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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을 뜨다

블로그를 만들어서 기록을 한다는 것을

게으름때문에 계속 미루다.... 첫 삽을 뜬날을 기념하여 첫 글을 쓰기로 했다.

 

작년말부터해서 어찌어찌하다가 옥탑방에 그림작업소가 생기고

어찌어찌하다가 햇빛 내리쬐는 옥상을 비워두지 말고 텃밭으로 가꿔보자고 했는데

오늘 드디어 첫삽을 뜨게되었다.

 

처음에는 옥상을 푸르르게 만들고 농사가 잘 되면 이런저런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생야채 파티를 할 생각에 꿈에 부풀었지만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찾다보니 꿈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차가 없는데 흙은 어디서 퍼와야 하나

아무 흙이나 가져오면 안될텐데

물을 주려면 햇볕이 많이 들기전 오전에 줘야 한다는데 게으른 내가 작물을 다 말라죽이지 않을까?

퇴비를 줘야할텐데 화학비료나 원예용 배양토같은 것 밖에 없나?

지렁이를 키우면 음식물쓰레기도 처리하고 텃밭에 뿌리면 좋다는데 뭔가 거창한 화분이나 나무상자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뭐 이런 각종 걱정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옥상에서 지스크라가 저기보이는거 산 아니야? 해서 봤더니 서강대 위쪽으로 보이는 노고산.

바로 비닐봉투 몇개를 챙겨서 지스크라와 함께 서강대를 지나 노고산에 올라갔다.

나름 정상에 가서 낙엽더미를 해치니 검고 고슬고슬하고 향긋한 흙이 나왔다.

이미 새싹이 곳곳에 머리를 디밀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드디어 흙을 구했다는 기쁨에 얼른 흙을 긁어담았다.

 

막상 상자화분에 부어보니 하나를 다 못채우긴 했지만

뭐 어때 바로 옆산으로 휘리릭가서 또 퍼오면 되는데.  ㅋ

 

다음엔 꼭 사진기를 챙겨야겠다.

해떨어진 후 산에서 내려오면서 본 야경도 너무 좋았고

(원래 조명이 가득한 야경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노고산에서 본 풍경은 솔직히 좀 멋졌다)

낙엽더미를 뚫고 올라온 새싹도 뭐랄까 초록빛으로 통통한게 귀여웠다.

 

 

 

세번의 반지하방 생활을 하며 스티로폼 화분에 상추나 고추를 심었었다가 모두 망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지금은 뭔가 은근히 기대가 된다.  잘 자란 상추며 토마토를 보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재미도 솔솔할꺼라는.

 

조만간 지렁이상자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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