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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5
    한 코메디언의 죽음
    사람
  2. 2010/02/23
    왜 달리는 포장마차인가(7)
    사람

한 코메디언의 죽음

코메디가 아니라 코미디가 맞는 말이고 그래서 코메디언이 아니라 코미디언comedian이 맞는 말이라는 사실을 안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도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제맛인 것처럼 그는 왠지 코메디언이라고 불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다들 개그, 개그맨이라고 하지만 개그와 코미디는 마치 칼라사진과 흑백사진만큼이나 다른 느낌이다. 

 

비실비실 배삼룡. 

 

TV 오락프로에서 연예인, 아이돌 흉내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조금 불편하고, 내 아이는 저런 짓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지만, 고백하건데 아들 둘에 막내인 나는 배삼룡 흉내로 가족들의 귀여움을 꽤나 많이 받았다. 다섯 살 무렵 우리 집에도 드디어 텔레비젼이라는 게 들어왔고 그 당시 그가 어떤 코미디를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늦은 저녁 이부자리에서 내가 배삼룡 흉내를 낼 때면 웃으시던 부모님 얼굴만큼은 눈에 선하다.   

 

국민학교를 들어가고(난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를 다녔다) 토요일인가 아니면 일요일인가, <웃으면 복이와요>를 틀어놓고 아무 근심걱정 없이 바보상자를 들여다보고 있던 그 시간. 그때도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이 나와서 뭘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오후의 나른함만은 기억에 남아 있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지 않나 싶다.  

 

바보연기, 슬랩스틱이라고도 한다는 몸개그의 원조를 꼽히며 한국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렸던 그는 80년대 종적을 감췄다. 빵구똥구가 불편한 분들처럼 저질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는 그의 코미디를 저질이라며 출연을 못하게 했다. 누가 저질이고 누가 빵꾸똥구인지야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서인지 그를 생각할 때면, 그의 코미디 앞에 '슬픈'이란 형용사를 붙여야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말년에 외로웠고 불우하였으니, 장례과정에서도 병원과 입원,치료,장례 등의 비용 문제로 마찰이 있었던 모양이다.  

 

난 그와 생전에 만나본 적도 없고, 철이 들고 그를 좋아한다거나 존경한다는 생각도 한번 해본 적이 없지만 왠지 그의 죽음 앞에 미안하다. 뭔가 많이 빚을 진 느낌인데 그 부채를 상환받을 당사자가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내 할아버지, 아버지와 생김새와 체구가 닮았고 그래서 나와도 많이 닮은 배삼룡. 오늘이 발인이라고 한다.  내 동심의 우상, 내 유년의 슈퍼스타 배삼룡의 영전에 삼가 술 한 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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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달리는 포장마차인가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만들어 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제야 뭔가를 끄적이게 되네요.

 

이 동네는 면식이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아 살짝 겁도 나고(제가 당췌 부끄럼이 많아서), 천성이 게으른 탓에 꾸준하게 잘 할 수 있을가 걱정이 앞서지만, 솔직히... 뭐 안되면 말고, 하는 심정입니다.

 

혹여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지 몰라.. .게시판 제목 '달리는 포장마차'는 예전 <사람> 월간이었을 때 잠시 제가 연재하던 꼭지 이름이기도 하고, 다른 동네에 있는 제 개인 블로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뭐 대단한 의미는 없고 주량을 넘어 폭주를 하게 되는 포장마차에서의 술주정, 객소리를 하는 공간 쯤으로 편하게 생각하자는 자기최면인 것이죠. 

 

물론 이 게시판을 통해 사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람> 편집부에서 알리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해볼 생각입니다. 함께 <사람>을 만들고 있는 동료도 꼬시고 있는 중이고, 구치소에 있는 전 편집인 박모 씨도 출소하면 게시판 하나 줘볼까 합니다.

 

이제 막 들어오는 3-4월호 원고를 초벌교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3번 정도 교정을 보니까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에 가깝지요. 대부분의 잡지는 서점 진열을 위해 3월호의 경우 2월 중순에 발간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서점 판매가 워낙 부진하기 때문에(쩝!) 그냥 3월호는 3월 초에 발간하죠. 어쩌면 3월호를 3월에 내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발간을 앞당기려는 노력은 일찌감치 그만 뒀습니다.

 

그래도 늘 <사람>에 실린 좋은 글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스럽고, 바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중한 글을 써주는 인권활동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미안함을 덜고자 하는 알리바이의 일환으로 이곳에 블로그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적어도 세 번 술마시면 한 번은 끄적이자는 굳은 결심을 해봅니다. 앞으로 달릴 일만 남았습니다. 하하하   

 

-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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