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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에게 우측통행은 죽음의 통행 [메디컬투데이 펌]

 




 

 
 
"지하철을 타면 살아서 돌아가는 게 감사하다…. 발 한 자국만 더 디뎠으면 레일 밖으로 떨어질 뻔 했다"

지하철역 내 우측통행이 시행됐지만 시각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 돼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에스컬레이터'의 바뀐 방향에 대한 시각장애인 대책 마련에는 팔짱만 끼고 있다.

시각장애인 나사렛대학교 음악목회학과 이상재 교수는 "얼마 전 동대문운동장역 안전유도블록을 따라 걷다 역 레일 밖으로 떨어질 뻔 했다"며 "우측통행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지하철 통행은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방향이 바뀐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아닌 에스컬레이터도 있어 이젠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불안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시각 장애인들은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잡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방향이 바뀌면 지팡이를 왼손으로 옮겨 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대안으로 이용하라는 엘리베이터는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버튼을 찾는데서부터 몇 층에 내려야 하는지 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위치도 역사마다 달라 엘리베이터는 에스컬레이터보다 못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자 안내 블록도 인식을 하기엔 점이 작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

점자를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은 사람마다 다른데 경우의 수를 따져보지 않고 작은 점자를 만든 것이 문제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운행은 아직 전부 우측통행으로 바뀌지 않아 뒤죽박죽이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1~4호선에 설치돼 있는 52대는 운행 방향을 바꾸기 힘든 구형이라 지금도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

5~8호선 27대는 교체 계획이 잡혀 있지도 않다.

27대는 까치산역 4대, 여의나루역 2대, 왕십리역 4대, 불광역 4대, 노원역 2대, 고속터미널역 3대, 대림역 4대, 남구로역 4대 등으로 각각 혼잡한 역으로 정상인은 우측통행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은 습관적으로 우측통행을 해 사고 위험에 노출 돼 있다.

교체 예정이 없는 27대의 에스컬레이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표시도 없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11일 3호선 고속터미널 역사에 가본 결과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히 좌측통행 중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우측통행으로 착각하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를 때 밑으로 내려오는 사람과 접촉 사고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음성 안내나 기타 표시는 마련돼있지 않았으며 복잡한 역사 안에 안내원 또한 부재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근 팀장은 "장애인을 위한 안내인은 역내 1명 이하며 점검을 해본다고 말한지 두 달 째인데 국토해양부와 지하철 운영측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소장은 "지하철의 우측보행은 장애인의 보행권과 이동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범 사업이다"고 꼬집으며 "장애인에게 통행 방향이 바뀌는 일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만큼 공청회 등의 절차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했지만 국토해양부는 그러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 메트로와 국토해양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메트로 김정환 차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책은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며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시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국토해양부 교통안전과 신재영 사무관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엘리베이터로 많이 간다"며 "최대한 안내원을 배치 하려 노력 중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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