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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운수좋은 날

 2005년 1월 12일, 수요일, 맑고 차갑다. 해고투쟁 648일째 >


모처럼 운수좋은 날이


김명배 조직부장이, 천막투쟁을 하면서 생계문제로 녹차와 커피 화장지를 판매해왔었다.
익산군산축협 앞에다 가판을 만들어서 오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하여 장사를 하였고 더러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강매하기도(?) 했었다.
오늘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화장지가 퍽 많이 팔렸다. 화장지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로 일반인을 상대로는 가장 큰 수익을 올린 날이었다. 약 사만 오천 원의 수입이 발생했으니 해고투쟁을 하면서 올린 수입치고는 제법 짭짤치 아니한가. 오늘 같은 날이 흔치않아서 조직부장이 매우 좋아했고 다른 지부원들은 한턱내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는 모처럼 환한 표정이 되어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자신 있게 받는다. 통화하는 걸 엿들어보니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녀석의 목소리인지 "아빠 나 잠들기 전에 통닭 사 가지고 와" 하며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화장지의 재고가 맞지 않는 모양이다. 두 꾸러미가 부족하단다. 오가던 사람 중에 누가 슬쩍 집어갔을까? 아님 팔면서 제대로 셈을 하지 못했을까? 모처럼 운수좋은 날이 그냥 그런 날이 되고 말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조직부장은 씁쓸한 뒷모습을 남긴 체 집을 향해서 출발해야만했다. 아들이 부탁했던 통닭은 잊지 않고서 집에 사들고 들어갔을까?
찬바람이 감도는 천막에서 앉아있자니 쓸쓸함이 더하면서 오늘은 유난히 가족의 훈기와 사랑이 그리워진다.

 

 

 

*** 나하고 이래저래 관계가 있는 동지들이다. 김동지와 아이가 이날 맛있는 통닭을 먹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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