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6/0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5/26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Newer Entries Older Entries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View Comments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양이 되렵니다.

초원을 뛰놀며 풀을 뜯는

소, 염소, 말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도롱뇽도 되렵니다.

깊은 산 속 깊은 어둠을 힘껏 밝혀내는 반딧불이도 좋겠어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전 갯벌의 바지락도 되어볼랍니다.

누구누구네 집에서 양식하는 그런 것 말고

짠물 바다 축축할 때 올라와

흑색의 진흙 머금다가

결국 가난한 손에 잡혀 맛있게 사라질 그런 반지말입니다.

 

어쩌면 논에서 자라는 벼가 되어도 좋겠어요.

하나의 내가 결국

여러 나와 나를 닮은 다른이로 될 때

우리 운명 깨닿더라도요.

 

너무 멀긴 하지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아마존의 나무도

저 사막의 선인장도 좋을 것 같아요.

아스팔트의 장미나 민들레도 감사하지요.

 

하지만 체온 없는 쇠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긴 싫어요.

생명 없이 나더라도

쇠바퀴 달린 의자라면 영광이지만요.

 

나무가 되어 잘려버려도

퍼런색 종이따윈 되고 싶지 않아요.

작은 아이 보살핌에 잘아갈

오동나무, 소나무, 잣나무 구별 없이 커나가 베어지더라도

크레파스 범벅되어 찟기고 태워질 스케치북 될지라도

퍼런색 종이따윈 사양이에요.

 

하지만 말이죠

다시 태어나지 못 하더라도

다시 태어날 저 생명에 거름되는

재가 된다면

 

다시 태어나지 않더라도

만족할께요.

기뻐할께요.

감사히 살아갈께요.

 

그렇게 살아갈께요.

 

꼭 살아갈께요.

2006/05/26 02:23 2006/05/26 02:23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