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1회소감3

6. "장애인이니까 인정해줘야지....이 말속에 차별있다...."

 

1) 핑크펠리스 인가 허는 영화 얘기가 나왔다. 40대 중반의 장애남성이 한번도 총각 딱지를 떼본적이 없는데, 어렵사리 서울 와서 하는 일이 성매매 현장에 가는 것(으로 끝난다는).

 

박대표는 이 얘기를 하면서, "장애인이니까 인정해 줘야지..."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 말 속에는 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표는, 성매매는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장애인이니까 성폭력을 해도 인정해야 된다는 것은 또다른 차별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장애인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 인권을 침해하면 안된다."

 

2) 또다른 예는 섹스자원봉사. 장애인이 무조건 베풂을 받아야만 되는 것인가? 인간으로서, 평등한 인격으로서의 만남이 그런 '자원봉사'로 가능할까? 1회성일 뿐이다... '자원봉사자'(주로 여성)의 인권은?

 

박대표의 생각이 신랄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장애남성과 (비장애)여성 중에서 권력과 지배력은 장애남성에게 두어져 있는 사회현실에 대한 신랄한 지적이자 성찰의 결과를 얘기허신 거다....

 

박대표는 덧붙인다. 미국인가에 '성치료사'라는 게 있는데, 발기불능을 치료하는데 동원되는 여성이다. 의사는 진단만 하고(당신 발기불능이야), 치료는 가진 것 없는 유색인종 여자들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발기불능 치료의 결과로 선전되는 게 '그남자의 자신감을 찾고, 그래서 경제활동이 원활해졌다'는 것이라는데, '성 치료사'라고 할 때 '성'은 '남성의 성'일뿐 '여성의 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성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에는 여성들을 수단으로 해서 남성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참 환장헐 일이고 우라질 세상이다....

 

3) 게다가 장애인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어떤 여성의 사례가 얘기 와중에 나왔다... 그녀는 장애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 얘기도 못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빌어먹을! 남성과 여성의 지배-피지배 권력관계의 논리는 모든 사회의 구석구석에 마치 공기처럼 스며 있다.....

 

'장애인이니까 인정해 줘야지....' 하는 사회의 편견이란, 장애인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장애남성에 대한 배려이고 그것은 결국은 가부장제/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지배권력논리의 일환일 뿐, 사실상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아니라는 점,

그리고, 사실상 장애/비장애 '여성'들을 영원한 식민지로 고착화시키는 남성중심의 사회지배수법이라는 점이 분명한 그런 이중의 비하/차별적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중의 차별.... 그러니께,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자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을 말함이다....

 

 

7.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비친고죄'란다. 본인이 스스로 사건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전화 등과 함께 대책위를 꾸려서, 7년간에 걸친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사건화되었는데(강릉 웅촌리사건), 가해자 7명 중 3명이 처벌되었다고 한다....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정책이나 법은 각 장애여성의 개별성을 모두 다 고려하면서 존재해야 하는데, 그러한 점들은 모두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큰 문제로 지적한다.

 

 

8. "나는 언제나 피해자는 아니다...."

 

오랫동안 이성애 중심, 사회적 편견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박대표는 '내가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박대표는 '장애인임에도 살아야 할 권리 문제'에 대해 생각할 계제가 되는 사례로서,

<엄마가 장애 아들을 죽였다>는 사건에 대해, 장애계쪽과 여성계쪽에서 입장이 갈려서,

장애계 쪽에서는, 장애인임에도 살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여 장애아들을 죽인 엄마를 처벌하라는 입장을,

여성계쪽에서는, 여성처벌은 여성억압이라는 입장을,

각각 내면서 서로 싸웠는데,

박대표는 이렇게 싸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부를 향해서 같이 싸워야 될 일이지 이게 무신 양쪽이 대립할 문제냐는 거다.

참 공감되는 말씀들이다....

 

 

9. "내가 만약 비장애인이 된다면....?"

 

모든 관계나 환경이나 내가 사는 조건이, 그리고 나의 활동도 모든 것이 장애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장애인 아니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애인은 없어져야 될까?.... 안 없어질 것 같다.....

미국인 어떤 사람은, 비장애인인 자신의 몸이 너무나 자기가 정체성으로 갖기에 불편해서 러시안가 어디로 가서 자기 신체의 일부를 절단했다고 하는데..... 장애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장애를 선택할까? 비장애를 선택할까?

박대표는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장애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장애의 정도로서 얘기되는 중증이냐 경증이냐도 무엇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는지에 대해서도,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사안들이다.

 

장애/여성... 그녀들은 장애인이자 여성이다.

장애인으로서의 자기자신,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자기자신.... 그녀들이 장애/여성으로서 '공감'하기를, '공감'에서 함께 스스로를 더 잘 알아나가기를, 그리고 그녀들이 서로간의 차이를 공감하고, 차이 속에서 또한 함께 사는 길을 더 많이 공감하기를....

그래서 나도 그러한 차이들의 일환으로서 차이를 더 잘 인지하고, 그녀들과 함께 사는 길을 더 많이 공감하고 찾아낼 수 있기를....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영화 <오아시스>와 <조제와 호랑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박대표의 얘기도 중요하다... 둘의 공통점은 '장애여성이 세상을 만나는 데는 꼭 남성이 매개가 된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오아시스에서는 성폭력이 있다'는 점이란다..... )

 

(나는 박대표 얘기를 들으면서 어느 순간에 그냥 울음이 나왔는데, 대성통곡헐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삐질삐질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박대표는 시종일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담담하게 자기의 이야기와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비까지 퍼붓는 길을 오시게 한 무지함을 나중엔 우리가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 걸로 만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