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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서평 -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한다고?

3-4년 전에 썼던 신문 기고 글인데, 다시 올린다.

 

 

<88만원 세대> 서평 -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한다고?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광고 문구가 이 책을 주목하게 만든다. 경제학자 우석훈과 <말> 기자를 지낸 박권일이 함께 쓴 <88만원 세대>는 IMF 경제위기 이 후 ‘세대 간 불균형’ 문제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문제임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왜 88만원 세대일까?

 

현재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인 119만원, 여기에 20대의 평균 급여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이 다. 그래서 ‘88만원’ 세대다. 더구나 10대는 정상적인 노동계약을 할 수 없고, 대부분 부모 몰래 ‘알바’를 하기 때문에, 언제든 임금 ‘꺾기’나 임금 ‘떼어먹기’에 노출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저자들의 진단은 “자본주의 운영방식을 서양에서 ‘껍데기’만 들여왔기 때문”이다(61쪽).”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10대들의 알바시장에 대한 해법은 ‘속이 가득 찬’ 자본주의다. 국가가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기성세대 반발’이 크므로, 지자체에서 ‘알바 보조금’을 지불해야 한다(263쪽). 스위스나 스웨덴 방식을 도입해서 “공공기관이 청소년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에 대한 사회적 경쟁을 만드는 것”이다(59쪽). 그리고 서구처럼 학교에서 “고용계약서 작성과 노동권리를 학생들에게 즉각 가르쳐야 한다(262쪽).” 이제 10대로부터 이윤을 짜내는 노동력 착취를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요된 승자독식 사회에서 따스한 자본주의로?

 

20대는 어떨까? 저자들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승자독식’(신자유주의) 시스템이 확산되고, 20대가 뚫고 들어가야 할 취업에 먼저 들어간 ‘완전고용 세대’인 유신세대, 386세대(40~50대)들이 갈수록 진입장벽을 높여, 20대의 98%는 비정규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저자들의 대안은 “국민경제라는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공동의 재산 중 일부를 지금 20대를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가 필요하다(277쪽).” 덧붙여 “인간에 대한 예의를 한국자본주의가 배우는 것이 복잡하게 얽혀진 문제를 푸는 첫 번째 단초”라고 한다(304쪽).

저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으로 표현된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저자들의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가보자.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김대중 정부가 부분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는, 노동자 재교육에 10배정도 돈을 더 쓰고, 노동자 창업기금을 10배 늘려야 한다. 스웨덴 볼보사에서 시행한 임금은 낮추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20대에게 정규직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창업보조금 2조원을 사용해 연간 2만 명의 20대가 새로운 기업과 자영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47쪽).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98년 민주노총 지도부와 김대중 정부가 합의한 정리해고 도 입의 고통을, 저자들만 모른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경제정책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저자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승자독식) 비판은 대체 무얼 뜻할까?

 

왜 전직 노동부 장관과 진보신당의 홍세화, 노회찬 씨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다.

 

바리케이드와 짱돌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이 책 어디에도 청소년, 20대의 착취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세대 내 경쟁’과 ‘세대 간 경쟁’이 자본주의 사회(자본-임금노동) 관계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계급적 관점이 없다. 신자유주의 구조개편 속에서 대학이 어떻게 노동력 상품시장 공간으로 작동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 사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자본과 노동계급 사이 의 힘 관계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계급구성’이 변화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들에게는 다만 ‘세대’만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점잖게 타이른다. “혁명? 부모와 자식 사이로 정의될 수 있는 세대 간의 문제가 혁명으로 해결될 리가 없다(299쪽).” 이것 이 저자들이 ‘세대 착취론’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은 청소년, 20대를 향한 자 본의 상품 마케팅 전략인 ‘기성세대를 뛰어넘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것과 유사하다. 20대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안마시고, 커피 전문점 자영업자 사장이 되는 것!

 

 

소고기 정국을 둘러싸고 국가권력에 대항해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청소년들의 꿈틀거리는 계급 적대의 힘을, 저자들은 자본주의 체제 안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미 대통령 선거에서 유행했던 슬로건을 바꿔, ‘꼰대’ 저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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