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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독후감2-어느 과장님

내 책을 읽고 나를 꼭 만나고 싶어하는 분이 있다고 아는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만나서 따질 게 있단다. 나를 쉬운 남자로 만들면 안된다고 조금만 튕기다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ㅋㅋ그냥 바로 쉬운 남자가 되었다. 우리 집까지 그 친구와 함께 전화한 다음날 달려왔다.

 

어느 중견기업의 과장으로 일하는 분이었는데, 어제 밤새 내 책을 읽고 울었다고 한다. 갸우뚱했다. 울 일은 없을 텐데...그랬더니 데려 온 친구 비함이가 말하길, "원래 감성이 풍부하셔서 잘 감동하고 잘 우는 분"이라고 한다. 

 

시비를 걸어도 되느냐고 하기에 안된다, 지금은 칭찬과 감동만 받는 기간이다 그랬더니 막 웃으며,

 

"대의원, 운영위원, 교섭위원 이런 말이 낯설어서 약간 읽기 불편했습니다. 노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기 어려운 단어들이라서요" 한다. 그렇겠구나 싶은데, 그래도 독자들도 노동운동이나 노동조합에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끄덕끄덕한다.   

 

자기가 놀랐던 건, 96년도 연세대에서 사수대로 있다 너무 배가고팠던 기억이 생생하고, 경찰서에도 잡혀갔었는데, 경찰한테 많이 맞았단다. 그런데 통일행사가 그렇게 2개로 열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무너무 충격이었단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많은 순간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갈 길은 이거다, 원칙!' 이렇게 결정하고 그 길을 가는 그런 대목들이 남는다며, 지금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자기 처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노조 결성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얼마든지 돕겠으니 노조를 만들라고 부추겼다.

 

옆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비함은 책을 읽으면서 정파라는 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하는구나, 소속된 조직이 없이 일한다는 게 너무나 외롭고 힘든 일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 계시는 건 개인의 힘인지, 원칙의 힘인지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단다.

 

노동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양심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이런 분들을 볼 때 희망이 보인다. 어떨 땐 활동가들보다 이런 사람들이 더 진보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늦은 밤까지 노조 얘기를 나누다, 저자 싸인을 해주고 헤어졌다. 내 책을 읽고, 내가 보고 싶다고 여기까지 달려와 준 첫 독자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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