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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4일째.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떤 일부터 말해야 할 지 나도 잘 모를 지경이고 정리가 안될 지경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지점부터 말해야 할 듯 싶다. FTA집회를 나간 그 때부터.

그곳은 유독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인상좋아 보이는 경찰이 한 명 탔다. 상부상조하자고 했다. 나도 웃으면서 부드럽게 대했다. 마로니에 공원까지 왔을 때, 잔뜩 찌푸렸던 비가 내렸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우리의 조합원 수도 많았거니와 거의 아주머님들이었기 때문에 통제에 신경을 쓰느라 계속 서 있으면서 구호를 외치고 투쟁을 외쳤다. 금속노조 파업의 전단지에 내 얼굴이 한가운데 크게 박혀있었다. 아주머님들이 다들 나를 가리키며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 전단들은 비에 젖어 밟혔다.

그렇게 종로5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자 아주머님들은 탈진할대로 탈진했다. 다음날의 상암점 점거를 위해 일찍 이탈하고자 위원장님이 와서 지침을 내려주고 있을 때였다. 몇몇 누님이 이상한 젊은 사람을 발견했다. 우리들의 틈에서 핸드폰과 MP3를 이용해 녹취와 사진찍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원장이 젊은 사람을 붙잡았고, 나는 그 사람이 그냥 시민인줄 알고 돌려보내려 했으나, 녹취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방을 빼앗는 걸 도왔다.
나중에 위원장님이 빼앗은 가방 속 지갑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경찰공무원증.

마포경찰서장의 밑에 있는 주병규라는 이름의 경찰이었다. 정보과 소속이라고도 한 듯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멍하니 서있던 상부상조하자는 사람을 끌고 왔다.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했고, 몇몇 달려온 뉴코아 동지들에게 내가 소리를 질러 상황을 설명하자 순식간에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둘러쌌다. 다른 폭력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더욱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다. 처음엔 롯데호텔 노조원이라고 속이고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탔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간부처럼 보이는 분은 보호를 했고, 흥분한 우리들은 온갖 폭언을 쏟아부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다는 생각이었다. 겉으로는 상부상조하자고 웃으면서 실제로는 이딴 짓을 하고 있다니. 사실 확인 절차에 따라 경찰에 신고를 해서 그들을 인도하게 했다. 그 상황에는 112에 신고해서 바로 인도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후에 들려왔다. 증인을 선다는 아주머님들을 책임지겠다고 하고, 흥분하신 조합원들에게 대오를 지어 버스로 이동하게 했다. 그날은 이래저래 고생이었다.

그리고 상암 점거 후 지금 4일째. 홈에버 상암점 2층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실 거기에 입점한 업주들과의 트러블은 우리가 바라지 않는 형태의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부 조합원들에 의해 업주 한 분의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것은 싸움으로 번질 뻔 했지만, 흥분한 업주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즉시 항의를 받은 만큼의 안내문들을 갖다붙이고 간부급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하고 조합원들의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서 원만히 마무리지었다.

지금까지 투쟁을 전개한 느낌이라면, 확실히 강남뉴코아 때와는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강남에서도 이해를 해주시는 분들은 많았다. 하지만 여기 상암점과 비교하면 택도 없을 지경이었다.

강남뉴코아 때가 생각이 난다. 뒤쪽 중앙 입구에서 고객과 뉴코아동지 간의 싸움이 일어났다. 결국 말이 곱지 못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한사코 그 두 명의 여자 고객은 들어가서 물건을 살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입에서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나왔다.
"저러니까 비정규직에 짤리기나 하지."
그 싸움은 싸움을 말리던 위원장과 되려 흥분한 다른 고객의 싸움으로 번질뻔 했지만, 나는 위원장님을 말린 후 자리로 돌아와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죄송합니다, 고객여러분,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 주십시오. 고객 여러분이 여기서 물건을 사는 돈으로 이익을 낸 이랜드는 폭력용역을 고용해서 저희를 패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여러분, 단 한 번만 이해해 주십시오."
기분이 무척 썼던 날이었다.
이후에 들었던 이야기로는 이전에 계산대에서 막 싸우는 그런 상황에서도 밥을 태연히 먹고 있는 인간들이 있었더랜다.

(또 한가지 에피소드. 어떤 두 아주머님 분이 나오시더니 이랜드 자본이 지멋대로 자신들의 아이들 통학로에 주차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연대투쟁하시겠다고 하셨다. 아파트에서 나온 많지 않은 주민분들이 연대를 해주셨다. 몇몇 분들은 그런 의식의 근저가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그 때는 차라리 고사리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상암점 점거 이후, 밤늦게까지 점거를 이행하면서 지도부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고, 그 의견을 각자의 조합원들에게 묻게 했다. 분회장 이하 간부급은 분주히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으러 다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무기한 농성의 결의가 나왔다. 과거에 상암점은 문을 닫겠다고 하고 30분만에 다시 계산대를 열었던 거짓말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월드컵노조분회장님의 결의가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여기서 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조를 나누고 밤을 새면서, 다들 피곤한 기색에도 끊임없이 나와주시는 조합원들을 보며, 응원을 삼아 드링크제와 라면들을 보내주시는 시민분들이나 관련자분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가 우리들의 사이에서 박수를 치고 투쟁이라고 말하는 장면들이나, 우리가 왜 파업을 하고 있는지 열심히 설명을 들어주시고는
"할려면 이렇게 해야 돼."
"꼭 승리하세요."
한 마디씩 해주시고 가는 시민분들에 대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너무 감사할 때들이 많았다.

(죄송....지금 노트북을 빌려쓰고 있는데 요청이 들어와서 여기까지만.....다음에 더 이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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