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열린우리당 타도했다. 됐나?

지난 5월 초,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촛불을 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모처럼 있는

- 황우석집회와는 다른 의미의 - 촛불이라 어떤 형식이 되어가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평택의 사정을 대충 들어서 알고 있기에

그 곳에서 조금의 소식을 더 들을 수 있을까 해서 갔다.

 

가서... 당황했다.

민주노동당의 깃발과 민주노총, 몇몇 대학교 학생회에서 터져나오는 구호.

"열린우리당 타도하자"

"5.31 선거로 심판하자"

지랄하고 자빠졌다. 난 이게 한나라당 집횐줄 알았다.

 

이게 민주노동당이 외칠 구혼가 싶어 혼란스러워하다

같은 색 조끼를 입은 산악회 스탈의 무리들이 포진해있는 것을 봤다.

아... 그런거구나. 이제 선거때구나.

물론 평소에는 복장을 통일하지 않고 깃발만으로 참석했을테지만

(최소한 민주노동당은 그렇게까지 기회주의적이지는 않으니까)

자치단체에, 자치의회에 한명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건 좋지만

구호는 그렇게 외치는 것이 아니다.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만 기억한다.

기억나는 것은 대개 구호나, 노래나, 플랭카드나 그런 것들이다.

플랭카드와 피켓은 언론이 좋아해서 두고두고 보시라고 찍어두니까 보이는 것이고

뇌리에 바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구호다.

 

자... 나는 행인이다.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연단은 보이지 않고

'저거 뭐래요?' '아~ 평택에 대추리라고 있는데요 미군기지가 확장하면서... 군인이...'

설명은 길고 구호는 짧다.

대충 '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한다고 농민들을 몰아냈구나' 정도는 바로 안다.

그 때 들려오는 구호들.

'열린우리당 타도하자!' '531선거로 심판하자!'.

행인은 돌아선다. 아니, 그냥 그대로 지나간다.

'아. 이번 531선거때 열린우리당은 찍지 말아야지'

그래서 한나라당 찍는다. 왜일까?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감성적이다.

그들의 정치 지지방식은 '감동과 실망'이다.

그들은 연애하듯이 정치를 하며, 감동하면 표를 주고 실망하면 등을 돌린다.

대선때 문성근의 연설에 감동받고 부화뇌동 분위기에 후끈 달아올라

'대~한민국'을 지금도 외쳐대고 있는 그 정도의 부류들이다.

조금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조금 더 개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미 민주노동당의 편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것 같다.

이들에게는 감동과 실망은 방식이 아니다. 투쟁과 전진(이었으면 한다).

 

그나마 감동과 실망도 관심이 있을 때서야 효과가 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관심도 없다. 정치 쳐다보기도 싫다.

한나라당에서 아무리 개같은 짓을 하고 패륜스런 일이 발각되어도

이미 무관심하기 때문에 별 관심없다. 그놈이 한나라당인이 열린우리당인지도 헷갈린다.

그런 행인에게 들려오는 저 구호들은 그대로

'아. 열린우리당 나쁜놈이군. 찍지 말아야겠다'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그 자리에서 대놓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주세요'라고는 못하고

(그렇게 할 경우 대단히 큰 분란이 일어날테니까)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익을 보고는 싶은데

결과적으로는 조선과 동아 사이의 집회장에서 한나라당 응원을 해준 꼴이다.

 

자, 원하는 대로 됐나?

원하던게 이거였나? 어쨌건 열린우리당 선거에서 심판했다. 좋나?

 

난 민주노동당을 비토하는게 아니다.(지금 욕은 좀 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기에 답답한 것이고

하필 선거때 보여준 답답함이기에 중얼거려본다.

 

지난 선거때, 민주노동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고 열린우리당 찍었던 사람들

이번에는 투표 안했다.

몇십년동안 동원되어 투표장에 갔던, 인생의 일상이었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투표했다.

감동은 희석되고 실망이 팽배한 자들은 이탈하여 한나라당 찍었다.

아직도 희미한 기대를 가지고 있거나, '빨갱이는 좀...'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을 것이다.

 

차라리, 더 빨개져라.

선거에서 이기고 싶었다면

더 빨개져서 더 분노하고 더 투쟁하라.

그리고 유세장에서 당당히 구호로 외쳐라.

"민중고통 먹고사는 정치인들 물러가라!" 정도라도.

"미군기지 확장이전 민노당과 막아내자!" 라고.

(그런 선거홍보물이나 거리유세도 못봤다. 그저 기호와 00회 총무 정도명함뿐...)

 

....

지난 대선때 조갑제가 한 말이 기억난다.

'한나라당이 딱 중도라고 선언해라. 그러면 오른쪽은 다 먹는다'

어설프게 따라한 신자유주의좌파 열린우리당, 망했다. 따라할걸 따라해라.

민주노동당.. 어정쩡해지면 안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