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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야 죄가 없죠. 그러나...

EM 님의 '월드컵이 뭐가 잘못인가'에 관련된 글

 

 

월드컵이야 죄가 없죠.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공좀 찬다는게 뭐가 죄이겠습니까.

월드컵을 만든 사람들이야

우리나라에 대추리가 어떻고 FTA가 어떻고 그런거 알기나 하겠습니까.

월드컵이 평택농민들 몰아내려고 열리는 것도 아니고

100원짜리 축구공 껍데기 만들려고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 [넘버3]에 이러너 대사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 대사는 좋습디다)

최민식과 한석규가 놀이터에서 피터지게 싸운 다음에 그네에 앉아서 하는 얘기던가...

"죄가 뭔 죄가 있냐? 죄진 새끼가 나쁜새끼지."

 

월드컵이 뭔 죄가 있겠습니까.

월드컵을 그딴식으로 써먹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죠.

축구 좋아하는게 뭐가 잘못입니까

축구말로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죠.

재밌는거 틀어주는 테레비가 뭔 죄가 있습니까

재밌는거만 보라고 사람들한테 혹세무민하는 놈들이 나쁜놈들이죠.

 

분명, 축제는 재미있습니다.

이 축제가 어떤 상황에서 열리고

이 축제가 어떤 사람들을 짖밟으며

이 축제가 어떤 이유에서 열기가 조장되는지

모두 생각하지 않으면 축제는 정말로 재미납니다.

 

저는 제 앞글에서 여러분들에게 '바보'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그랬습니다. 어물쩍 넘어가지는 않겠습니다.

예. 지금의 조장된 열기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바보 맞습니다.

그냥 즐겁기만 하다면 바보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보넷 블로거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대로 '바보야'라고 적습니다.

그 말 한마다만으로도 자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도 기억이 나네요.

월드컵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월드컵 열기가 안생긴다고, 표가 덜팔린다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러다 폴란드를 이기고나니 시청앞이 미어지고 온나라가 난리가 났습니다.

16강, 8강, 4강 올라갈 때마다 흥분했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축구에 대한, 경기에 대한, 승리에 대한 기쁨과 기대였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2006년 새해가 밝자마자 MBC 뉴스데스크는 독일현지에서 새해인사를 하고

월드컵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황우석의 기만적인 사기생각이야 어떻든, FTA와 홍콩투쟁이 어떻든

축구로 마구마구 몰고가서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월드컵은 죄가 없습니다.

원래부터 4년마다 열리기로 되어 있는것이니까요.

공차는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응원하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러나 그 축제 뒤에는 항상 지금을 위해 희생당하고

지금의 흥분때문에 매장당하고

지금의 광란때문에 삶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100원짜리 공껍데기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죠.

월드컵은 죄가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국풍 2006는 분명히

지배층에 의해 조작되고 조장되고 부풀려진

과잉열기의 의도적 우민화 목적이란건

너무나 거부감나지 않습니까?

 

저도 아마 오늘밤에 축구를 보게될지 모릅니다.

축구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그들이 조장하는 시청앞에는 나가지 않습니다.

 

혹시, 시청앞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찌라시를 뿌릴 생각이라도 있다면 모르지만

그래야 하는 것이 '월드컵의 열기를 이용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일지 모르지만

2002년에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서 몇몇이 했던 것처럼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자발적이지 않은) 광란의 자리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그냥 방구석에 있을랍니다.

 

p.s EM님의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약간 다른 이야기같아서 첨언합니다.

저는 '자본과 권력에 의해 조장된 이상한 월드컵 열기'에 관한 문제제기였고

EM님은 '월드컵 자체에 대한 거부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신 것 같습니다.

모두 비슷하고 옳은 이야기입니다만, 조금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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