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0년 황석영의 장편 소설 <무기의 그늘>을 읽었는데, 이 소설은 대학에서 거의 필독서처럼 선배가 후배에게 권장하던 소설이었다. 나는 작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사이공의 흰옷>과 황석영의 이 소설이 나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무기의 그늘>을 읽기 전에 아마 고등학생이었을 텐데 황석영의 단편 소설집<아우를 위하여>를 읽은 기억이 있다. 30년도 더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지만 아주 인상적인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리어카를 몰고 여러 동네를 다니며 넝마주이를 하는 노인이 어느 날 부자 동네 골목에서 리어커를 끌고 가고 있는데,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어떤 마나님이 넝마주이를 불러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었으니 어디 가서 잘 좀 묻어달라면서 황소처럼 큰 죽은 개와 돈까지 몇 푼 쥐어 주는 것이었다. 노인은 이게 웬 횡재냐 생각하고 같은 넝마주이들을 모아 마을 뒤 벌판에서 죽은 개를 끄실러 막소주를 마셨다.
 
밤이 되어 얼큰히 취해 비틀거리며 리어커를 끌고 동네로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같으면 집집마다 불을 켜 환한 마을이 오늘따라 시커멓게 어둡고 불을 켠 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궁시렁거리며 리어카를 몰고 마을로 들어간다.
 
노인의 마을은 판자촌으로 노인이 일을 나간 사이 모두 철거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현재 우리 신세가 이 넝마주이 노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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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57 2019/05/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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