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7월 14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15일차

한 번 나갔던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은 어제 경찰과 충돌했다. 뉴스에서는 26명이 연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뉴스 한 켠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점거인원이 적어진 상태에서 오늘내일 언제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모두들 그것을 감지하고 있던 때 밖에서는 충돌이 일어났고,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상황은 경찰이 사람들을 몰아냈다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의 자포자기로 바뀌었다. 할만큼 했다, 나가면 또 하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들려왔다.

연대를 온 노동해방학생연대에서 얼굴이 좀 알려진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편의점 쪽에 있는데, 용역깡패새끼가 와서 그 학생을 패기 시작했다. 시빗거리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고, 심하게 맞은 학생을 보호하려 사람들이 움직이는데 경찰이 달려오더니 자기네들이 검거하겠다고 막아서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 동안 용역깡패새끼들은 죄다 도망가 버렸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러고 있는 순간 매장에서 고성들이 터져나왔다. 그 용역인원 두명이 매장을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카트로 막아놓은 통로 너머에서 우리는 그 인간이하의 존재들이 일생동안 먹을 욕을 모두 퍼부어주었다. 몇 분은 정문의 경찰에게 따졌고, 그 경찰의 대답은 더 기가 막혔다.
"저희는 지금 용역들도 들어올 수 없게 막고 있습니다."
그럼,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우리에게 말까지 걸었던 그 용역은 도대체 유령이었을까.

다음날인 오늘,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뉴스에 연행소식이 들리니 이제사 걱정이 된 모양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출가한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제와 여동생, 어머니까지 오신 상태였다. 나오라고 했다. 나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동생은 내게 전에 물었던 명분을 다시 물었다. 내 명분은 인터넷에 모두 나와 있다고 했다. 내가 썼던 토론 글과 기사들, 그 수많은 연대와 지지들. 남아있는 조합원들.

나는 나갈 수 없다고 했다.

현재 가능성 중에는 용역깡패새끼들이 우리를 잡아다 경찰에 인계해 주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 일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