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몇 가지 얘기

  • 등록일
    2012/03/29 13:41
  • 수정일
    2012/03/30 08:46

1. 엔더의 게임

스터디할 책이었어서 웬만하면 끝까지 읽으려고 했는데,

오지게 재미없다 -_-...

책에서 서술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령 엔더가 다른 소년의 팔을 잡고 잡아당겼는데

무중력 상태여서 뜻밖에도 우주선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는 장면에서,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안 되더라.

마주 보고 잡아당겼다면 무중력 상태고 뭐고를 떠나서

그 소년이 엔더에게 부딪힐 거 같은데.

또 모의전투에서 무릎을 굽히거나 발을 적진 쪽으로 향하면

빙결총에 맞더라도 무릎이나 발만 맞으니까 더 활동할 수 있어서

엔더는 그 방법을 적극 활용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지만, 실전이라면 무릎이나 다리를 꿰뚫고

급소까지 저격할 무기를 쓰지 빙결총을 쓸 거 같진 않아서,

그런 방법은 빙결총을 쓰는 모의전투에나 특화된 꼼수 같았다.

그런데 이후 훈련도 그런 식으로 하니까 저게 뭐하는 건가 싶더라고.

이런 식으로 집중이 안 되고 잡생각이 들어서, 

훈련받는 상황이 내겐 지루했는데, 책 내용이 훈련의 연속이니 이건 뭐......lllorzlll

주인공을 왜 하필 어린이로 했는지도 모르겠더라.

어린이여서 겪는 제약이나 갈등, 어린이이기 때문에 엿보이는 특색 따위가 없는데

나중에 버거네 행성까지 가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는 설정임을 ㅅㅅ님께 들었지만,

그 설정을 없애고 성인 주인공으로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_-...

환상게임이라는 것도 뭐하자는 게임인지, 그걸 왜 하는지 모르겠고.

밸런타인이나 피터가 하는 행동도 걔네가 천채적인 글재주로 글을 썼더니

사람들이 감화되고 걔네는 유명해졌다는 정도인데,

책 속의 세계 정세 같은 게 감도 안 와서 더 재미없고.

이런 식으로, 책 속에서 쟤네들이 뭘 왜 하는지 파악이 안 되어서

나중에는 내가 이 책을 왜 보고 있나 싶을 정도.

고전 SF 명작으로 꼽힌다는 작품인데 너무 심하게 까는 거 아닌가 싶지만,

뭐 하나 나한테 와닿는 게 있어야 재밌다고 하지 ㅠㅠ

 

2. 청춘의 덫

이영애가 좋아서 <불꽃> 볼 때도 느낀 거지만,

김수현 드라마는 참 말이 많다.

대사로 처리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소리까지 다 한다.

그 밖에도 대본이 탄탄한 것 같진 않아서

(일테면 자식까지 낳은 사실혼 관계인데다

강동우가 서윤희랑 굉장히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데도

직장 사람들이나 노영주가 전혀 몰랐다는 설정?)

배우 덕을 많이 본 드라마 같다.

드라마나 영화는 대본만으로 승부하는 매체가 아니라고 느꼈다.

한편 서윤희 역을 맡은 심은하를 보면,

기름한 눈썹과 청초한 눈매와 단아하게 다문 입술이

내가 봐도 애처로울 만큼 고와서,

기품 있고 귀티가 흘러서,

노영국(전광렬 분)이 느닷없이 목을 매도 수긍이 가더라.

상황만 놓고 보면 황당한데 저만한 미인이면 나라도 그러겠다 싶달까?

한편으론 심은하가 소교보의 모델로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청순한 이미지인데 가슴속엔 불과 독기가 똘똘 뭉친 캐릭터였으면 해서.

 

3. 언어학과 언어철학

ㅇㅈㅇ가 언어학과 언어철학의 차이를 이렇게 말하더라.

언어학은 언어현상을 잘 설명하는 원리라면 실재 여부를 떠나 ok지만

언어철학은 그 원리가 실재 여부를 탐구한다고.

처음에는 '그럴 듯해 보이는 설명이라도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싶어서

언어철학 쪽이 그럴싸해 보였지만,

언어철학에선 '빨갛다'와 '사과'가 결합해서 '빨간 사과'라는 의미를 이루는 걸

신기하게 여긴다는 얘기를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빨갛다'라는 단어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잖아.

빨간 게 무엇인지 가리켜야 하잖아. 그 가리킨 물건이 사과인 거고.

대체 그게 왜 신기하지;;;???

꼭 [백마는 말이 아니다]를 보는 기분. 너무 어려워 lllorzlll

뭐, 그렇다 해도 언어학이나 언어철학이 교류하는 게 좋을 거 같긴 하다.

언어학자가 미처 짚어내지 못했던 맹점을 언어철학자가 짚을 수 있을 테고,

언어철학자가 미처 생각 못했던 점을 언어학자가 지적할 수 있을 테니까.

(이건 꼭 언어학자와 언어철학자한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4. Sign, Sense, Reference

ㅇㅈㅇ가 청강했던 언어철학 강의에서

강의했다는 내용도 대충 들었다.

Sign은 언어표현이고, Sense는 언어표현이 지칭하는 관념, Reference는 실물이란다.

예를 들면 '고기'라는 단어는 Sign이고,

우리가 '고기' 하면 떠올리는 게 Sense,

실제로 먹는 고기는 Reference라는 거다.

