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お祝い] 빵이 말을 걸다

View Comments

얘네들 출근하는 시간보다 빨리 (실은 제시간에라도) 오기

아무도 감독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아도 여기 소속된 이상은 얘네랑 같이 일하기

진료시간중엔 인터넷 하지 않기 도서관에 주구장창 앉아있지 않기

하지만 굶고 일하는 애들 사이에 적당한때 빠져나와 끼니는 챙겨먹기  그리고 딴길로 새지않기

짧게라도 매일 글써서 남기기  자기 전에 오늘 새로 들은 단어들 찾아보기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약속들

돌아보니 두달 전까지 생각도 못했던 곳에 혼자 나와있으면서도 온갖 '하기'에 묶여 있었다

대학 6년, 구강외과 5년, 허술한 연애 7년, 나를 묶었던 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을 지도

(아직은 인정 못하겠지만)

 

ゆき냥의 조금 슬픈 햄버거에 감화되어 모스버거를 먹으러 나온 오후 3시

하지만 적디적은 일식은 햄버거에도 예외가 없어 슬픔이고 여유고 느낄 새 없이 사라져버리고

찾는 이 없을 병원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나름 유명한 병원 앞 빵집의 그야말로 근사한 냄새에 이끌려 메론빵이나 살까 들어갔다가

'지금 구웠어요'라는 명찰을 단 애들의 목소리를 이어폰 너머로 듣고 말았다

처음엔 아이리버의 잡음인 줄 알았는데

막 구워진 단단한 껍질의 빵(뭉아.. 용어가 딸린다..)은 한동안 타각거리며 껍질이 갈라지더군

평소엔 감히 집어보지 못한 럭셔리한 모양새에 럭셔리한 가격의 빵이었으나

왠지 나를 위로하는 것 같은 따듯한 그 소리에 집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20엔 아낀다고 돌아돌아 다니지만 (늘) 왠만한 정식 한끼보다 많이 나온 780엔짜리 점심

제목을 일본식으로 하자면 ’私はパンから話かけられた(빵한테말걸음을받다)' 정도가 될까 

왠지 의미도 그 쪽에 좀 더 가까운 듯

(게다가 놀라운 건 선생님들이 모두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빵의 얘기를 들어야 어른이 된다며, 아직 못들은 선생한테는 아직 어린이라고 놀리기까지, 일본 빵은 모두 그런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20 16:13 2009/02/20 16:13

2 Comments (+add yours?)

  1. moong 2009/02/21 11:07

    우리들은 어디에 있어도 영향을 끼치나보구나...
    난 너의 영향에 힘입어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너무 늦어버려 분명 자고 일어나면 지각에 임박할 오밤중)앉아있었단다.
    이건 뭐.. 너무 독하잖아!! 라며 -_-;

    잘 구워진 하드계열의 빵에서 소리가 나는건,
    아직 제 속에 남은 뜨거운 열기가
    이미 식어가고 있는 겉면을 아작아작 조각내며 비집고 나오는 중이라는거지.
    그리고 그 때의 빵이 가장 맛있단다.
    적고나니 이거 뭔가 우리네 인생에 빗대면 무척 심오한 얘기가 되기도 하겠는걸.


    암튼,
    네가 빵을 굽게된다면 어쩌면 빵이 자라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난 이미 어른인건가. ^^

     Edit/Delete  Reply  Address

  2. 나리 2009/02/21 11:32

    웅 심오해..
    나도 그런 소리 내고 싶다 어른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 맞는 듯

     Edit/Delete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likeXmas/trackback/70

Newer Entries Older Entries