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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 투쟁 8일째

회사측에서 교섭을 하겠다고 해서 희망을 가졌던 그 때, 이랜드 측의 오상흔과 최종양은 언론에 우리가 불법투쟁을 하고 있다고, 자신들은 대량으로 부당해고를 한 적이 없다고, 7일까지 점거를 풀면 선처하겠다고 말했다.
헛웃음이 나오면서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 밥을 못먹을 지경이 되었다.

불법시위라는 것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이다. 우리는 분명 사측과의 여러번 협상을 통해 그것들이 사측의 성의없는 태도로 결렬되어 정부로부터 쟁의권을 받아놓은 상태이다. 그 뒤로 수많은 위법적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게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랜드 측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우리가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객들을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안내해 우리에게 욕설을 하게 만들고 우리와 충돌하게 만들기를 원했다. 그럼 물어보자. 왜 이게 불법파업인데 공권력이 신속하게 투입되지 않을까? 정부의 법집행 의지 자체가 그렇게 물렁해져 있었나?

대량으로 해고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다. 이미 뉴코아 350명, 홈에버 400명이라는 명단이 나와있고 정규직 중에서도 1시간 이내의 매장위치에서만 점간이동을 시킬 수 있다는 법적 조항과 스스로의 사규를 무시하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니가 알아서 그만두세요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부당해고 승소 판결을 받은 수많은 동지들은 도대체 어느 은하계에서 온 존재들로 알고 있는 걸까.

더욱이나, 오상흔이라는 인간은 이랜드 시절 어용회사를 차려 그 회사를 부도냄으로서 이랜드에서 해고해야 할 사람들을 데려다가 실직자 만들고 지는 다시 이랜드 들어가 이랜드 리테일 근무하는 인간이고, 최종양이라는 인간은 회사에서 쓰는 물류회사에 노조가 생기자 고소를 걸고 노조를 안하면 취하해 주고 사례금도 주겠다는 방식으로 노조를 해체시킨 더러운 인간이다. (그건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문건이 딱 걸려서 홍보물로 쓰이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읽어보면 말투도 분노가 치밀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대화하자고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기사를 내는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흔들어보고 무력화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지를 얻겠다는 이야기다. 얄팍한 술수다.
그 얄팍한 술수의 정체는 다음날 교섭진행에서 드러났다.
현재 우리의 투쟁이 잡고 있는 중대한 세 가지의 현안 목표가 있다. 그건 첫째로 해고자 복직, 대규모 점간이동 중지,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정규직 전환. 그런데 이런 현안 목표를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건 정식교섭에서나 할 수 있는 의제고, 그건 매장점거 풀고 파업 풀고 나면 이야기할 거다. 처음부터 임금때문에 너희가 쟁의권 받은 상태니까 그걸로 이야기하자."
아무런 보장도 담보도 없이 무조건 그만두라는 말. 그래서 임금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 결과,
"임금은 여기서 동결이다. 우리가 리뉴얼공사 하느라고 돈을 많이 썼다."
서류? 물증? 우리를 설득시킬만한 어떤 자료는?
"그딴거 없다."

장난하는거지. 장난하는거야.

이건 대화의 태도가 아니라 사실상 싸워보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교섭은 당연히 결렬되었고, 아직까지도 재교섭의 요청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집행부로부터 들었다. 이제는 정말 8일 총파업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들은 8일 이후 우리가 힘이 빠질 수 있는 기회에 기름을 들이부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6일 동안 계속 여기서 자다가 처음으로 집에 가서 잤다. 낮에 들어가니 어머니는 왜 너에게 월급도 안나올 일을 하고 있느냐며 짜증을 냈다. 자신 스스로가, 예전에 영어교재 판매사원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기억은 어느새 어머니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는가 보다. 아니, 지우고 싶었을 거다. 단 3개월 일하는 동안, 그 때 어머니는 거의 매일 짜증내고 피로함을 느끼며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이었으니까.

그게 어언 80년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을, 그 똑같은 대물림을 하면서, 이 땅에서 살 수는 없다. 못사는 사람들이 영원히 못살게 만드는 이 구조 자체에 대한 물음. 그 안에서 아무리 공부를 하고 발버둥쳐도 기껏해야 돈많은 자들의 발때나 핥아주는 노동자의 구차한 신세란 것을 애써 자기최면으로 지우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 한국 시장에서 자영업자가 그렇게 많은가. 왜 한국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업가인양 생각하며 사는가. 웃기는 노릇이다.

싸울 때가 있다면,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설명해서 알아들으실 수 있는 분은 아니었기에.

어머니에게는 그저 화만 냈을 뿐이었다. 그러지 마시라고.

아버지께서는 끝까지 싸워보라고 하셨다. 처음엔 앞으로 나서지 말라고 하시더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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