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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8호> 다섯 달째를 향해 가는 전북 버스파업

 

다섯 달째를 향해 가는 전북 버스파업

 

 

수십 년 동안을 한국노총 어용노조 하에서 살아왔던 전북 버스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여름의 일이었다. 버스노동자들은 식사 시간도 없이 하루 15∼16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하며 월 150∼60만원의 임금을 받아왔고, 사고 비용을 노동자 본인이 부담해왔다. 이것도 모자라, 버스 자본가들은 노동자 1인당 1천5백만 원 이상, 많게는 3천5백만 원에 이르는 엄청난 임금을 체불했다. 그럼에도 썩을 대로 썩은 한국노총 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노련)은 그 임금 체불분의 지급을 포기하는 대신 1인당 100만 원씩의 위로금 지급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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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노동자들의 망루 위 단식농성 (사진=참소리) 

 

썩어도 너무 썩은 어용노조

 

이를 구체적으로 보자면, 노동법은 연장근무·휴일근무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버스자본가들은 승무수당·근속수당·CCTV 수당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해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왔던 것이 드러났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자노련은 응당 되찾아와야 할 임금체불분을 고스란히 자본가의 호주머니로 다시 찔러 넣어준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렇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팔아먹은 기만적 합의에 대한 보상으로, 어용조합장들 스스로의 임금을 월 70만원씩 인상시킨 것이다.

 

정말 썩어도 너무 썩었다! 분노한 노동자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전북고속을 시작으로 각 사업장에 민주노조가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기 시작했고, 전북 19개 버스회사 중 11개 회사에 민주노조의 깃발이 올랐다. 그리고, 7개 버스회사가 12월 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돌입할 당시, 그 누구도 이 동지들의 투쟁이 넉 달을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업을 처음 경험했으며, ‘근로자’를 ‘노동자’에 대한 높임말이라 생각해왔던 동지들, 태반이 민주당 지지자이며 민주당원까지 상당 수였던 이 동지들이 이토록 가열찬 투쟁을 벌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투쟁하고 있는 본인들도, 연대하는 동지들도 말이다.

 

파업 속에 눈 뜬 계급의식

 

그러나 쌓여왔던 분노는 거대했고, 처음 해 본 파업은 동지들의 분노를 일거에 폭발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는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이를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했고, 시청은 전세버스를 대체차량으로 투입했고, 용역깡패와 경찰, 시청은 한몸이 되어 3차례에 걸친 공권력 침탈로 버스를 탈취했다.

 

이것은 쌓여왔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고, 여태껏 가져왔던 민주당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부수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버스동지들의 계급적 정치의식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고양되었다. 자본가, 국가(시도 및 중앙정부, 노동청 등), 어용노조의 유착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민주노조’라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비례해, 자본가들의 탄압 역시 강해져갔다.

 

많은 지역에서 운수자본가들이 그러하듯, 전북 버스자본가들은 지역의 막강한 토호세력이다. 이들은 작년에만 150억 원이 넘는 운행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막대한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50억 원이 넘는 엄청난 노동자의 혈세가 외부감사보고서 한 장 없이, 달랑 자본가들이 제출한 서류에만 근거해 엄청나게 부풀려져 지급되어졌다는 것이 버스파업을 통해 드러났다. 타 지역에는 일반화되고 있는 카드체크기로 수입창구가 단일화되지 않고 현금요금통이 여전히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역시 자본가들의 착복을 위한 것이었다. 보조금을 부풀리기 위해 적자타령을 하는 자본가들이 그 보조금을 다 자신과 일가친척의 호주머니로 착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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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호세력 버스 자본가를 충실히 비호한 민주당 지방정부 (사진=매일노동뉴스)

 

권력을 쥔 민주당의 본 모습

 

아무리 자본주의가 자본가를 위한 체제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인식이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버스노동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 동안 도로를 행진하면서 스스로의 요구와 버스운영의 실태를 시민들에게 알려나갔다. 처음 ‘왜 추워죽겠는데 파업을 하고 지랄이냐’라고 파업노동자들을 비난하던 시민들 역시, ‘저놈들이 다 쳐먹었구만’이라며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사태의 책임이 진정 누구에게 있는가를 알게 되면서 우호적으로 돌아섰고, 비판의 화살을 시도당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시장, 도지사, 시의회, 도의회, 국회의원 등 모든 행정/의결기관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산층과 서민의 당’이라는 민주당은 충실히 자본가를 비호했다. 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진 정동영이 시장과 도지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해도 민주당이 자본가와의 유착을 끊어내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기에 불가능했다.

 

버스노동자들에게는 지금껏 자본가와 어용노조, 국가에 속아왔다는 집단적 자각이 형성되었다. 한 버스 노동자의 말을 빌리면, “지금껏 버스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천하게’ 살아오다가 이제야 의미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말이다. 결국 버스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버스소유권, 사업면허권 몰수와 완전공영제 실시>라는 계급적 대안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본가들이 하등 쓸모없는 인간들이라는 것, 그들 없이도 버스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노동자들의 통제와 감시 하에서 더욱 잘 운영될 수 있다는 것! 전북 버스파업은 ‘파업에는 혁명의 괴물이 숨어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조 운동의 현상태를 극복해야

 

문제는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상황이다. 전북 버스 파업은 민주노조 운동의 현 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넉 달째를 넘어 다섯 달째로 향해가는 파업은 이미 질래야 질 수 없는 투쟁이 되었다. 4달을 버텨온 동지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한국노총의 핵심동력 자노련이 흔들리고 있고, 이것은 정부의 노동통제정책까지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연대파업을 조직했어도 몇 번을 조직했어야할 상황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2월 25일 전북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는 고작 3천 명이 모였다. 버스동지들은, “우리가 전국노동자대회는 처음 겪는데, 전국노대라니까 3만 정도는 올 줄 알았다”고 말한다. “그 동력으로 버스자본가들 다 박살낼 줄 알았다”고 한다. 버스노동자들이 그렇게 믿었던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현재하고 있는 것이란 ‘투쟁채권 판매’이외에 없다.

 

왜 우리는 이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 생산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가. 관료들 때문에? 맞다. 그러나 반만 맞다. 관료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연대파업을 만들려는 구체적 노력과 의지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파업은 수많은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 진실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타락한 실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현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을 알았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기에!

 

- 백종성 (사노위 전북위원회 사무국장)

 

(2011년 4월 1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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