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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 맞이

사랑밥 낙지쿡을 연지 한 달이 지났네요.

맨날 계산기 잡고 이렇게 저렇게 뚜드려 보고 있는 공룡을 보고 동료들이 킥킥 웃습니다.

 

"다르게 뚜드리면 좀 낫겠니?"

 

그렇습니다.

조금도 낫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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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사람이 뚜드려보면 좀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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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별 다른 결과가 있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식당이란게 그렇다고들 합니다.

문을 연 후에 세 달을 잘 견디고 나야 슬슬 분위기가 잡히고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마을기업이니 뭐든 동네 분들한테 좋은 영향을 드려야 할텐데...

아직은 스스로 서기 연습을 더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한 달 살림을 추스리고 그동안 들인 노력을 돌아보고 손에 들어올 것 같지 않은 임금을 상상하느라 잦은 모임과 대책마련 회의를 했습니다.

 

'아, 우린 웬지 외인구단인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까칠하고 찌질하고 진상이다.'

'그런데도 뭔지 서로 참 좋아진 것 같다.'

 

"어디 가서 이런 괴짜들이랑 놀아볼 수 있을까."

"알면 알 수록 우리 다 천사들인거같어."

"더 가보는거지."

"고생 많았어."

"난 다~ 재밌더라."

 

실은 재미있습니다.

아침에 나와 서로 탱탱 부은 눈두덩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늘 새로운 찌개에 달걀 후라이 비벼 먹는 것도 재미있고 딸기우유 쵸코우유 나눠 먹는 것도 재미있고 꾸벅꾸벅 졸면서 모여 책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땀이 흠뻑 나도록 일을 하고 새로운 손님들과 친해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우리가 모여 말을 섞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일하고 있는 지 그것 참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하루 하루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압니다.

우리를 통해 어떤 흐름이 진동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 재미난 흐름을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관계를 만들고 마음을 주고 받는 재미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그럼 어떻게 품어 함께 놀이에 들어오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지금 사랑밥 일꾼들은 고민은 수입보다 관계인 듯 합니다.

함께 시작한 모든 동료들이 스스로를,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고 낙오자 없이 결승점에 도달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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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신문에 난 사랑밥이약.

쪽방신문에 밥집 기사가 났다.

 

"안녕하세요.

 사랑방 마을기업 밥이 보약 밥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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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보약 밥집은?

쪽방촌 주민들이 용산구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식당으로 주민들이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여기서 나온 먹거리를 기반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운영 계획의 단계에서 공간을 확보해 인테리어를 하고 운영까지 주민들에의해 진행되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동네 가게만들기

1,2 뚝딱 뚝딱~허름한 공간이 망치질하고 용접하고 페인트 칠하고 주민들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변해 갑니다.

3 내부공사에 정신없어요. 전기공사도 마치고 이제 곧 개업~두둥!!

4 개업식! 정성스럽게 준비한 만큼 대박나게 하소서!

5 개업 축하 사진 한컷! 찰칵!

6,7,8 이 곳은 일급비밀! 동네 최고의 맛을 제조하고 있는 주방이랍니다.

 

"쓸고 닦고 칠하고 붙이고,

 쓸고 닦고 칠하고 붙이고~"

 

 동자동의 능력자들이 모여 어두 컴컴하고 칙칙한, 창고 같았던 공간을 환하게 탈바꿈시켰다. 공사현장 노동자의 일당보다도 적은 금액으로 일해준 동료와 기꺼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준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랑방마을기업밥이보약밥집(이하 사랑밥이약)'의 내부공사 예산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과연... 이 돈으로 내부공사를 할 수 있을까? 예산이라고 하는 것이 추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적은 액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없었다. 내부공사 예산 500만원이 2배나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내부공사 최소 비용이 2,000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훌륭하다.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의 예산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함께하는 동료와 이웃이 있었다. 오다가다 음료수 한잔이라도 건네는 손길 하나하나가 사랑밥이약을 탄생시킨 것이다.

 

 사랑밥이약은 자립형 기업이다. 지역민들을 위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밥이약은 개업하기 이전에 이미 소소한 성과를 이뤘다. 내부공사를 하는 동안 지역주민들에게 공사를 의뢰함으로써 소소하게 나마 일자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가게는 언제 하는 거요?" "하기는 하는 거요?" 라는 주변의 관심섞인 우려 속에서 드디어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랑방마을기업 밥이 보약 밥집>입니다."

 

 '거참, 식당이름 드럽게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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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신문 제 4호 <동네 한바퀴> 란에 실린 조승화님의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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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골목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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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우리가 식당을 저질렀을까.

밥이 보약 밥집은 어쩌다 낙지집이 되었을까.

밥이 보양?

해 뜰 때 부터 골목에 나와 해 질때까지 앉아계시는 동자동 어르신들이 한 소리 하신다.

 

"수급자가 먹을게 없잖어."

 

하얀 와이셔츠 입은 회사원들이 가득한 점심시간엔 더 그렇다.

종일 나와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은 유리창 밖에서 손님들의 숫자를 세신다.

 

"여태 열 다섯명 들어갔는데, 그 중 셋은 옆에 짜장면집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들어간거지."

 

아침 일찍 출근을 하면 계단을 펼치고 베너를 세우는데 이것 역시 어르신들이 도와주신다.

