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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 내 시선은 애써 당신의 눈빛을 외면했다
두려웠다. 혹 사랑에 빠졌다고 할까봐
길을 걷다가 내 곁에서 발걸음 같이 하는 것도
두려웠다. 혹 수배자의 애인으로 지목 받을까
땅 끝 어느 작은 공장에서 땜질을 하면서도
소식 한 번 전하지 못했다
모질지 못한 성격에 눈물이 앞설까봐
약속은 계약이 아니라 말하며
그리움에 미어지면서도 당신 이름 한번 다정히 부르지
못했던 우리의 사랑은
짙은 밤 안개, 비처럼 뿌리던 날
암호로 주고받던 긴 호흡이었다
헤어지는 밤 길, 아쉬워하며
눈가에 맺히던 별 빛 선연한데
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못했다
그 해 겨울, 우리들의 가난한 사랑
그 보잘 것 없는 순간마저 빼앗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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