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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제 어떤동지는 패자의 부끄러움을 토로했다. 그 앞에서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자괴감으로 받아안는 것은 오히려 쉽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악순환의 고리와 체념의 분위기를 의식적으로 떨쳐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싸움은 대체 어디서 만들어지겠는가

........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산은 무너지고 이제 오를 산이 없다 한다

깃발은 내려지고 이제 우러러볼 별이 없다 한다

동상은 파괴되고 이제 부를 이름이 없다 한다

 

무너진 산
내려진 깃발
파괴된 동상
나는 그 앞에서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암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파도에게 나는 물어본다
파도는 하얗게 부서질 뿐 말이 없고 나는 외롭다
바다로부터 누구를 부르랴 부를 이름이 없다
꿈속에서 산과 깃발과 동상을 노래했던 내 입술은 
침묵의 바다에서 부들부들 떨고 나는 등을 돌려 
현실의 세계에 눈과 가슴을 열었다

 

기고만장해서 환호하는 자본가의 검은 손들

 

그 손을 맞잡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패자들의 의기양양한 얼굴들
기가 죽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노동과 투쟁의 어제를 입술에 깨물고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들

 

나는 애증의 협곡에서 가슴을 펴고 눈을 부릅떴다
하늘은 보이지 않는 장막 그러나 나는 보았다
먹구름을 파헤치고 손짓하는 무수한 별들을 
아직도 그 뿌리가 뽑히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그리고 날벼락에도 꺽이지 않고 요지부동으로 서 있는 불굴의 바위들을
저 별은 길 잃은 밤의 길잡이이고 
저 나무는 노동의 형제이고 
저 바위는 투쟁의 동지이다
가자
가자
그들과 함께 들판 가로질러 실천의 거리와 광장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 끝이 보일 때까지 
역사의 지평에서
의기도 양양한 저 상판때기의 검은 손들을 지우고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린 투쟁과 승리의 깃발이 나부끼게 하자

 

 

이념의 닻

 

대중은 혁명의 바다

죽은 듯 평시에는 잠담하다가도

때를 만나 바람을 타면

사잡게 노호하고 험한 파도 일으킨다

그 파도 제방을 만나면 제방에 이마를 부딪치고

그 파도 바위를 만나면 바위에 이마를 부딪치고

산산조각 하얗게 부서져

한 목숨 혁명의 바다에 바친다

 

그렇다 산에 들에

혁명의 꽃이 만발한 것은

이념의 닻이 대중의 가슴에 뿌리를 내릴 때이다.

 

 

 

메일을 뒤지다가 1년도 훨씬 넘은 것이 마치 어제 받은 것처럼... 그것은 편지와 달라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시와 메세지들을 그때는 왜 그렇게 무심하게 넘겼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혁명적 이론 없이 혁명적 실천은 없다. 혁명적 실천이란 혁명적 이론이 계급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일 게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2003.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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