식당문을 닫고 다음날 아침까지는 술취한 누군가가 와서 자리를 펼치지 않는지 어지르지 않는지 지켜보다 쫓아주신다.

그러다 가끔 심심하시면 앞마당을 큰 비짜루로 쓸어주신다.

손님이 너무 없을 때는 들어오셔서 잔치국수를 시켜 드신다.

 

된장찌개를 시작했다.

주방장님이 한 어르신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내가 찌개 맛있게 끓여줄께 드셔봐."

"난 반찬 안먹으니까 아무것도 내지 마라."

 

맛있게 한 그릇을 드신다.

엄지손가락을 들고 "최고!"라고 하신다.

 

"쌀이 아주 맛있네, 계란찜도 맛있구, 장사 잘~ 될꺼야!.......(속삭)근데 쬐~끔 쬐~~끔   짠데...괜찮어!!!"

 

어르신 가시고 난 뒤에 주방장이 꼬깃꼬깃 천원짜리들을 들고와 계산한다.

 

"왜 혼자 좋은 짓 해!"

"이번만 그렇게 해. 내가 모셔왔잖어."

 

서비스가 편안해지는데 시간이 들 듯이 손맛이 깊어지는데도 시간이 들겠지.

그래도 예상보다 빠르게 맛이 익어간다.

그건 좋은 일이다.

오늘은 한 가지 좋은 일로 만족하고 접으리.

그리고 김치가 적절히 익으면 김치찌개도 만들어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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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아저씨 나닝구 포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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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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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면 백 명의 회사원들이 이 작은 골목을 지나간다.

그 중 약 오십 두 명은 옆 가게인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그 중 여섯 명이 보물찾기 하듯이 낙지쿡에 들어온다.

 

보기에 좋지도 않고 골목 미관을 헤치는 듯 해서 얌전하고 작은 간판을 걸었더니 여기 이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거의 알리지 못한 모양이다. 

"커다랗고 눈에 띄는 간판"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저렴하고 저해한 간판" 이야기와 몇 번의 논의가 오고 간 후 이 녀석을 불렀다.

현수막 베너라고 불리는 저렴하고 눈에 띄고 적당히 커다랗고 저해한 친구다.

 

이 친구가 길에 서서 조용히 홍보를 하기 시작한 후 백 명의 회사원 중에 약 십오 명이 낙지쿡을 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날엔 그들이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온다.

이제 열한시 사십분 에서 열 두시 삽십 분 까지는 홀이 회사원들로 가득 찬다.

약 한 시 쯤에는 그 모두가 간다.

남산으로 커피 마시러 가는 듯 하다.

 

새로 온 친구 덕에 점심 시간은 알차게 보낸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그 후 오후시간은 어떻게 해야 심심하지 않을까.

"아! 심심해요! 전 심심한게 싫어요!!" 장기 아저씨가 마루에 누워서 투털대신다. 

전단지와 실사출력 광고, 명함 등등 여러가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들리기 시작한다.

다~ 뒤로 하고 밭으로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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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법이라고 해도 좋을까.

무성한 잡초 사이사이에 빨간 고추가 보인다.

비사이로 고추를 따며 웬지 고추나무 곁에 사는 잡초들이 온갖 난관으로 부터 고추나무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잡초들과 영양을 나누느라 고추나무가 좀 작다는 것을 빼고는 이 빗속에서도 병들거나 외로워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비닐 봉다리에 빨간 고추 초록 고추를 담아 재호 아저씨가 식당으로 가져가신다.

다음엔 볶음용으로 초록 고추를 듬북 따가야겠다.

 

엄대표의 집에서 쌀이 한 가마니 올라왔다.

음 이것도 좋다.

식재료들이 점점 알차게 꾸려지는 듯해서 기쁘다.

다음 주에는 장기 아저씨의 '심심함'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겠다.

 

식당과 농장 일꾼 여러분이 주말을 심심하게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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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을 열다

동자동 골목에 밥집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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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날 공용에게 심한 감기를 받아 반쪽이 된 황순애님과 동자동 생불이신 김창현님입니다.

마을기업 농장에서 수확한 감자들과 물안게 속의 낙지들, 소심하게 소개해보는 된장찌개메뉴...

 

 

근 두 달 동안 텅 비어있던 공간에 칠을하고 집기를 들이고 가게 모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되도록 동자동 주민들의 손품 발품이었기에 더디고 어설펐지요.

늦어지는 지원금에,

주변 상인들의 경계와 방해까지.

 

일이 어렵게 풀리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짜증과 비난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개업을 하고 약 일주일의 영업을 해 본 후,

모여 앉아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 모두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장사를 잘 해서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마음 맞춰 일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메뉴에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낮은 가격이라야 누구라도 와서 편히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의 질이 중요합니다.

 화학조미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합니다."

 

"홍보가 부족합니다.

 가게를 열었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홀 서빙을 하는 분들은 기본 예절교육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회의를 통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부분들을 건의하고 고칠 수 있었습니다.

오래 묵은 듯 했던 감정 매듭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더 친근해졌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다시 새 마음으로 일 주일을 가보자고 했습니다.

새 주에는 새 비가 오고 새 해가 뜨겠지요.

주말 잘 쉬고 새 날에 뵈요.

 

된장찌개  5,000원

미니 낙지덮밥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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