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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에게

어떤 후배가 작년 겨울에 목에 감고 다녔던 줄무늬 목도리를 지하철에서 발견하고는 검은 매니큐어를 발랐던 다른 한 후배의 얼굴도 동시에 떠올랐다. 답답한 회의를 지켜보다 새벽에 갔던 엠브란스병원 응급실 바닥의 바퀴벌레도 기억났다. 그 병원에서 연희동 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고시원 문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포스트잍에 쪽지를 써서 붙이고 나오면서 이미 나는  손을 탁탁 털었다.

만약에 다시  찾아온다면 외면을 할까 또 다시 굳은 얼굴로 마주볼까.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서 그녀들의 원망을 상상 해본다.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나름대로 격정적인 4년을 보낸 그 공간이 마음에서 멀어진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편한줄 몰랐던 그때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꽂고 다니는 생활이, 도서관 쇼파에서 낮잠 자는 날이 수업듣는 날보다 많은 그 일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랬다. 

며칠전에 친구 작업실에 갔는데 그 곳의 냉기와 코를 찌르는 기름냄새가 나를 쳐다보는 친구 표정만큼이나 친숙했다. 빨간 종이비행기가 그려진 명함과 그림들은 힘좋게 나를 작업실 문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선후배 동기들 동아리 교수 작업...

되살리려하지 않으면 안 떠오를줄 알았던 기억이 죄다 머리속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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