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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 1980년 5월 18일 -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자꾸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518, 정태춘 - 

수상 소감 **

 
안녕하세요?
5.18 민중항쟁기념 제 3회 서울 청소년 백일장 대회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게 된 경기여고  3학년 정민경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큰 상에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고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예상 밖의 관심을 보여주셔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워 집니다. 더군다나 27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그 일은 민감한 일이기에 수상소감을 써내려 가는 제 손길이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해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6살 때까지 광주에 살다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5.18은 어려서부터 그 시절을 겪으셨던 주변 어른들에게 들어왔기 때문에 ‘그날’에 대한 저의 관심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읽고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제 시의 원천이 되어 주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 만화가 강풀님의 ‘26년’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5.18이라는 커다란 사건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 한분 한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 시를 써내려 갈 때면 항상 그 상황 속에 인물이 되어 봅니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때면 제가 써내려갈 시의 배경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직접 겪어본 세대가 아니기에 부족하기만 한 작품이지만 제가 느낀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아 ‘시’라고 칭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제 글을 단지 마음으로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채워야 할 것이 많은 상자에 너무 화려하게 포장이 된 것 같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큰 상에 보답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상식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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