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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분류
    일기
  • 등록일
    2016/03/27 16:30
  • 수정일
    2016/05/01 18:00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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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먼 옛날 같다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시간은 누군가 고랑을 간 밭이나 자글자글하게 주름진 천처럼

그 시간을 넘어 가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어딘가를 오르고 걷고 쉴 틈 없이

누군가는 시간이 활을 벗어난 화살 같다고 하지만

 

시간은 그저 흘러가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의 노동과 고뇌와 슬픔이 채워져야 시간은 흐른다

나는 한 순간도 생각을 멈춘 적이 없고 호흡도 멈춘 적이 없다

숨을 쉬어야 시간이 흐른다

공기의 무게를 견디는 몸이 있고 그 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내가 있다

그 무게에서 해방되어 본 적이 없다

 

때론 반칙 같은 순간

술기운이 나를 현실에서 먼 곳으로 인도할 때나

내 곁에 잠시 머무는 애인의 얼굴을 바라볼 때

나도 시간을 잊고 그도 나를 잊을 때

 

하지만 시간은 그저 흘러주지 않는다

잠에 들어서도 나는 긴 꿈을 꾸고

잃어버린 길을 헤매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전에 눈을 뜨고

생이 순례길 같은 것이라면 

발이 부르트거나 바람이 세차도 걸어가야 하는 것

 

매일은 허무하게 저물지만

시간은 대가 없이 흘러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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