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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0
    금융'노조'에 반응하는 비이성적인 여론(2)
    키노

금융'노조'에 반응하는 비이성적인 여론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개인적판단으로도 금융노조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금융노조는 업무시간단축(실질적 근무시간이 밤 8,9시까지라고 하더라도)을 내세우기에 앞서 인력충원과 함께 근무형태의 다변화를 통한 노동시간단축과 고객이용시간의 '연장'을 차라리 주장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진보개혁적인 인사들에게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는 금융노조의 주장이지만 과연 금융노조가 그토록 이지메의 대상이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그동안 쌓여온 금융권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마치 만만한 상대를 만나 한풀이하듯 진행되는 여론의 비이성적인 확산은 그 대상이 '노조'인것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IMF이후 금융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경유착과 불탈법대출이 만연하던 관행이 불러온 위기의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채 오히려 일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외국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매각하는 과정을 통해 땜빵식처방으로 급한 불을 끄고는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금융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고용불안'의 위협심리 속에 종속적대응으로 증가되었고 금융권내의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몇몇 은행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면밀히 살펴보면 동일한 조건의 정규직화가 아닌 또 하나의 직급군제를 형성하는 당근전략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은 고용안정이라는 보장책에 묻힌 가운데 또 하나의 차별을 묵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쳇말로 "은행에서 일하는 넘은 친구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출을 부탁하는 친구야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저녁 퇴근 후 친구와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인다는 것은 은행노동자들에게 꿈같은 소리입니다.

은행들이 거의 전부 외국계자본으로 넘어간 이후 금융서비스는 이용의 간단함과 편리함에서는 발전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실질적인 가계대출과 같은 분야에서 극단적으로 퇴조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전체 국민중 제1금융권을 통해 대출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대상이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제2금융권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낳았고 2006년 기준으로 제2금융권에 연대보증을 선 사람 수만 334만명에 보증액수만 180조원에 달하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중은행들은 금융의 공익적기능을 외면하고 론스타와 같이 투기성자본의 먹잇감이 되거나 단기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거지요.

신자유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1977년에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은 지역사회의 중소기업, 소농민, 중산층 이하 계층 등이 대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지역사회에 대출편의를 제공토록 의무화한 법률'인
지역재투자법(CRA: 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통해 은행의 공공적성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CRA가 본격적으로 주장이 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보수정치권과 경제관료들과 금융자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금융의 현주소와 문제점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금융노조가 촉발시킨 '업무시간단축'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천착하지 말고 금융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금융산업 전반의 '신자유주의적'성격에 대해 그 일방적인 자본중심의 블랙홀에서 허우적대는 대다수 서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는 없을까하는 아쉬움때문입니다.

금융노조를 비난하는데 들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그러한 포괄적인 문제점에 대해 분석해 보고 결국 내 삶의 많은 부분에서 겪게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금융서비스의 질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데까지 비판과 토론이 연장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불어 금융노조 또한 가뜩이나 사회양극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업무시간단축요구를 하지 않겠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금융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대안제시를 통해 은행의 일자리를 늘려 나가고 금융이 공공성을 가진 사회적기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대국민발표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노조의 사회적역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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