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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금욕과 탐욕 속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금욕과 탐욕 속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막스 베버 (지은이), 김상희 (옮긴이) | 풀빛
252쪽 | 223*152mm (A5신)
출간일 : 2006-12-11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서양 근대사에 있어서 개신교가 자본주의 경제 및 사회의 형성에 어떻게 막대한 영향을 했는가를 밝히는 책이다. 저자와 제목, 역사적 의미, 주요 내용 정도만 알고 있던 이 책을 풀빛 철학창고 시리즈의 한 권으로 만났다. 원작은 2부 5장으로 되어 있으나 이 책은 그 중 2부의 1장을 재구성하였고, 문제의 제기에 이어 프로테스탄트의 직업 윤리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배경 지식과 해제가 앞뒤로 붙어 있다.  
 
 저자가 제기한 최초의 질문은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이 종교 개혁을 받아들였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이다. 이에 대한 답이 간단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초기 자본가들이 프로테스탄트를 믿게 된 이유를 금욕적인 윤리에서 찾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종교 개혁은 자유가 아닌 구속의 강화'라고 설명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카톨릭의 권위에 대항하여 부패한 중세 교회의 지배로부터는 자유로워졌을지 몰라도, 종교 개혁 이후 오히려 개인에 대한 매우 엄격하고도 광범위한 지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종교적 권위와 구속의 시대, 이것이 근대 자본주의 사회 형성에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는 것은 종교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정신'의 탄생 원인이 바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임을 지적한다. '프랭클린 정신'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정신은 그 이전의 '경제적 전통주의'와 구별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적게 일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더 매력적이었던 과거의 전통주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을 촉구하는 새로운 정신으로 변모한다. 이 때 '직업은 소명이다'라는 새로운 인식이 유행하여야 했으니, 그 역할을 했던 것이 곧 프로테스탄트. 

 여기에 가장 영향력이 있던 네덜란드의 칼뱅주의는 '예정설'로 매우 유명한데, 저자는 예정설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신이 구원의 대상자를 결정한다'는 이 이론은 카톨릭의 성찬 의례나 개인적인 회개와 참회가 소용없음을 확인하였고, 사람들로 하여금 끝없는 내면적 고립감에 빠지게 하는 동시에 절대적인 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늘 궁금했던 부분. 자신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았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선택받지 못한 사람에 대한 예정설의 입장은? 당시 많은 사람들도 항상 이러한 질문을 제기했던 모양이다. '지칠 줄 모르는 신앙이 곧 은총의 징표를 나타내는 자기 증거'라는 입장에 머물렀던 칼뱅의 사상은,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두가지 특징적인 두가지 권고를 한다.
 
 자신을 선택받은 사람으로 여기고 모든 의심을 악마의 유혹으로 여겨 이를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 의무화되었고, 이러한 자기 확신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수단으로 끊임없는 직업 노동이 강조되었다. '신의 선택을 확신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세속적인 직업 노동', 칼뱅주의의 논리는 바로 자본주의 정신의 가장 큰 토대가 되었던 것이고, 종교와 노동의 결합으로 강화된 자본주의 정신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금욕주의 윤리를 전파한 프로테스탄트로 칼뱅주의 외에도 경건주의, 감리교, 침례교를 꼽고, 그 교리를 자세히 설명한다. 프로테스탄트는 성실하고 신앙심 깊은 노동자를 양산해내는 한편, 정직하게 일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에 대해서는 관용적이었으므로 정직한 부의 축적은 격려되었다. 그러나 '늘어가는 재산가의 줄어드는 신앙심'이라는 말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종교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고, 이제 종교의 고민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청교도들은 직업인이 되기를 바랐다. 반면 지금의 우리들은 직업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마지막 지적은 이 책이 과연 100년 전에 쓰여진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게 한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직업이 가졌던 의미, 그리고 자본주의의 극성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의미는 같으면서도 또한 다르다. 현재 칼뱅주의를 믿지 않더라도, 종교가 없더라도, 200-300년 전 프로테스탄트가 가졌던 직업 노동에 대한 사고는 우리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테스탄트에 의해 형성된 자본주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막스 베버는 또한 '관료제(Bereaucracy)' 이론으로 유명한데, 그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인 '이념형(ideal type)'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수확이었다. 그러나 막스 베버에 대한 설명에서 관료제가 누락된 것은 아쉬웠는데, 전근대 조직 모델을 대치한 근대적 조직 모델로 제시된 이론이라 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에서 빠뜨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함께 소개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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