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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16
    동자동 골목 지킴이
    밥이보약
  2. 2011/08/06
    배너를 세우다(3)
    밥이보약
  3. 2011/07/30
    밥집을 열다
    밥이보약

동자동 골목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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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우리가 식당을 저질렀을까.

밥이 보약 밥집은 어쩌다 낙지집이 되었을까.

밥이 보양?

해 뜰 때 부터 골목에 나와 해 질때까지 앉아계시는 동자동 어르신들이 한 소리 하신다.

 

"수급자가 먹을게 없잖어."

 

하얀 와이셔츠 입은 회사원들이 가득한 점심시간엔 더 그렇다.

종일 나와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은 유리창 밖에서 손님들의 숫자를 세신다.

 

"여태 열 다섯명 들어갔는데, 그 중 셋은 옆에 짜장면집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들어간거지."

 

아침 일찍 출근을 하면 계단을 펼치고 베너를 세우는데 이것 역시 어르신들이 도와주신다.

식당문을 닫고 다음날 아침까지는 술취한 누군가가 와서 자리를 펼치지 않는지 어지르지 않는지 지켜보다 쫓아주신다.

그러다 가끔 심심하시면 앞마당을 큰 비짜루로 쓸어주신다.

손님이 너무 없을 때는 들어오셔서 잔치국수를 시켜 드신다.

 

된장찌개를 시작했다.

주방장님이 한 어르신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내가 찌개 맛있게 끓여줄께 드셔봐."

"난 반찬 안먹으니까 아무것도 내지 마라."

 

맛있게 한 그릇을 드신다.

엄지손가락을 들고 "최고!"라고 하신다.

 

"쌀이 아주 맛있네, 계란찜도 맛있구, 장사 잘~ 될꺼야!.......(속삭)근데 쬐~끔 쬐~~끔   짠데...괜찮어!!!"

 

어르신 가시고 난 뒤에 주방장이 꼬깃꼬깃 천원짜리들을 들고와 계산한다.

 

"왜 혼자 좋은 짓 해!"

"이번만 그렇게 해. 내가 모셔왔잖어."

 

서비스가 편안해지는데 시간이 들 듯이 손맛이 깊어지는데도 시간이 들겠지.

그래도 예상보다 빠르게 맛이 익어간다.

그건 좋은 일이다.

오늘은 한 가지 좋은 일로 만족하고 접으리.

그리고 김치가 적절히 익으면 김치찌개도 만들어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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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아저씨 나닝구 포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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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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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면 백 명의 회사원들이 이 작은 골목을 지나간다.

그 중 약 오십 두 명은 옆 가게인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그 중 여섯 명이 보물찾기 하듯이 낙지쿡에 들어온다.

 

보기에 좋지도 않고 골목 미관을 헤치는 듯 해서 얌전하고 작은 간판을 걸었더니 여기 이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거의 알리지 못한 모양이다. 

"커다랗고 눈에 띄는 간판"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저렴하고 저해한 간판" 이야기와 몇 번의 논의가 오고 간 후 이 녀석을 불렀다.

현수막 베너라고 불리는 저렴하고 눈에 띄고 적당히 커다랗고 저해한 친구다.

 

이 친구가 길에 서서 조용히 홍보를 하기 시작한 후 백 명의 회사원 중에 약 십오 명이 낙지쿡을 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날엔 그들이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온다.

이제 열한시 사십분 에서 열 두시 삽십 분 까지는 홀이 회사원들로 가득 찬다.

약 한 시 쯤에는 그 모두가 간다.

남산으로 커피 마시러 가는 듯 하다.

 

새로 온 친구 덕에 점심 시간은 알차게 보낸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그 후 오후시간은 어떻게 해야 심심하지 않을까.

"아! 심심해요! 전 심심한게 싫어요!!" 장기 아저씨가 마루에 누워서 투털대신다. 

전단지와 실사출력 광고, 명함 등등 여러가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들리기 시작한다.

다~ 뒤로 하고 밭으로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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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법이라고 해도 좋을까.

무성한 잡초 사이사이에 빨간 고추가 보인다.

비사이로 고추를 따며 웬지 고추나무 곁에 사는 잡초들이 온갖 난관으로 부터 고추나무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잡초들과 영양을 나누느라 고추나무가 좀 작다는 것을 빼고는 이 빗속에서도 병들거나 외로워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비닐 봉다리에 빨간 고추 초록 고추를 담아 재호 아저씨가 식당으로 가져가신다.

다음엔 볶음용으로 초록 고추를 듬북 따가야겠다.

 

엄대표의 집에서 쌀이 한 가마니 올라왔다.

음 이것도 좋다.

식재료들이 점점 알차게 꾸려지는 듯해서 기쁘다.

다음 주에는 장기 아저씨의 '심심함'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겠다.

 

식당과 농장 일꾼 여러분이 주말을 심심하게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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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을 열다

동자동 골목에 밥집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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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날 공용에게 심한 감기를 받아 반쪽이 된 황순애님과 동자동 생불이신 김창현님입니다.

마을기업 농장에서 수확한 감자들과 물안게 속의 낙지들, 소심하게 소개해보는 된장찌개메뉴...

 

 

근 두 달 동안 텅 비어있던 공간에 칠을하고 집기를 들이고 가게 모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되도록 동자동 주민들의 손품 발품이었기에 더디고 어설펐지요.

늦어지는 지원금에,

주변 상인들의 경계와 방해까지.

 

일이 어렵게 풀리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짜증과 비난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개업을 하고 약 일주일의 영업을 해 본 후,

모여 앉아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 모두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장사를 잘 해서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마음 맞춰 일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메뉴에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낮은 가격이라야 누구라도 와서 편히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의 질이 중요합니다.

 화학조미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합니다."

 

"홍보가 부족합니다.

 가게를 열었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홀 서빙을 하는 분들은 기본 예절교육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회의를 통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부분들을 건의하고 고칠 수 있었습니다.

오래 묵은 듯 했던 감정 매듭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더 친근해졌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다시 새 마음으로 일 주일을 가보자고 했습니다.

새 주에는 새 비가 오고 새 해가 뜨겠지요.

주말 잘 쉬고 새 날에 뵈요.

 

된장찌개  5,000원

미니 낙지덮밥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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