여기에 구체적인 사물을 말고 '재미있다' 같은 단어를 갖다붙이면,

이야기가 복잡해져서 헷갈린다.

ㅇㅈㅇ는 마사토끼 만화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마사토끼 만화가 재미없다.

이건 ㅇㅈㅇ와 내가 '재미있다'고 분류하는 실물, 즉 Reference가 달라서일 거다.

그러면 ㅇㅈㅇ와 나에게 '재미있다'는 단어와 연관된 Sense도 다를까?

...ㅇㅈㅇ한테 들을 땐 나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정리하려니 뭔 소린지 도로 헷갈리네 -_-;;;

하여튼 저런 경우 Sense가 같으냐 다르냐가 한 학기 강의의 주제였단다.

처음 저 얘기를 들었을 땐

같은 단어여도 어감이 다른 경우가 떠올라서(예 : 빨갱이) 

Sense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ㅇㅈㅇ의 지적을 듣고 보니(정확하게 어떤 지적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재미있다'는 저마다 재미있어 하는 게 달라도 같은 단어라고 인식되는 반면에,

'빨갱이'는 그렇지 않다, 정도의 얘기였던 것 같다.

다시 말해, 내 ㅊㅇㅃ가 "김대중은 빨갱이다"하던 때의 '빨갱이'와

ㅇㅈㅇ가 자기를 '빨갱이'라고 지칭할 때의 '빨갱이'는 아예 다른 단어일 듯?)

Sense가 같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라는 단어는 사실 '나한테 재미있다'는 의미여서

저마다 재미있게 여기는 것, Reference가 다르다 해도 문제가 없는 거 아닐까 하고.

이 얘기를 하자 ㅇㅈㅇ는 '나'라는 단어의 Sense도 같을 듯하다고 했다.

만약에 '나'라는 단어의 Sense가 다르다면

"엄마, '나'가 뭐야?" 하고 자기가 질문했을 때

엄마가 "너한테 '나'는 ㅇㅈㅇ야."라고 대답하지 않겠냐면서.

이 정도로 얘기는 마무리되었고 그게 흥미로워서 메모는 하는데,

쓰면서도 헷갈려서 아리까리하다. 어려워.

그래서인지 ㅇㅈㅇ도 끝까지 청강하지는 못했다더라 6=ㅅ=`.`.`.

 

5. Chomsky 언어학?

Chomsky 언어학 얘기도 ㅇㅈㅇ한테 들었는데,

ㅇㅈㅇ가 알아먹기 쉽게 설명해줬는데도

(ㅇㅈㅇ는 설명을 알아먹기 쉽게 잘하는데, 그럴 때 무지 멋있지 /ㅅ/ )

당췌 뭔 소린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발화과정이라고 여기는 순서는 이렇단다.

(이하 용어는 내가 이해하기 쉽게 쓴 것이지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다.)

[생각] -> [문장 구성] -> [발화]

즉, 생각이 있고서 그걸 표현하기 위해 문장이 구성된다는 인식.

그런데 Chomsky의 이론에선 그 순서가 이렇단다.

[문장 구성] -> [생각]

[발화]

문장이 먼저 구성되고 그 뒤에 생각이나 발화가 이루어진다는 거.

(생각이나 발화 중에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안 따지는 모양)

이게 무슨 소리여;;; 저렇게 발화가 이루어지는 게 가능한가;;;?

임홍빈 교수는 그럼 무한한 문장이 구성된 뒤에

거기서 자기 생각에 알맞은 걸 하나 고른다는 소리냐며 황당해했다던데.

ㅇㅈㅇ는 Chomsky 언어학에서는

모어 화자라면 누구나 정문을 사용할 줄 안다고 전제한다는 얘기도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의문이 생겼다.

모어 화자인데도 비문을 비문인지 모르고 쓰는 사람이 있는 건 어떻게 설명되지?

규범문법과 자연문법이 다르다는 반론이 있다는 설명을 들어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규범문법이 주변 사람이나 교육을 통해 익히는 문법이라면

자연문법의 정체는 뭐냔 말이지.

내가 아는 거라곤 ㅇㅈㅇ한테 들은 정도가 전부지만,

Chomsky 언어학은 뭐랄까.

이론은 있는데 그 이론을 입증할 방법을 모르겠다.

반례 같은 걸 언급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식으로 넘기려는 듯한 인상이고.

과학이라는 건 반증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이건 뭐 입증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주장 같아 6-_-`.`.`.

 

6. 이런 논문도 있구나

Chomsky 언어학이 90년대 이후 하향세로 접어들어서인지,

Chomsky 언어학을 까는 학자도 많은 모양이다.

ㅇㅈㅇ가 Chomsky 언어학(정확히는 그 언어학을 소개하는 강연)을

아주 대놓고 까는 논문을 보여줬다.

이 배(생성문법론의 은유인 듯)가 난파하게 되더라도

촘스키 자신이야 크게 후회할 일은 없다.

꽤나 많은 선원들을 휘하에 거느리며

반 세기에 이르는 행복한 항해 일지를 마감한 셈이니까.

다만 그를 믿고 승선했던 선원들의 신세가 처량할 뿐이다.

(문경환, <'주류파 언어이론'의 단면도> 中)

이 정도 표현이면 키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lllorzlll

저 논문으로 내 머릿속 '논문'의 Sense는 혼란 상태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