의 선진적 소수가 지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앞서 “민주노동당이 개량적 관료 등 그 토대부터가 근본적으로 개량적이기 때문에 개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결정적으로 상충하는 것이어서 논리적 일관성을 의심스럽게 했다.


공동전선과 민주노동당 입당전술의 문제


한편 ‘쁘띠부르주아를 주요타격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박영균 연구위원의 입장도 논란이 꺼리가 되었다. (NGO, 민주노동당 등의) 쁘띠부르주아를 타격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 초좌익적 입장으로 비판받자 박영균은 곧바로 “주요타격의 의미는 쁘띠부르주아의 힘을 약화시키고 견인해야 할 세력이라는 의미라며 나는 공동전선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최일붕은 “타격할 대상과 어떻게 공동전선에 함께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박영균 연구위원의 입장은 개량주의와의 공동전선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노동당 입당전술’도 대립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당 전술은 반대”하고 “민주노동당과 우선 조직적으로 분리한 상태에서 선거블럭을 통한 단일 후보전술은 가능하다”는 박영균의 입장에 대해 최일붕 편집위원은 “민주노동당 내 사회주의자는 무시당할 수밖에 없지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노동자, 민주적 시민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내 활동은 유의미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박영균의 선거연합 전술에 대해 “(솔직히 좌파가) 민주노동당을 선거연합으로 강제할 만한 힘이 있냐”며 선거연합의 현실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대중추수주의


한편 이 날 방청객에서는 “노동자운동이 아닌 다양한 계급계층의 투쟁을 우선 지지해야 한다(예를 들어 통일운동, 농민운동, 탄핵때 우익을 반대한 시민 등)”는 최일붕의 발언에 대해 “대중추수주의 아니냐”며 따가운 비판이 나오기도 하였다. 특히 구두 발언을 자청한 한 방청객은 “(최일붕씨의 입장은) 대중들의 운동이 항상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미 지배계급이 주도하고 있는 통일운동과 열우당의 꽁무니에 머무른 개혁시민운동 등)잘못된 대중운동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이 사회주의자의 임무이지, 무조건 지지해주는 것이 능사일 수 있겠냐”고 최일붕의 대중추수주의적 입장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한편 최일붕이 “평등연대는 조직화에서 있어 학생들을 현장으로 이전시키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발언에 대해 이영수는 “비정규직 운동이 노동조합조차 건설하기 어렵고 한명의 활동가가 아쉬운 상황에서 활동가들의 현장이전을 노동자주의인 것처럼 매도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쳐 좌중의 공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 밖의 논점들


이외에도 이날 토론에서는 반세계화, 반제투쟁, 통일운동과 같이 현 정세와 관련한 논점들이 제출되었으나 시간관계상 심도 깊게 논의되지는 못했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이 논의된 ‘혁명정당과 평의회(대체권력)’와 관련한 논쟁의 경우, 논의가 "당이냐 평의회냐"의 지극히 이분법적인 방향으로 흐러갔고, 소비에트와 관련한 교리논쟁(1917년 혁명기에 소비에트에 대한 레닌의 태도는 무엇이었는가)로까지 비약돼 생산적인 논의에 이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심포지엄을 되돌아보며


애초에 이 날 한노정연 심포지엄이 여러 (사회주의)정치그룹들의 패널토론으로 기획되었지만, 각 그룹들의 바쁜 일정과 준비기간의 촉박함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한 것이 어쩌면 청중들에게 식상함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청중들 중에 노동자의힘, 다함께, 평등연대의 기왕의 입장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면 보다 실천적인 쟁점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 유의미했을 것이다.

가령 박영균의 주장, 즉 ‘시민운동에 대한 주타방(타격과 분리)’은 하반기 비정규직법개악저지 총파업 정세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또 어떻게 현실 가능한지 토론되고 또 실천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현 국면에서 ‘비정규직 공대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 그것이 아니라면 그의 주장은 과거 80년대 유행했던 민중주의적 주타방 전술을 변화된 오늘날 현실에 작위적으로 꿰맞추는 관념적 사유에 그치고 말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와 입당전술에 관해서도 좀더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노동당 의회진출이래 대중뿐만 아니라 활동가들까지도 영향력이 상승하고 있는 개량정당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민주노동당이 현실적에서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개량정당에 대한 태도와 입당전술이 논의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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